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1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게 삶으로 68 싸우는 곳


《싸우는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김선숙 옮김

더숲

2018.10.29.



《싸우는 식물》은 풀꽃이 풀꽃 나름대로 싸우면서 목숨을 이어간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참말로 풀꽃은 싸우면서 살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다. 풀꽃을 바라볼 적마다, 또 풀잎과 꽃송이를 쓰다듬을 적마다 온마음이 녹고 느긋한데, 싸우는 풀꽃이라면 내 마음도 사람들 마음도 달랠 수 없는 셈 아닐까?


“싸우는 풀꽃”이 아닌 “어울리는 풀꽃”이라고 생각한다. 풀꽃과 나무로서는 언제나 어울리는 길일 테지만, 사람은 마치 싸운다고 잘못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엉키거나 얽히는 뿌리는 마치 싸움질 같아 보일 수 있겠지. 그러나 서로 만나고 아끼고 돌보려고 하면서 어우러지는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운이 빠지는 일이 있어도, 대구 한복판 곳곳에서 돋는 풀꽃을 보면서 시름을 달래고 힘을 얻는다. 아무리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꽁꽁 덮어도 풀싹은 어김없이 돋는다. 아무리 자동차가 끝없이 달려도 나무는 새잎을 내고 푸르다.


《싸우는 식물》은 이래저래 풀꽃 마음으로 이야기를 여미려고 했으리라 보지만, 조금 더 풀꽃한테 다가가서, 풀꽃하고 녹아들면서 바라보았으면 꽤 다르게 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저보다 큰 풀꽃이나 나무한테 기대기도 하는 풀꽃이고, 저보다 작은 풀꽃을 훅 덮는 듯하지만, 어느새 꽃을 피우고 씨를 맺으면 시들면서 다른 풀꽃한테 자리를 내준다.


풀꽃은 서로 기대고 돌아보기도 하지만, 해와 바람과 비를 나누어 누린다. 혼자만 누리지 않는다. 돌고돌듯 자라면서 함께 비를 마시고, 함께 햇볕을 누리고, 함께 땅에 뿌리를 뻗는다.


덩굴도, 나팔꽃도, 메꽃도, 오이와 수세미도, 겨우살이도, 호두나무도, 소나무도, 다 다르게 살아가면서 이곳에 어우러진다. 곰곰이 보면, 풀꽃은 다 다르게 풀꽃냄새를 내놓는다. 달콤한 열매가 아니어도, 나물로 삼지 않아도, 우리가 굳이 안 먹는다는 풀꽃이어도, 풀내음과 잎내음은 온누리 바람을 푸르게 달래는 구실을 맡는다.


《싸우는 식물》을 덮고서 사람살이를 생각해 본다. 나쁘거나 모질기만 한 사람이 있을까?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여기지만, 어쩌면 풀꽃하고 등진 채 살아가기에 나쁘거나 모질어 보일는지 모른다. 늘 풀꽃을 품는 사람이라면 나쁠 수도 모질 수도 없다고 본다. 우리가 서로 아끼지 않거나 돌아보지 않는다면, 풀꽃을 잊은 채 싸우기 때문이 아닐까? “싸우는 풀꽃”이 아닌 “어울리는 풀꽃”인데, 우리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 “싸우는 사람”으로 치닫는 듯하다.




2024.1.2. 숲하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