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책 아나스타시아 6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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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삶으로 008 푸른 눈으로 쓴다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

블라지미르 메그레

한병석 옮김

한글샘

2021.5.20.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을 2021년 7월 22일에 처음 펼쳤다. 그날은 머리가 얼음덩이 같고 쩍쩍 갈라지듯이 아팠다. 다섯 시간 동안 책을 읽었지만 반도 못 넘겼다.


두 해가 지난 오늘 다시 들춘다. 오늘은 두 해 앞서처럼 머리가 차갑거나 갈라지듯 아프지 않다. 두 해 앞서는 다섯 시간을 붙잡아도 못 읽은 책인데, 오늘은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다.


책도 때에 따라서 다르구나. 아름답거나 훌륭하다는 책도 스스로 힘들거나 괴롭거나 지치는 날에는 한 줄조차 버겁겠지. 스스로 웃고 즐겁게 살림을 가꾸는 날이라면, 안 아름답거나 안 훌륭한 책에서도 배울거리를 얻을 수 있을는지 모른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즐거운 날에 구태여 안 아름다운 책을 골라서 읽어 보고 싶지는 않다.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에 적힌 ‘가문의 책’이 무언가 했더니, 모든 사람이 저마다 “우리 집안 이야기를 책 하나로 남길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써야 한다”는 줄거리이다. 아이를 낳을 적에는, 남한테 맡겨서 가르치지 말고, 어버이로서 먼저 스스로 ‘아이가 물려받을 살림’을 즐겁고 아름답게 지으면서 고스란히 물려줄 줄 알아야 한다고 들려준다.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아름다운 살림을 물려주자면 ‘3000평(1헥타트)’이 넘는 땅이 있어야 한단다. 이 땅은 풀과 꽃과 나무가 푸르게 어우러지면서, 손수 짓는 땅일 뿐 아니라, 새와 풀벌레와 여러 짐승도 깃들 수 있는 땅이어야 한다고 한다.


의성 멧골짝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 나날을 돌아본다. 우리 아버지하고 어머니는 “우리 땅”을 얻고 누려서 지으려고 얼마나 땀을 들이고 품을 팔았는가. 그때에 나는 우리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우리 땅”에 “우리 집”을 얻고 지으려고 애쓴 품과 땀을 얼마나 알아보았을까?


곰곰이 생각하면, 군것질을 하려고 ‘알 굵은 마늘’을 몰래 빼내어 엿장수한테 가져다주기 일쑤였다. 엿장수는 우리 같은 아이들이 몰래 빼내는 ‘알 굵은 마늘’을 엿 조금하고 바꾸면서 목돈을 벌었으리라. 그런데 그 엿장수도 그 엿장수대로 “우리(엿장수네) 집과 땅”을 얻으려는 품과 땀이었겠지.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을 차근차근 읽는다. 짝을 맺는 두 사람은 오직 사랑이라는 눈빛과 마음일 때에만, 아이가 사랑을 받아서 태어난다고 한다. 속으로 뜨끔하고 지난날 내 모습이 겹치면서 부끄럽다. 세 아이를 낳으며 어머니란 이름으로 살아오기까지, 첫째랑 둘째를 배었을 적에 ‘아직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빨리 들어섰네?’ 하면서 싫으면서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 ‘돈이 비록 적은 살림’이라 하더라도, 첫째랑 둘째하고 오순도순 사랑으로 짓는 우리 보금자리를 짓자는 마음이 옅었다. 너무 부끄럽다.


나를 낳아 돌본 우리 어머니하고 아버지는 어떠셨을까. 집도 땅도 제대로 없던 의성 멧골 깊숙한 데에서, ‘나라는 숨결’을 몸에 처음 품던 어머니는, 또 아버지는, 그 옛날 조그맣고 가난한 멧골집에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힘들거나 배고픈 일이 있어도 조금 더 줄이고 나누면서 함께 살아낼 사랑을 그리지 않았을까. 그러한 사랑이 있었기에 내가 태어나서 자랐고, 나는 어느새 어머니가 되어 세 아이를 낳지 않았을까.


어느 날 둘째(작은딸)한테 《아나스타시아 6 가문의 책》을 읽고서 느끼고 부끄러웠던 지난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제 짝을 만나 따로 살아가는 둘째는 부끄러운 어머니 지난날 마음을 듣고는 울었다. 그래도, 부끄러웠어도 이렇게 부끄러운 줄 배운 마음이라서 털어놓기로 했고, ‘우리가 잠자리에 들 적에, 밝고 맑게 생각을 다스리면서 꿈을 품을 적에 우리한테 찾아와서 태어나는 아이는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말을 내 입으로 들려줄 수 있기도 했다.


아이가 사랑받으면서 태어난다면, 어버이는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리라. “우리 집안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줄거리란, 이런 부끄러운 모습도 감추지 말고 차근차근 되새기면서, 어제를 이은 오늘을 새롭게 바라보고 앞날을 즐겁게 빛낼 사랑으로 그리라는 뜻이겠지. 그러리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은 의성 멧골짝 숲처럼, 오늘은 비록 대구 한복판 아파트라 하더라도 풀꽃을 품고 나무를 그리는 마음을 고스란히 옮기는, 햇빛을 닮고 담는 푸른 눈길로 글을 쓰고 싶다.



2023.08.01. 숲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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