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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지음,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게 삶으로 79 어린나무는
《나무를 심는 사람》
장 지오노
마이클 매커디 판화
김경은 옮김
두레
1995.7.1.
되살림쓰레기를 내놓다가, 헌책을 묶은 꾸러미에 있는 《나무를 심는 사람》을 보았다. 아직 읽어 보지 않은 책이다. 책은 멀쩡하다. 고맙게 건사해서 읽어 보았다.
어느 날 어느 사람이 나무 한 그루를 심고는 오랜 나날을 돌보고 아낀다. 긴긴 나날이 흐른 끝에 푸르게 우거진 숲을 이룬다. 작은 책에 담긴 작은 줄거리는 투박하다. 그러나 숲을 이루기까지 흐른 나날은 짧지 않으리라.
메마르고 거친 벌판에 나무를 심으려는 마음이 먼저 있고, 이 나무를 돌보려는 마음이 차츰 자라고, 어느새 잎그늘이 퍼지면서 풀도 돋고 풀꽃도 피어날 수 있다.
내가 일하는 가게 곁에 그늘진 모퉁이가 있다. 이곳에 어느 날 단풍 새싹이 올랐더라. 추운 날씨에 그늘진 모퉁이 단풍 새싹은 잘 견딜 수 있을까. 어린 나무싹이 걱정스러워서 따뜻하고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주었는데, 오히려 시들시들하다가 죽었다.
싹나무는 내 걱정과 달리 겨울 추위를 잘 견디었을는지 모른다. 겨울에 추위를 견디는 힘으로 뿌리도 줄기도 곧게 뻗었으리라. 《나무를 심는 사람》에 나오는 나무도 마찬가지일 만하다. 언뜻 보면 메무른 곳이라지만, 처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리는 나무로서는 새롭게 기지개를 켜면서 뻗어나갈 자리로 삼을 만하다.
둘레를 본다. 그림책에 나오는 사람은 벌판에 나무를 심는데, 자동차와 건물이 빼곡한 도시도 벌판과 같다고 할 만하다. 우리는 이 도시에 나무를 심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는데, 찻길을 걷어내고서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다면, 나무씨앗이 깃들 빈터를 조금씩 늘린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으려나 생각해 본다.
멧골에 불이 나더라도 이내 새싹이 오른다. 들과 숲은 스스로 씨앗을 퍼뜨리고 퍼지면서 푸르게 나아간다. 이와 달리 도시는 나무나 풀이 씨앗을 퍼뜨릴 자리가 없으니, 우리 손으로 바꾸어 가야 한다. 어린이가 뛰놀 자리가 있어야 마을이 살고, 어린나무가 자랄 자리가 있어야 우리 모두 살아나리라.
그런데 책에 담은 글은 좀 엉성하다. 옮김말 탓일 수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어서 숲을 이루는 긴긴 날처럼 말 한 마디를 푸르게 바라보고서 천천히 가다듬어 보았다면 확 달랐을 수 있다.
2024. 2. 17.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