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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숲을 보다 - 리처드 포티의 생태 관찰 기록
리처드 포티 지음, 조은영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4월
평점 :
과학자의 관찰기록
날씨는 좋은데 공기는 뿌연 회색빛이다. 봄인듯 하면서도 봄이 아닌 것 같고, 겨울이 다 간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서늘한 날씨. 두꺼운 옷을 정리하려니 언제 또 비바람이 불어 서늘해질까 싶어 이도저도 아닌 상태의 옷들이 옷걸이에 즐비하게 걸려져 있다. 집이 아닌 밖에 나갈 때면 챙겨 나갈 것이 지갑과 휴대폰과 더불어 이제는 '마스크'까지 필수 대용품이 되어 버렸다. 안경을 쓰다보니 마스크를 여러모로 불편해서 눈을 보호하던지, 코를 보호하던지 둘 중에 하나만을 챙겨야만 했다. 갈수록 이상기온이 흐르고, 사회는 점차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되고, 정밀화 되다보니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된 것이 자연이다.
그러나 도시에서 나무를 바라볼 수는 있지만 숲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라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공원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가기 쉽지 않는다. 그저 뿌연 하늘과 미세먼지가 가득한 도시에서 마스크를 끼고 묵묵히 걸을 뿐이다.
<나무에서 숲을 보다>는 고생물학자이면서도 동시에 과학저술사인 리처드 포티가 1년간 숲을 관찰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그의 아내인 재키가 칠턴힐스의 작은 땅을 판다는 광고를 보았고, 너도밤나무가 있는 블루벨 숲이었다. 그들은 2011년 7월에 그림다이크 숲을 구매했고, 노과학자는 그 숲의 이야기를 1년간 상세히 관찰하며 글로, 사진으로 담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는 도시의 생활을 멀리하고 자꾸만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욕구가 생기는지 나무와 꽃들이 자꾸만 좋아진다. 그 역시 처음 숲을 보며 푸근한 느낌이 들었고 망설임없이 숲을 구매하며 식물과 동물, 균류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일반적인 이들과 달리 그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이름모를 식물이 아니라 과학적인 지식으로 보다 더 깊게 숲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용히 숲 속에 앉아 듣게 되는 새소리 조차도 가만히 듣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을 그는 다양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어 읽는 내내 살아 숨쉬는 박물관에 다녀온 것 같았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자연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개체수의 이야기로 그의 관심을 끌게 하고 과학자의 박학다식한 지식으로 숲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내가 모르고 있던 동식물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 책의 중간 중간에 있는 칼라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공원에 가면 푯말이 붙어있지 않은 식물이나 나무에 대해서는 그저 아무이름 없이 그저 '나무'구나 하고 지나치지만 그에게 있어 생명체 모두가 중요한 존재임을 다시금 깨달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