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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ㅣ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거울의 이면 속으로.
암보스는 스페인어로 '양쪽'이라는 뜻이다.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글을 읽어보니 암보스 이전에 가제로 '거울의 이면'이라고 지었다고 하는데, 암보스 만큼이나 이 제목 또한 글과 맞닿아 있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이야기는 양파처럼 까고 또 까도 다른 이야기 속의 인물과 마주하게 된다. 잠에서 깨었을 때 알싸하게 맡아진 소독약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느껴지고, 살며시 눈을 뜬 그녀가 마주 한 곳은 병원이었다. 의식을 회복하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창밖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되고, 그녀는 조용히 앉아 낯선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 여자는 누구이고, 자신은 왜 병원에 누워있는지 차근차근 돌이켜 본다.
취재 나간 이한나는 우연히 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특종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마침 그곳에 방화 사건에 휘말리에 되고 화재의 현장에 있던 그녀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하게 되고 의식을 잃고 만다. 눈을 뜨니 그녀의 모습은 기자 이한나가 아니라 강유진이 되어 있었다. 강력팀 소속 형사인 두 사람은 연쇄살인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되고, 피해자의 핸드폰 통화내역에서 강유진과 자주 통화했음을 알아낸다. 강유진과 이한나 그녀는 왜 서로의 몸이 바뀌었을까? 과연 이한나는 강유진의 몸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되찾을 수는 있긴 한걸까?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봐았던 주제다. 낯설지 않은 익숙한 변주임에도 김수안 작가는 두 여자인 강유진과 이한나를 내세워 각기 다른 환경으로 성장해온 그녀의 이야기를 변주시켜 미스테리 사건을 풀어내는 열쇠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주는 프롤로그가 마음에 들어 연신 마음을 조이며 책을 읽어나갔다. <암보스>는 황금가지의 새로운 단행본 레이블이자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수상작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날큼하게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라 기자가 된 이한나와 엄마 아빠의 부재로 인해 홀홀단신 살아야 했던 강유진. 그녀의 거대한 몸피와 그녀가 쓴 '글루미 선데이'는 그녀의 어두운 내면을 더욱더 잘 보여준다. 서로의 다른 환경 속에서 1년간 다른 삶을 살기로 한 두사람의 약속이 신선했고,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적극적인 면면'이 한 소녀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보이는 면만이 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자신의 이야기를 알아달라고.
잘 자란 이한나가 아니라 달의 뒷면에서 선 강유진을 알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사건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과 같다. 앞에서의 물음들이 서서히 답을 알아갈 때쯤 이야기는 끝이난다. 이야기의 에필로그의 끝은 쌉싸름한 카카오 초콜릿을 한움큼 입에 넣은 것처럼 뒷맛이 쓰게 느껴졌다. 그녀의 어두운 생의 이면은 결국 한 사람의 욕망 때문에 촉발 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압박으로 더해지는 어두운 나날들. 그것을 돌파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또 다른 사람인 기자 이한나를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 <암보스>를 비롯해 많은 작품들의 시작은 우연찮게 같은 사건이 하나의 도화선이 되는 작품을 많이 만났다. 안밖으로 피폐해진 작가 강유진을 표현해 내고, 그녀의 깊이를 예리하게 그려내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읽었다. 얽히고 얽힌 사건들의 이야기 속에서 날카롭게 한 소녀의 이야기를 뚝심있게 그려내는 점이 좋았다. 서로의 영혼을 바꾸어 가는 일이 현실에서는 쉬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한 소녀가 겪은 이야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 중이다. 프롤로그로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 있는 묘사가 에필로그를 읽는 내내 사로잡았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