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게 삶으로 062 쪽종이에 쓰기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권진옥

한문화

2000.6.20.



다섯 해 앞서 2018년에 어느 도서관에 가서 글쓰기 강좌를 두 달 들은 적이 있다. 두 달이 다 지날 무렵에 책나눔을 하였다. 이때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챙겨 온 분이 있었고, 내가 이 책을 받았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십 분 동안 멈추지 말고 그대로 쓰라는 대목이 나온다. 요즘 어느 시쓰기 강좌를 가 보았는데, 그곳에서는 ‘무의식 글쓰기’를 한다. 종이를 나누어 주고서 십 분이나 십오 분 동안 글을 쓰라고 한다. 멈추지 말고 그대로 쓰라고 한다. 쓴 글을 되읽지 말고 지우지도 말라고 한다. 그저 쭉쭉 쓰라고 한다.


시쓰기 강좌에서 딱 한 번 십 분 글쓰기를 했다. 딱 하루를 써 보았지만 나로서는 버거웠다. 요즘은 글을 종이에 쓰지 않고 글판을 두드려서 쓰는데, 종이에 무얼 쓰자니 어려웠다. 머리가 지끈거려 그저 눈을 감은 채 시간만 보내었다.


사전을 쓰는 이웃님 한 분이 대구에 올 일이 있다고 해서 만나서 글쓰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분은 십 분도 십오 분도 아닌, 오 분만 쓰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손바닥만 한 조그마한 종이에 열 줄이 안 넘도록 슥슥 써 보면 된다고 하더라. 글이름, 오늘 날짜, 내 이름, 이렇게 세 가지만 적고서 종이를 비워도 된다고 한다.


나는 석 줄쯤 쓰다가 멈추었다. 그냥 지레 두려웠다. 글씨도 구불구불 힘이 없고 알맹이가 없는 글만 끄적인 듯했다. 그런데 알맹이가 있건 없건 몇 줄을 적어 놓으면 나중에 밑감 노릇을 한다고 한다. 그자리에서 바로 살을 보태어 글 한 자락을 새로 내놓아 주었다.


이튿날 작은 종이를 샀다. 처음 산 종이는 너무 작았다. 다시 종이를 사러 갔지만, 손바닥만 한 종이를 못 찾았다. 줄이 있는 쪽종이를 사 보았다. 종이 크기를 자로 재서 인터넷으로 켄트지를 샀다. 그런데 막상 켄트지를 잘라서 손으로 글을 적어 보자니 종이가 아까워 보이더라.


안 되겠구나 싶어서 미리 다른 종이에 써 보기로 한다. 줄이 있는 쪽종이를 하나씩 뜯었다. 글이름부터 적고, 시계로 오 분이 지나면 알리도록 맞추고서 적어 보았다. 시도 아닌 듯하고, 글도 아닌 듯한, 그냥 끄적인 셈일 텐데, 이레가 지나자 서른여섯 꼭지가 모였다.


종이에 적은 글을 따로 셈틀로 옮긴다. 서른여섯 꼭지를 손으로 먼저 쓰고서 옮기고 보니, 앞으로 몇 백 꼭지도 글이름부터 적어 놓고서 술술 쓸 수 있을 듯하다. 처음부터 빈틈없이 잘 짜서 쓰려고 하면 오히려 글쓰기가 어렵겠구나 싶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보면,  “나는 이야기 바깥에 있었고,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야기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있다. 경험하지 않는 일은 절대 쓸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야기에 당신만의 숨결을 불어넣었는지 확인하고, 당신의 숨결을 느낄 수 없는 글은 당신이 그 글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이런 말 한 마디를 되새기면서 배운다. 둘레에 퍼진 말이라든지, 이미 쏟아져나온 말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숨결이 들어가는 글을 쓰는 길을 생각한다.


바쁜 하루이니까 바쁜 틈을 내어서 조금씩 쓰자. 할 일이 많은 삶인까, 갖은 일을 하는 틈틈이 쪽종이에 조금씩 써서 모아 보자. 샘물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꾸준하게 솟아나서 흐른다. 글도 샘물처럼 한결같이 조금씩 이어가면 되리라.


2023.12.18.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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