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가 좋아요 크레용 그림책 36
나카가와 치히로 글 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71 새소리 붕붕소리


《작은 새가 좋아요》

나카가와 치히로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2.8.1.



《작은 새가 좋아요》를 읽었다. 우리 발은 땅을 밟고 있어도 몸은 하늘에 있는 셈이다. 바닥을 버티는 발이 우리가 폴짝 뛸 때처럼 뜬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발을 잡아당기는 힘을 이기고 땅을 벗어나는 새처럼 날까.


새는 가벼운 몸에 마음은 얼마나 가벼워서 날까. 마음이 무거울 때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처럼 날고 싶은 생각을 으레 꿈꾸었다.


그림책 《작은 새가 좋아요》를 돌아본다. 작은 아이는 작은 새처럼, 스스로 새가 되어 노래하는 꿈을 그린다. 그리고 작은 아이 곁을 온통 새밭으로 바꾸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우리 집 창가에 물을 떠놓고 모이도 놓는다. 이 그림책을 알기 앞서부터 새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이렇게 지낸다. 어느 날은 까치가 짝을 지어 오고, 어느 날은 어린 까치가 오고, 어느 날은 까마귀가 오고, 어느 날은 비둘기가 온다. 요즘은 직박구리가 자주 찾아온다. 직박구리는 곁에 비둘기가 내려앉아서 물을 먹어도 꼭 노래를 부르더라. 직박구리는 한참 앉아서 두리번두리번한다. 물 한 모금 먹고서 또 둘러본다. 모이를 찍고서 또 갸웃거린다.


지난여름에 박곡마을로 매실을 따러 간 적이 있다. 잔디가 있는 시골집에 영국사람이 살더라. 이분은 바깥마루에 놓은 걸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고 낮밥을 먹으며, 볕이 들어도 나와서 앉고, 비가 와도 우산을 펼친 채 한나절을 앉아서 바깥 모습을 마치 그림을 보듯 누린다고 한다. 마당 위로 전깃줄이 지나가는데, 이 전깃줄에는 참새가 옹기종기 앉아 지저귀는 소리를 늘 듣는다고 한다.


철마다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는 멧골을 보고 들녘에 사과가 주렁주렁 영글어 가는 구경을 한다더라. 하루를 거의 밖에서 보내는 셈이다. 마당에 있는 나무에는 살구가 주렁주렁, 자두가 주렁주렁, 매실이 주렁주렁, 다들 발갛게 익어도 따먹지 않는단다. 담벼락에 고추나 상추도 심지 않는다. 오로지 꽃으로 심고 바라보고, 온갖 새를 맞이한단다.


내가 사는 대구로 돌아오며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도시에 살고, 아파트에 많이 산다. 먼 영국에서 우리나라까지 와서, 더구나 시골에서 사는 영국사람은 높다란 잿더미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자동차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바람을 맑게 마시면서 지낸다. 온마음으로 숲을 읽는 하루를 누린다고 한다. 그분 집으로 찾아오는 새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철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면서 즐겁다고 한다.


《작은 새가 좋아요》에 나오는 아이는 뭔가 대단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언제나 작은 새 곁에서 같이 노래하고 놀면서 지내기를 꿈꾸고, 사납고 커다란 새가 갑자기 달려들면 씩씩하게 나서서 작은 새를 지키겠노라고 꿈을 그린다.


내 마음에 심은 꿈은 무엇이지? 나는 무엇을 바라보지? 내가 듣는 소리는 뭐지? 내 말소리는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닮았을까? 아니면 이 대구에 가득한, 또 우리나라에 넘치는 자동차가 내는 붕붕붕 소리를 닮았을까?



2024.01.10.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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