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퀴 달린 ㄱㄴㄷ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평점 :

직관적이고, 상상력이 가득한 그림책
만 4-7세 추천도서
ㄱ, ㄴ, ㄷ 빨간색 자음과 귀여운 종이 아이가 ㄱ~ㅎ타고, 세상을 누비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으로, 사진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이 리얼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어린 연령의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보드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두꺼운 책장을 넘기면, 늘 그맘때 보드북을 보던 첫째와는 달리 언니 따라 얇은 책을 보는 둘째는 두 장 넘긴 게 아니냐며 핀잔을 준다. 두꺼워 훌쩍훌쩍 넘어가버리니, 남아있는 양이 얼마 안 되게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표지에서도 "난 이렇게 보여줄 거야!" 하듯, 빨강 종이로 만들어진 자음과 귀여운 노오란 종이 아이, 그리고 익숙한 배경이 전부다. 글자를 읽지 못하고, 그림을 읽어내는 아이들은 위한 배려일 것이다. 직관적이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 장면이 이야깃거리가 되어준다.

특히나 장면 장면 복잡하지 않지만 익숙한 물체들이 등장하여 아이는 모르는 것이 없다. 예를 들어 'ㄴ'이 나오는 장면을 보자. 바퀴 달린 'ㄴ'(자음 모양 그대로)을 타고, 나뭇잎에 누워 있다. 곁에는 나비가 날아다닌다. 아이가 아는 너무나 쉬운 'ㄴ'들의 집합이다. 그리고 "ㄴ타고 나긋나긋 낮잠을 늘어지게"라고 읽으면 마치 니은만 있는 공간에 있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장을 넘기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책의 의도를 눈치채고 만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사물을 이용한 그림이다. 평소 길을 걷다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사물들의 변신은 아이를 신나게 했다. 나뭇잎이 개구리로 변신하고, 소화기는 코모도 왕도마뱀이 될 때는 특히나 좋아한다. (물론, 엄마가 코모도 왕도마뱀을 한 번에 발음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휴지심 터널을 지날 때면 또 다른 상상에 빠져들기도 하며, 푸른 하늘을 마주했을 때 끝이 왔음을 안다.
낯선 길이 어느새 익숙해지는 순간이 오 듯, 아이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음이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읽어내려가는 날이 오겠지. 오늘은 아이들과 사물에 그림을 그리는 놀이를 해볼 예정이다. 얼마나 대단한 것을 만들어 낼지 벌써 기대가 된다.
<도서만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