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스토리닷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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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63 곁말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

최종규 글

숲노래 기획

스토리닷

2022.6.18.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을 읽었다. 이 책은 두 갈래 글길로 이야기를 담았다. 앞쪽에는 우리말 이야기를 꼭지마다 열여섯 줄로 풀이를 한다. 뒤쪽은 넉줄꽃(사행시)을 노래한다. 넉줄꽃은 노래 같다. 가락이 흐른다. 넉 줄로 끊어서 쓴 글이지만, 줄줄이 읽으면 판소리처럼 길게 이어간다.


《곁말》을 쓴 분은 자가용을 안 몬다고 한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한다. 버스나 전철을 타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더러 보았어도, 걸어다니면서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니 유난하다.


나는 자가용을 몬다. 내가 차를 몰면 멀미를 안 하지만, 남이 모는 차를 타면 멀미가 난다. 그래서 나는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는 책읽기를 어림도 못 한다. 요즘도 내 차를 스스로 몰지 않고서 다른 사람이 모는 차를 얻어타고서 멀리 가야 하면 멀미약을 한 알 먹는다.  


의성읍에서 살며 안동으로 일하러 다니던 스물두 살 무렵을 떠올려 본다. 벌써 서른 해가 훌쩍 지나간 옛일인데, 한창 젊던 스물두 살에도 멀미가 잦았다. 그때에는 알약이 있는 줄 몰랐다. 나는 물약을 잘 삼키지 못해 멀미약을 먹지 못 했다. 의성읍에서 동생하고 자취를 하며 안동으로 다니면서 버스에서 숨이 막혔다. 앉을 자리가 없고 서서 오가면 몸이 더 흔들리니 더 울렁울렁했다.


안동에서 일을 마치고서 의성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자주 게웠다. 어느 날은 그날 먹은 짜장면을 고스란히 쏟아낸 적이 있다. 이렇게 속이 아프고 어지러우니 더는 견디기 벅차서, 일터 가까운 곳에 조그맣게 방을 얻었다.


어떻게 버스에서 글을 쓸까? 흔들리는 곳에서 어떻게 책을 읽을까? 《곁말》을 쓴 분도 어릴 적부터 고삭부리여서 자주 앓았고 멀미도 잦았단다. 그런데 글쓴이는 청소년 때부터 버스에서 책을 읽었고, 그때에도 걸으면서 책을 읽었다고 한다. 버스나 길에서 책을 읽다가 이야기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멀미가 사라지고 머리가 맑게 트였다고 하더라. 마음을 깊이 기울이면 버스가 흔들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다지. 생각해 보면, 책에 흠뻑 빠지면 추위나 더위를 잊고, 하루가 가는 줄 잊을 수 있다.


《곁말》은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처럼 작은이름이 붙는다. 이 말처럼 우리말이 꽃처럼 곱고 깔끔하다. 읽는 내내 개운하다. 이 책을 읽은 뒤부터 ‘낙엽’이라는 한자말을 안 쓰고 ‘가랑잎’이나 ‘가을잎’이라는 우리말을 쓴다. 글쓴이는 우리더러 ‘글발림’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남한테 읽히려고 글을 쓰면 자꾸 겉치레를 하게 마련이니, 우리 스스로 되읽으면서 우리 마음에 들려줄 이야기를 우리 사투리로 쓰자고 덧붙인다.


남한테 보이기에 부끄러운 글이라면, 처음부터 남한테 보여주려고 치레하거나 꾸민 글이라고도 한다. 이런 글은 제발 쓰지 말고, 스스로 마음에 사랑으로 꽃이 피어날 글을 쓰자고 한다. ‘글씨’란 ‘글씨앗’이니, 우리 ‘마음씨’를 싹틔울 수 있는 ‘말씨(말씨앗)’를 살리자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가 없다. 글쓴이는 아마 글쓴이 마음에 대고서 사랑씨앗을 심으려고 썼을 테지. 글쓴이 마음을 엿보듯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내 마음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품을 수 있을 테지.


내 책상맡에 《곁말》을 놓았다. 손이 곧 닿으면서 눈에 가장 잘 뜨이는 자리에 두었다. 이따금 넉줄꽃을 되읽는다. 물 흐르듯 써내려간 넉줄꽃을 읽다 보면 ‘!’와 ‘와’ 소리만 나온다. 나도 내 마음 곁에 넉줄꽃을 써 두고 싶다.


2023.11.10.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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