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롭게 살려낸 한국말사전 2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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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37 자랑하지 않는 글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철수와 영희

2017.10.30.



어릴 적부터 하루글(일기)을 즐겁게 썼다. 아무리 바빠도 쓰자고 여겼지만, 대구로 삶터를 옮기고서 다섯 해 동안 쓰지 못 했다. 새로 맡아서 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내 하루를 글로 쓰고 싶다는 꿈을 키우면서 다시 하루글을 써 보는데, 어쩐지 어긋나거나 엉성해 보인다. 그냥 하루를 쓰면 될 뿐인데, 어떻게 써야 할는지 까마득했다.


아이가 글을 배우듯이 처음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전을 먼저 집었다. 아들이 쓰는 국어사전부터 펼쳤다. 《보리 국어사전》도 읽었다. 이러다가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을 만났다.


이밖에도 《문화상징사전》에 《새문화사전》에 《문학으로 읽는 문화상징사전》에 《베르나르 베르나르 상상력사전》에 《글쓰기 표현사전》에 《문장사전》에 《꿈꾸는 사물들》에 《지식 백과사전》에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에 《우리말의 상상력》에 《동심언어사전》에 수수께끼나 고사성어나 형용사를 다룬 여러 사전을 챙겨 읽어 보았다.


《우리말의 상상력》은 재미있지만, 내가 글을 쓰는 길에는 썩 이바지하지 않은 듯싶다. 여러 사전 가운데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이 쏠쏠하게 글길에 이바지를 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이 《겹말 사전》을 쓴 분이 낸 《우리말 글쓰기 사전》하고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우리말 사전》하고 《우리말 동시 사전》도 챙겨서 읽어 보았다.


하루글을 다시 쓰기로 하고, 내 삶을 노래(시)로도 담아 보다가 《겹말 사전》을 읽어 보니, 내 글에는 일본말씨에 옮김말씨(번역체)가 꽤 많았다. 이뿐 아니라, 먼저 한자로 쓰고 우리말로 풀어서 다시 쓰는 글버릇이 있더라. 한자말을 앞세워서 말해야 글이 멋스럽다고 여긴 셈이고, 문학강의를 하는 분들도 이렇게 쓰라고 알려주었다.


내 글결이 겹말인 줄 알아채고서 하나씩 손질하자니 창피했다. 그러나 이름난 분들이 쓴 책도 다 겹말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쉽고 짧게 쓰면 될 글을, 다들 안 쉽고 안 짧게 자랑하듯이 쓴다.


힘주어 밝히려는 자리가 아니라면, 겹말은 군더더기이다. 글맛을 살리는 길이 아닌, 오히려 글맛을 죽이는 길일 수 있다. 세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늘 느꼈지만, 아이들은 겹말을 안 쓴다. 아이들은 가장 쉬운 낱말을 골라서 저희 마음을 나타내고 저희 생각을 밝힌다. 《겹말 사전》을 읽고, 내 글결을 새로 추스르면서 둘레에서 시나 문학을 하는 분들 말씨를 가만히 짚어 보았다. 다들 자랑하는 말씨이더라. ‘문자 쓴다’는 말처럼, 고사성어나 영어를 먼저 내세우고서, 이 고사성어나 영어를 못 알아듣는다 싶으니 우리말로 쉽게 풀이하는 말이나 글이 수두룩하더라.


이오덕 님은 아이들이 모두 시인이라 했고, 아이들한테서 배워야 한다고 했는데, 나도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에 엄마인 나한테 들려준 말씨를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엄마가 아이들한테 ‘문자 쓴다’는 말씨를 쓸 수야 없지 않겠는가. 아이들이 글자랑이나 말자랑을 하지 않도록, 언제나 아이로서 저희 마음과 생각을 스스럼없이 밝히도록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 내 겹말 버릇을 다 고치지 못한다. 조금씩 고쳐 나가려고 한다. 글결을 추스르면서 곁에 두는 《겹말 사전》을 읽을 적마다, 우리나라에서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는 분들이 꼭 좀 읽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나처럼 아줌마나 아저씨라는 늦깎이 나이에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들도 이 《겹말 사전》을 곁에 두고서 새겨 읽으면 좋겠다고 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처음 글쓰기를 한다면서 우리말을 가까이할 적에는 나부터 잘 알지도 못 하는 낱말을 갖다가 썼다. 이제는 이렇게 안 한다만, 한동안 ‘미사여구’라는 이름처럼, 예쁘게 꾸미는 낱말을 갖다가 붙여야 글이 된다고 여긴 적이 있다.


그런데, 마음 한켠으로는 이 좋은 《겹말 사전》을 둘레에서 몰라보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전을 읽고서 글을 잘 쓸 수 있으면, 내가 쓰는 투박한 글은 묻혀버리지 않을까? 사람들이 다 말을 알맞고 아름답게 쓰면, 작은 아줌마가 쓰는 글을 들여다볼 사람은 사라지지 않을까?


바쁘더라도 틈을 내어 베스트셀러나 유명작가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이분들 글에 겹말이 많고, 예쁘게 꾸미는 티도 많이 보인다. 우리말로 쉽게 쓰는 글은 잘 안 보인다. 자랑하는 글 같다.


나는 자랑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내 삶에 무엇을 자랑할 만하냐 싶기도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를 쓰고 싶다. 쉽게 써서, 우리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고, 여러 이웃들한테 읽히고 싶다.


2023.09.30.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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