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자르러 왔습니다 2
타카하시 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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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89 보고 자라요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2

타카하시 신

정은 옮김

대원씨아이

2021.9. 15.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 2를 지난해 이맘때에 처음 읽었다. 시골에 가는 날이 잦아서 아예 책을 따로 꾸러미에 담아서 들고 다닌다. 움직이는 작은책집처럼 여긴다. 제주나들이에도 책꾸러미를 챙겼고, 이 책을 담는다.

 

이 책은 아빠가 아이한테 들려주기보다 보여주는 쪽이다. 혼자 살아가는 길에 익숙한 사람이 어느 날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한테도 짝한테도 서툴렀다. 아이가 제법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 즈음부터 갑자기 아이를 혼자 맡아야 한다.

 

어떻게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이러면서 살림과 집안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던 젊은 사내가 비로소 어버이로 선다. 처음으로 아이 곁에 씩씩하게 서려고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어버이 마음을 만화로 담는다. 아이는 아빠가 해준 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 아버지는 온마음을 담아 밥을 짓는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 키우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는데, 으레 혼자 지내야 하면서 말이 없어진 아이인데, 아빠와 새롭게 둘이 살면서 아빠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섬마을에서 여러 이웃과 동무를 만나면서 천천히 마음을 연다. 이제 아이는 스스럼없이 아빠를 돕는다. 가르쳐 주지도 않아도 시키지도 않아도 스스로 두 손으로 짓는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말로 가르치면 자꾸 엇나간다. 말에는 마음을 품는데, 말만 앞서면 어긋나기 쉽다. 이것도 못 알아듣나라든지, 어떻게 이 쉬운 일도 못 하나라든지, 자꾸 꼬집어 창피하고 부끄럽다. 어느새 잔소리로 들린다. 나를 작게 보는 일을 견디지 못한다. 하려던 일도 싫고 팽개친다. 얕잡아보는 말씨에 높고 앙칼진 목소리를 듣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기도 한다. 몇 마디 말만 하기보다는, 그저 말없이 보여주는 일은 더딜 테지만, 몸으로 스밀 수 있다. 스민 마음이 어느 때에 문득 우러나서 스스로 일어선다.

 

글은 어떨까. 내가 쓰는 글은 어떠한가. 낱낱이 풀어서 쓰거나 가르치듯 쓰면, 어쩐지 나로서는 마음에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눈은 우리 몸으로 빛을 들인다. 본다고 할 적에는 살아숨쉬는 빛이다. 보는 눈은 들은 말보다 오래 남는다. 잘 보려면 그림을 그리듯 또렷하게 그대로 말을 하듯 글을 쓰면, 읽는 사람이 쉽게 그림을 그리며 글을 읽게 마련이다. 글쓴 사람 마음대로 마구 밀어넣지 않고 따분하지도 않게,


머리를 자르러 왔습니다 2을 돌아본다. 어버이나 아버지라는 이름이 서툴지만, “웃는 얼굴을 본 것으로 아버지는 너에게 가슴을 펴고 오늘 일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83)”라는 대목에 한참 눈이 간다. 즐겁게 부푸는 아빠 마음처럼,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수건을 개고 쓰레기를 버리고 쌀을 씻고 쓸고닦고 그릇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간다. 아이는 아빠 곁에서 새롭게 하루를 배우고, 스스로 돌아보는 길을 익힌다.

 

섬마을 할매나 할배는 곧잘 아이는 말이여 부모를 어른으로 만들어 주려고 태어나는 것이여(200)” 하고 이야기한다. 이런 말 한두 마디를 만화책으로 읽으면서 다시 헤아려 본다. 우리는 어버이나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밥을 차려줄 수 있고, 아이도 작은손으로 기쁘게 손수 밥을 차려서 엄마아빠한테 베풀 수 있다. 아이가 품을 들여 지은 밥을 먹으며 아이가 있는 집이 어떤 곳인지 아빠도 함께 알아간다.

 

집은 작은별 같다. 태어난 아이는 어버이 곁에서 자라면서 집에서 본 대로 살아가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아버지가 꾸준히 배우며 다른 사람 머리를 만지는 가위질마저 마음에 스미듯이. 다함께 튼튼히 살아가는 바탕이란, 늘 곁에 있고 함께 있는 작은집에서 피어나지 싶다.

 

 


2024.12.01.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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