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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애장판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73 노예인 삶
《붓다 2》
테즈카 오사무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1.05.25.
《붓다 2》을 펼친다. 노예 차프라는 무사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코끼리를 타고 지나가는데, 엄마가 아들 차프라를 부르지만 아는 척을 안 한다. 이제는 노예가 아닌 귀족인 차프라는, 노예라는 몸인 엄마를 등진다. 엄마는 아이를 만나지 못한다.
사람을 가르는 금인 신분은 왜 생겼을까. 나라를 빼앗고 뺏는 동안 우두머리나 돈이나 이름값을 가진 사람이 잣대를 지었을 테지. 요즘도 이런 금(신분 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만화책을 덮고서 우리 가게 일을 떠올려 본다. 이제는 가게를 접으려고 한다. 마땅한 다른 임자한테 넘겨줄 생각이다. 그동안 집임자(건물주)한테 삯을 주면서 가게를 꾸려 왔는데, 집임자는 달삯도 보증금도 턱없이 올리려고만 하고, 우리 가게를 넘겨받을 사람들이 나왔을 적에도 뒤에서 자꾸 헤살을 놓는다. 지난 한 달 내내 피고름을 짜는 듯했다. 뜬금없이 토를 달고, 이리저리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너무 어이없어서 방송 같은 데라도 터뜨리고 싶다는 말을 하니, 그제서야 조금 누그러지더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갈비뼈까지 아프다. 짝꿍은 속이 쓰리다고 하더니 살이 쪽 빠진다. 지난 여러 해 가게 일을 하면서 집임자한테 낸 달삯을 셈해 보았다. 벌써 4억 원이 넘는다. 우와, 이렇게 삯을 많이 내면서 일을 했구나. 둘레에서는 우리더러 ‘가게 사장’이라고들 말하지만, 허울뿐인 셈이고, 그저 노예와 같은 셈 아닌가.
우리뿐 아니리라. 숱한 사람들은 노예처럼 일을 해서 바친다. 뼈를 깎고 살점까지 내주는 판이다. 땀흘려 일해서 손에 남는 것이란 무엇인가. 땀과 젊음을 바친 나날은 오롯이 집임자 주머니로 쏙쏙 들어간 꼴이다.
《붓다 2》을 다시 편다. 타나가 차프라를 돕지만, 차프라는 끝내 죽고야 만다. 차프라는 죽음길에서 엄마와 함께 벼랑에서 나란히 화살을 맞으며 쓰러지는데, 뜻밖에도 이때 차프라는 엄마와 함께 가는 길이라고 여기면서 기쁘게 받아들인다.
왕자로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붓다라는 길을 갔을까? 왕자는 걱정도 근심도 어려움도 가난도 배고픈도 없이 자랐다. 이러던 어느 날 여러 꿈을 본다. 쫓겨다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토끼에, 둥지에서 알을 깐 새끼 새가 뱀한테 잡혀서 죽는 꿈에, 여러 꿈을 보면서 문득 궁금하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죽음 너머는 무엇인지 알고 싶다.
왕자라는 이름이 허울뿐이라고 느끼고서 왕궁을 제발로 떠난다. 더는 왕자가 아닌, 그저 자그마한 사람으로 다시 살아가려는 길에 서는 붓다이다. 껍데기가 아닌, 죽음을 두려워하는 수렁이 아닌, 놀고먹는 이와 노예로 헐벗는 이로 가르는 금이 아닌, 새길을 찾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붓다이다.
그런데 붓다처럼 허울을 벗는 사람이 드물는지 모른다. 스스로 노예로 치닫는 사람이 많을는지 모른다. 돈이 많으면서도 더 벌어들이려고 허겁지겁 달려드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지난날에는 신분이나 계급에 갇혀서 나란히 노예였다면, 오늘날에는 돈에 갇혀서 서로서로 노예가 된다고 느낀다.
2024.01.22.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