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타시아 아나스타시아 1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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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78 나비물


《아나스타시아 1》

볼라지미르 메그레

한병석 옮김

한글샘

2021.1.25.



《아나스타시아 1》를 읽는다. 열 자락 가운데 둘째와 여섯째를 먼저 읽었다. 이제 첫째를 읽어 본다.


《아나스타시아》는 우리가 잃어버린 길과 마음을 짚는다. 첫째, 우리는 꿈을 잃었고, 꿈을 잃었기에 숲을 잊어버리는데, 숲을 너무 오래 잊은 채 등지다 보니 숲을 나란히 잃었다. 둘째, 우리는 사랑을 잃었고, 사랑을 잃었기에, 입으로는 사랑타령을 하고 몸을 섞지만, 정작 사랑이 아닌 사랑 흉내에 그치는 탓에, 아이들이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지 못 한다.


이 책은 아주 쉬운 이야기를 부드럽게 들려준다. 얼핏 나무라는 듯 보이지만, 곰곰이 새기고 보면 나긋나긋하게 달래면서 알려주는 길잡이 같다. 이 길잡이란, 옛날부터 모든 엄마아빠가 해온 일이겠지. 사랑으로 집을 짓고, 사랑으로 밥을 짓고, 사랑으로 옷을 지어, 사랑으로 한 집안을 이룬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고, 어른들은 기쁘게 일한다. 이런 곳은 언제나 숲 한복판이거나 곁이었다. 손수 집과 밥과 옷을 짓는 터전은 내내 숲이었다.


사랑으로 짓고 돌볼 적에는 아플 일이 없다. 사랑이 없기에 바쁘다. 사랑을 잊기에 속인다. 사랑을 등지기에 돈에 휩쓸린다. 사랑을 모르기에 이웃을 괴롭히거나 때린다.


우리 집을 돌아본다. 나도 짝꿍도 대구 한복판이 아니라, 숲을 품거나 끼는 보금자리를 그린다. 동트는 햇살에 일어나고,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일하고, 별이 돋을 즈음 하루를 마무리하고서 포근히 잠드는 보금자리를 그린다.


도시에서 살아가며 쓰는 글은, 도시에서 보고 듣고 겪는 일이다. 숲에서 살아가며 쓰는 글은, 숲에서 보고 듣고 겪는 일이다. 여러 학자가 숲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도 어쩐지 어렵거나 샛길로 빠진다고 느꼈다. 그분들은 숲이 아닌 도시에서 살면서 글을 썼겠지.


자동차가 매캐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를 들으면서 느긋이 자기는 어렵다. 개구리가 노래하거나 바람이 나뭇잎을 살랑이는 소리를 들으면 느긋이 잘 만하다. 전화기 울리는 소리에는 깜짝 놀라지만, 새가 노래하는 소리에는 마음이 들뜬다. 도시라는 곳은 날마다 몸도 마음도 갉고, 소리다운 소리하고 멀고, 말다운 말하고도 끊어진 자리 같다.


우리 짝은 백 년 된 골짜기 집을 보고 온 적 있다. 오래된 그 집을 손보고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꾼다. 우리 짝이 꿈꾸는 숲집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설렌다. 《아나스타시아》가 들려주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마음인데, 꿈을 다스리고 이끄는 마음이 누구한테나 있다고 한다. 다만, 우리는 꿈을 다스리고 이끄는 마음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말았단다.


꿈을 그리고 가꾸고 지을 수 있는 마음이기에, 집도 짓고 씨앗도 심고 아이도 낳았을까? 우리나라는 갈수록 아기가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다들 꿈을 잊어버리다 못해 아예 잃어버린 탓이지 않을까? 스스로 꿈을 그리는 마음을 되찾고, 씨앗을 심어서 가꾸는 보금자리를 되찾을 적에, 비로소 아기가 다시 태어나고, 즐거운 나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아나스타시아 1》를 읽으면, 씨앗을 어떻게 심는지 들려주는 대목이 있다. 심으려는 씨앗 한 톨을 9분쯤 입에 머금어서 우리 몸 기운을 담은 침으로 씨앗을 깨운 뒤에, 이 씨앗을 손바닥에 올리고서 두 손으로 포갠다고 한다. 씨앗을 심으려는 땅에 맨발로 삼십 초쯤 서고, 손바닥을 펴서 씨앗 가슴으로 숨을 후 불라고 한다. 우리 몸을 이루는 물(침)과 기운(온기)과 바람(숨)과 살(손발)을 골고루 씨앗한테 물려주고서 땅에 놓을 일이라고 한다.


풀을 함부로 뽑지 말라고 하는 말을 곱씹는다. 맨손에 맨발로 바람과 해를 느끼라는 말을 곱씹는다. 어릴 적 의성 멧골집에서 살던 무렵에는, 낯을 씻은 물을 으레 마당에 휘휘 뿌렸는데, 그냥 먼지를 재우는 구실이 아니었겠구나 싶다.




2024. 2. 13.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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