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스 - 매와 소년
배리 하인즈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게 삶으로 010 매


《케스-매와 소년》

베리 하인즈 글 

김태언 옮김

녹색평론사

1998.08.20.



나는 어릴 적에 매를 맞았다. 학교에서는 우리가 떠들거나 무엇을 잘못했다고 여기면 책상에 무릎 꿇고 앉으라 시키고는 발바닥을 때렸고, 칠판에 팔을 뻗치라 하고는 엉덩이를 때렸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어른들이 윽박지르면서 매를 드니, 우리처럼 몸도 나이도 작은 아이들은 얌전하게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왜 예전에 학교에서는 말로 부드러이 타이르지 않았을까. 왜 예전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매를 들고 윽박지르면서 나무랐을까. 그런데 매맞는 일은 우리 문화나 역사가 아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나리한테 붙들려 가서 볼기(곤장)를 맞는 일이 있었다지만, 마을에서 어른이 아이들을 때리는 짓은 아니었다. 나라에서 힘으로 아랫사람을 윽박지르는 길이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때부터 매바심이 퍼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학교라는 곳도 일제강점기부터 다닐 수 있었다. 예전에 조선시대에는 양반이나 사대부만 배우러 다닐 수 있을 뿐, 논밭을 짓는 사람들은 따로 배우러 다니지 못 하고, 그저 집에서 어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살림할 뿐이었다. 조선시대 볼기질도, 일제강점기에 퍼졌다고 하는 매질(체벌)도, 알고 보면 힘으로 위아래를 세운 이들이 윽박지르는 힘(무기나 권력)이었구나 싶다.


《케스-매와 소년》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서 매우 시달린다. 또래한테도, 교사한테도, 얻어맞기도 하고 들볶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서양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얻어맞았구나. 그러나 힘이 세거나 이름이 높거나 돈이 많은 어버이를 둔 아이들은 얻어맞을 일도 없고 들볶일 일도 없었겠지.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는, 빈손인 가난한 집 아이들이 얻어맞고 시달리고 괴롭게 살았다.


《케스-매와 소년》에 나오는 아이는, 책이름에 나오듯 ‘매’를 돌보고 품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이 아이한테는 ‘매’가 동무요 말벗이요 한집안이라고 여길 만하다. ‘애완동물’이 아닌, 요즘 흔히 말하는 ‘반려동물’일 수 있고, 어쩌면 ‘반려동물’이란 이름을 훨씬 넘어서는 ‘마음지기’나 ‘곁지기’라고 여길 만하다.


이제 와 우리 집 아이들한테 잘못을 빌 일인데, 내가 어릴 적에 학교에서 으레 매를 맞아 버릇을 하다 보니, 내가 낳은 우리 집 아이들이 뭔가 잘못했다 싶을 적에 곧잘 매를 들었다. 부끄럽다. 나부터 어릴 적에 학교에서 매를 맞는 일이 싫었는데, 어떻게 우리 집 아이들한테 매를 들 수 있었을까? 내가 내 마음과 사랑을 바라보거나 찾지 않았기에, 그만 학교나 사회에 길들었겠지. 아니, 학교나 사회에 길들었어도 나부터 바꾸거나 털 수 있었는데, 아이들을 낳아 돌볼 적에는 미처 여기까지 살피지 않았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쉽게 매를 들어 꾸짖으면 바로바로 넘어갈 수 있겠다고 여겼다.


하늘을 씩씩하게 날아오르는 ‘매’를 품는 아이는 ‘매’한테서 ‘날개(자유)’를 느낄 뿐 아니라, 이 ‘날개(자유)’는 어느 누구한테도 똑같이 주먹질로 앙갚음을 하지 않는 ‘새빛(평등이나 평화)’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아가는 실마리였지 싶다. 집은 사랑이 깃들고 아이가 마음껏 놀면서 배우며 자라도록 학교가 도와야 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알음알음 과외나 학원을 보내며 어버이가 겨루거나 싸우도록 부추기는데, 이제는 이런 짓과 굴레를 멈춰야 한다. 어버이가 돈이나 힘이나 이름이 얼마나 높거나 크거나 많든, 아이들을 함부로 가르거나 따돌리지 않아야 하고, 고루 사랑을 찾고 바라보도록 이끌어야 한다.


더 배워서 더 좋다는 대학에 가면 무엇이 나을까? 더 좋거나 더 낫다는 대학을 마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우리나라인데, 무엇이 나아졌거나 아름다울까? 좋은 직장이나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름은 허울이 아닐까? 숨막히는 싸움터에서 스스로 죽어나가면서 ‘날개(자유)’를 스스로 잊고 ‘새빛(평등이나 평화)’도 스스로 잃는 굴레 아닐까?



2023.08.03.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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