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고래 뒹굴며 읽는 책 1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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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77 삶터


《생쥐와 고래》

윌리엄 스타이그 

이상경 옮김

다산기획

1994.9.10.



며칠 앞서 《생쥐와 고래》를 장만했다. 아들이 어릴 적에는 무릎에 앉혀 놓고 그림책을 날마다 읽어 주었는데, 벌써 스무 해가 지난 일이다. 이제는 그림책을 들어줄 아이도 없지만 사서 읽는다. 짝한테 읽어 주고 나도 읽을 마음인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생쥐와 고래》를 보면, 처음에 생쥐 혼자 나온다. 뭍은 생쥐한테 이미 드넓은 터전일 테지만, 훨씬 드넓을 바다를 누비고 싶다는 꿈으로 손수 배를 뭇는다. 배를 뭇는 동안 틈틈이 여러 살림을 장만한다. 배를 타고서 너른바다를 얼마나 오래 누빌는지 모르니, 먹을거리에 여러 살림을 넉넉히 챙긴다.


드디어 배를 다 무은 어느 날, 생쥐는 혼자서 길을 나선다. 배도 혼자 무었고, 살림도 혼자 장만했다. 바다마실도 혼자 나선다. 낮바다를 누리고, 밤바다를 지켜본다. 별이 쏟아지는 밤바다에 고즈넉이 누워서 별바라기를 하다가 잠들기도 한다.


이러던 생쥐는 그만 뱃전에서 미끄러진다. 바다에 풍덩 빠진 생쥐는 아차 싶으나, 배는 생쥐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끝도 없을 바다에 홀로 둥둥 뜬 생쥐는 앞길이 아득하다. 온갖 생각과 근심에 사로잡히는 생쥐인데, 물결에 휩쓸리던 어느 날 고래를 만난다.


고래는 바다를 누비는 생쥐를 보며 깜짝 놀란다. 쥐는 뭍에서 사는 짐승일 텐데, 어떻게 이 바다 한복판에서 헤엄을 치는지 궁금하다.


고래는 덩치는 크되 아직 어리다. 생쥐는 덩치가 작되 그리 어리지 않다. 고래는 생쥐를 뭍으로 데려다 주기로 한다. 둘은 긴긴 날 함께 바다를 가르면서 숱한 이야기를 폈고, 뭍하고 바다라는 삶터가 뚜렷하게 다르지만, 마음으로 깊이 만난 동무로 지냈다.


이제 둘은 헤어질 때. 고래도 생쥐도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여기지 않는데, 뜻밖에 고래도 돌개바람에 휩쓸려 모래밭으로 떠밀린다. 물밖에서 가쁘게 숨을 쉬며 죽어가던 고래는 옛 동무인 생쥐를 만난다. 생쥐는 얼른 숲으로 달려가서 코끼리 둘을 데려온다. 두 코끼리는 고개를 천천히 바다 쪽으로 밀어 준다.


설마 생쥐가 도와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하던 고래는, 생쥐가 저렇게 다른 동무를 데려와서 도울 수 있는 줄 깨닫는다. 그래, 생쥐는 혼자 배를 무어서 바다마실을 했다잖은가. 몸은 작아도 어진 동무였지.


아이들은 처음부터 잘 하지 않는다. 넘어지고 깨지고 자빠지면서 배운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잘 하지 않는다. 어른도 곧잘 넘어지고 부딪치고 다치면서 배운다. 그림책 《생쥐와 고래》는 삶과 살림과 사랑이 무엇인지 아주 쉽고 부드럽게, 더구나 상냥하게 들려준다.


힘이나 몸집이 비슷하기에 어깨동무를 할 수 있지만, 힘도 몸집도 다르기에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 어쩌면, 힘도 몸집도 다른 사이가 서로 아끼고 헤아리는 길이 어깨동무일 수 있다.




2024.02.11.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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