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4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84 책을 보듯이



《천재 유교수의 생활 4》

야마시타 카즈미

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1997.2.25.



《천재 유교수의 생활 4》은 아줌마와 학생과 애인과 노인과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을 다룬다. 유교수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사람을 만나면서 생각을 얻는다. 달려가는 학생을 앞지르면서 ‘앞의 풍경’을 보는 기쁨을 얻고, ‘뜨거워진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앞에 펼쳐진 모습을 만나는 책읽기’를 하자고 다짐을 한다. 나이든 분을 만나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오늘 이곳에서 배우고 즐기’는 하루를 살자고 여긴다.


가게에 가서 품을 들여 무를 고르면 곧잘 다른 아줌마가 끼어들어 낚아채곤 한다. 모든 아줌마가 이러지는 않을 텐데, 이렇게 밀치는 아줌마가 하는 짓을 보면, 이분은 둘레도 안 쳐다보지만 그분 마음속부터 안 들여다본다고 느낀다. 그런데 값싸게 뭘 사더라도 다른 데에서 흥청망청 쓴다면, 무 한 뿌리를 싸게 산들 무슨 이바지를 할까.


큰가게에 가 보면 줄을 길게 서서 더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 물결친다. 나는 이런 긴줄을 보면 돌아나온다. 왜 줄까지 서면서 더 싸게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다리는 품이 아깝고, 기다려서 싸게 살 바에야 다른 것을 장만해서 일찍 집으로 가는 길이 낫다고 여긴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 4》에 나오는 아줌마는 돈도 품도 나와 다르다. 만화책에 나오는 아줌마는 남이 사려는 걸 빼앗듯이 산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도 스스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옷집에서 더 그렇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으니 값싸게 사고 싶다. 아이 옷을 고를 적에는 일꾼한테 골라 달라고 여쭈었다. 어떤 가게에서는 남들이 무얼 사서 먹는지 살펴보다가 덩달아 살 적도 있다. 


열 해 남짓 작은가게를 꾸리는 동안 싸게 팔지 못했다. 가게를 차릴 적에 처음에는 크게 알리려고 ‘에누리’를 하지만, 일꾼한테 치르는 품삯부터 만만찮고, 또 잔뜩 떼어와서 잔뜩 팔지 않으면 남지 않을 테니 잔뜩 들일 수 없는 살림이라서, 큰가게처럼 싸게 팔 수 없었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 4》에서 유교수가 기차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둘러싼 이야기가 재미있다. 유교수는 그저 느긋이 책을 빌려읽으려고 기차를 탔을 뿐인데, 한 사람은 유교수를 물끄러미 보면서 ‘내가 책이고 저렇게 날 봐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그사람을 이렇게 사랑스레 바라보았던 때가 있었던가?’ 하고 돌아본다. 이렇게 속으로 다르게 생각하던 두 사람은 기차에서 내리면서 마음을 고쳐먹는다. 남이 뭘 해주기를 바라기 앞서, 스스로 눈빛부터 바꾸기로 한다.


유교수는 ‘책을 넘길 적마다 내 인생 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에 책을 계속 읽을 것이다.(38쪽)’ 하고 말한다. 나도 책을 펼 적마다 내 앞에 새모습과 새빛이 반짝반짝 드리울 수 있는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나도 내 둘레 모두를 따스하고 깊고 사랑스레 바라보는 눈빛이고 싶다.



2024. 3. 4.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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