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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평점 :
작게 삶으로 038 나도 소설을 쓸까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김석희 옮김
살림
2016.11.1.
《편의점 인간》을 세 해 앞서 장만했다. 그때에는 살짝 훑고, 이제 비로소 제대로 읽었다. 옮긴이 이름을 보고서 이 책을 샀다. 편의점에 드나드는 손님을 다루고, 편의점에서 들리는 여러 소리를 다룬다. 편의점 일꾼으로 지내다가 이곳을 그만두고서는 편의점이 들려주는 말을 듣는 이야기도 다룬다.
《편의점 인간》을 쓴 사람은 곁일(알바)을 했을까? 곁일을 했다면 얼마나 해보았을까?
나는 대구에서 마을가게(마트)를 꾸린다. 혼자서 꾸리기는 벅차기에 일꾼(알바생)을 두는데, 처음 마을가게를 이어받아서 꾸릴 적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몰라서 힘들었고 몸살이 잦았다. 일꾼한테 일삯을 얼마나 치러 주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채 덤터기도 많이 썼다.
마을가게를 꾸리면서 일꾼을 쓸 적에 곰곰이 보니, 적잖은 아가씨들은 담배를 피우더라.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담배를 피울 수 있을 테지만, 나는 마을가게 일을 하기 앞서까지, 담배 피우는 아가씨를 본 적이 없었다. 깜짝 놀랐다. 가게에서 일하다가 담배를 피워도 되나? 가게일꾼이 담배를 피우면, 이곳에 오는 손님이 우리 가게를 껄렁하게 보지는 않을까?
밑일삯(최저임금)으로 말이 많은데, 그리 크지도 않은 마을가게를 꾸리면서 일꾼한테 밑일삯에 따라서 일삯을 매기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크다고 느낀다. 밑일삯이 나쁘지 않다. 밑일삯을 헤아릴 노릇이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마을가게 살림살이를 알거나 살핀 적이 있을까?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살피면서 밑일삯을 잡지 않았을까?
가게일꾼한테 주는 일삯으로 오히려 살림이 버거워서, 한동안 일꾼이 없이 짝꿍하고 둘이 밤낮으로 갈마들면서 일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하니, 많지는 않아도 조금은 남는 듯했지만 몸이 너무 힘들더라.
그리고 가게일꾼이 예쁠 적에는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사내들이 있었다. 가게살림을 보고, 나물을 다듬고, 시렁을 살피고, 빼낼 것과 채울 것을 보는 데에만도 바쁜데, 가을이면 귤상자를 모두 헤집어서 곪은 귤을 솎아내고 다시 상자를 싸야 하느라 엄청 힘든데, 예쁜 가게일꾼 아가씨한테 달라붙는 철없는 사내를 떼어놓느라 거친 말을 해야 하는 일도 힘들었다.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잡는 일도 흔하다. 좀도둑이 참 많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훔칠까? 그런데 가게일꾼으로 일하면서 일부러 셈을 어긋나게 해서 빼돌리는 사람도 있더라. 안에서도 밖에서도 훔치거나 빼돌리는 손이 많아서, 가게살림보다 딴 곳에 마음을 써야 하기 일쑤였다.
어떤 아이는 아직 셈을 안 치른 우유를 먼저 따서 반쯤 먹다가 아무 데나 놓고 사라지기도 한다. 다른 가게에서 훔친 물건을 우리 가게로 가져와서 반품하겠다며 돈을 내놓으라는 사람도 있다. 좀도둑을 지켜보자니, 여느 아저씨나 아줌마보다, 젊은 대학생이 더 많더라. 젊은이들은 돈이 없어서 훔칠까? 훔치면 잘못(죄)이라는 생각이 없을까?
《편의점 인간》을 덮는다. 우리 가게 이야기를 한 올씩 풀어놓아도 소설책 몇 자락이 나올 듯싶다. 아마 다른 마을가게를 꾸리는 분들도, 또 마을가게에서 곁일을 하는 분들도, 저마다 이 삶을 글로 옮기면 다들 소설가가 되고 시인이 되리라.
문득 우리 가게에서 듣는 소리를 헤아려 본다. 가장 큰 소리는 아무래도 노래 같다. 그다음으로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가게 문을 여닫는 소리. 바코드 찍는 소리. 카드 넘어가는 소리. 요새는 현금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드를 대면 삐리리 넘어가는 소리가 나오고, 우리 짝은 딱 세 마디를 한다. “어서 오세요,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새로 물건이 들어오는 날은 부스럭거리는 소리. 상자 뜯는 소리.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골골이 흐른다. 우리나라로 본다면, 김밥이나 도시락보다는 나물이 더 소곤거린다.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 땀방울에 발자국이 그득하다. 편리하다는 편의점 뒤에는 가위 소리에 칼 소리에 저울 소리에 비닐씌우개 돌아가는 소리에 쇠소리도 흐른다. 편의점이나 마트라는 곳은 도시라는 소리일 테지.
2023.09.30.숲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