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노혜숙.유영일 옮김 / 양문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작게 삶으로 026 한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노혜숙·유영일 옮김

양문

2018.10.30.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늘 앞길을 걱정했다. 스물다섯에 이미 마흔을 챙기려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날이 오면 다 이룰 듯한 생각에 버티기도 했다. 한 푼을 더 모아야 우리 아이 하나 더 가르친다는 생각뿐이었다. 컴퓨터를 배우러 갔다가 이 돈을 아껴서 우리 아이 가르쳐야지 하고 마음을 돌렸다. 꽃꽂이를 하다가도 이 돈 아껴서 우리 아이들 한 달 학원을 보내야지 하면서 그만두었다. 흙을 빚다가도 우리 아이 예쁜 옷 사줄 수 있는데 하고 멈추었다. 나는 돈을 모으려는 마음으로 하루를 그냥 써버린 듯하다. 늘 모레에 모레에 모레만 챙기려던 셈이다.


어떤 사람을 보면, 하루에 몇 가지 삶으로 쪼개며 달린다. 일 초도 오 초도 무턱대고 기다리지 않고 이쪽저쪽 몇 사람 몫으로 일을 하면서 틈새를 아끼는 사람도 있다. 이 몇 초로 한삶을 더 누린다는 마음인지 모른다.


나도 대구에 와서 처음 세 해는 일이 바빴다. 아주 바빴다. 가게에 손님이 많아서 바쁘다기보다는 낯선 일을 맡느라 일이 서툴러서 몇 곱절이나 바빴던 나날을 건너왔다. 벗한테조차 전화할 틈이 없을 만큼 마음은 토막토막 쫓겼다. 하루를 즐겁게 일할 줄을 모르고 하루를 어떻게 하면 버틸지, 그저 버티고 견디기만 했다. 몸이 힘들 때마다 우리 밥줄을 밀어낸 사람을 탓했다. 탓한들 힘든 일이 안 힘들지도 않고, 마음만 스스로 다치게 하는 셈인데, 이 탓질을 오래도록 못 버렸다. 아직 다 버리지 못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통은 고통을 먹고 산다는 말을 조금 알아 간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두 해 앞서 장만했다. 진작 사놓고 이제서야 차분히 읽는데, 괴로움은 괴로움을 먹고산다는 말을 조금쯤 알겠더라. 백 벌쯤 읽으면 저절로 잇는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지금’이나 ‘순간’이라는 말을 안 쓴다. ‘한때’ 나 ‘이제’라는 말로 바꾸어서 쓴다. 여태까지 내 마음은 늘 지나온 일과 앞으로 닥칠 일에만 빼앗겨 왔지만, 이제는 달라지자고 생각한다. 먼먼 앞날도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바로 오늘 하루부터 잘 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바꾸어 간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어떠한 일도 과거 속에서 일어날 수는 없고 과거 일도 지금 속에 일어난 것”이라고 들려준다. 곰곰이 돌아보자면, 내가 여태 품은 걱정이란, 오랜 ‘고름(질병)’인 셈이다. 다가올 날이 조마조마해서 못 견디고, 하루를 왕창 깨트리면서 더 다그치고 부리고 몰아세우느라 스스로 앓았다. 이 책을 읽으면, “시간은 귀중하지 않다”고도 들려준다. 나는 “시간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지냈는데, 아 그렇구나 싶어 부끄럽더라. 달거리를 할 무렵이면 날카로워서 짜증을 부리던 일도 내가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스스로 억누르며 살아온 굴레가 스스로 오히려 더 괴롭도록 부추긴 셈이다. 짜증을 부리던 굴레는 지나간 고름일 뿐이다. 고름은 ‘내’가 아니다. 


자잘한 말에도 얼굴을 붉혔다. 말은 건너가는 징검다리일 뿐인 줄 몰랐기에 으르렁거리며 살지 않았나 싶다. 가끔, 나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하루를 보내는데, 마음속에서 누가 말을 하기도 하고, 마음속에서 누가 나를 지켜보는구나 하고 느낀다. 누가 내 마음을 함부로 쓰지 않도록 속에서 어떤 빛이 나를 지켜보면서 ‘속빛’이 속삭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하는지 모른다. ‘속빛’은 언제나 나를 바라보면서 내 기운을 스스로 잊거나 잃지 않도록 다잡아 주는지 모른다.


사랑이라고 말을 하더라도, 서로 괴롭거나 지친다면, 참사랑이 아니다. 허울만 ‘사랑’이겠지. 다툼이 일어나면 ‘이 순간’이 아닌 어제 일을 끄집어내느라 모든 일이나 말썽이 눈덩이처럼 부푼다. 다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혼자 있고 싶고, 말도 하기 싫고, 고요히 있는다. 그런데 바로 이런 때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만나는 때이지 않을까.


사랑은 길이 아니리라. 사랑은 길을 거쳐 흐르리라. 사랑이 마음속에서 샘솟으면서 들어오는 길을 찾는 일은, 오직 이 한때에 마음을 모으며 나를 바라보려는 일인지 모른다. 해가 빛을 가리지 않고 고루 나누어 주듯, 해님 같은 사랑을 배우고 싶다. 숲에 깃든 풀꽃나무처럼 한때를 살아가면서 내 마음속부터 바꾸어 가는 길을 배우고 싶다.



2023.09.05.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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