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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3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67 자동차와 겉모습과
《천재 유교수의 생활 3》
야마시타 카즈미
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1997.1.25.
목이 아프더니 머리까지 아프고 몸살이 다시 난다. 꼬박 하루를 자다가 깨며 보낸다. 누운 채 《천재 유교수의 생활 3》을 집었다. 셋째 이야기에서 유교수는 자동차를 스스로 몰아 보겠다면서 배우는 모습이 나온다. 자동차를 떠올리다 보니, 길에서 부딪히는 온갖 일을 더 눈여겨본다. 멀쩡한 사람도 손잡이를 쥐면 어느새 마구마구 몰아대기에, “사람이 운전을 하면 무대포가 될 수 있는 줄 알게 되고, 차란 마약작용이 있는 위험한 탈것”이라고 여긴다. 걷는 쪽에서 알아서 살펴야 한다고 여긴다.
우리 집은 언제부터 자동차를 몰았는지 돌아본다. 짝꿍은 1990년부터 몰았다. 헌차를 그때 오십만 원에 장만했다. 짝꿍이 일할 적에 몰던 자동차인데, 나는 딱 하루를 타 보았다. 마침 그날 예천으로 놀러가는 길이었는데, 눈길에 먹통이더라. 그날 그 자동차는 숨을 다했고, 비로소 새차를 장만했다.
갓 살림을 차리던 무렵 다달이 내는 집삯이 후덜거렸는데, 차값으로 다달이 빠지는 돈도 후덜거렸다. 그래도 나는 큰딸을 낳고 바로 면허증을 땄고, 딸아이를 무릎에 앉히면서 다녔다. 이제 와 생각하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몰았으니 얼마나 엉터리인가. 예전에는 아이만 따로 앉히기 어려웠고, 으레 어버이가 무릎에 앉혔지만, 참 무서운 줄 몰랐던 셈이다.
《천재 유교수의 생활 3》을 보면, 면허를 따려는 유교수는 더없이 바르고 착하다. 끼어들지도 않고, 척척 길을 내준다. 빨리 몰지도 않고, 마구 꺾지도 않는다. 옆에 앉은 사람은 느긋이 모든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다니는 유교수를 보며 부아를 내고 답답해 한다. 그러나 유교수가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마구잡이로 자동차를 몰지 않는가?
만화책 뒤쪽에는 모꼬지(MT)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생이 누리는 이런 문화를 누리지 못한 터라, 이 대목을 읽으면서 살짝 부럽다. 스무 살 대학생이라면, 책을 품에 껴안고서 학교 뜰을 거닐고, 교수 이야기를 들으려고 졸졸 따라다니는 그림을 떠올린다. 스스로 누려 보지는 못 했지만, 만화책에 나오는 모습으로 엿본다.
그리고 유교수는 딸아이 남자친구를 겉모습으로 따지지 않는다. ‘락 가수’ 차림새는 언뜻 날라리 같을 수 있지만, 언제나 마음과 말로 마주한다. 문득 나를 돌아본다. 나는 우리 작은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얼굴을 보일 적에 어떠했던가? 나는 유교수처럼 오직 마음으로만 바라보았던가?
이제 만화책을 덮는다. 끙끙 앓는 몸을 푹 쉰다. 이동안 우리 짝꿍이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한다. 쓰레기도 바깥에 내놓는다.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집안일을 다 해주는구나.
2023.12.23. 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