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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뇌를 믿지 마세요
최서희 옮김, 이케다 마사미 외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25년 4월
평점 :

<협찬도서> 뇌는 늘 우리를 속인다.
기억은 덧칠되고, 감정은 흐려진다. 반복된 상상은 때로 실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신의 뇌를 믿지 마세요』는 이런 인간의 인지 오류를 다정한 어조로 파헤친다. 수많은 인지 편향을 일상적인 예시와 함께 풀어내며, 뇌의 왜곡을 신기한 현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곧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임을 일깨운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이 간 개념은 ‘오기억’과 ‘상상 팽창’이다.
‘오기억’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그 일이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리는 현상을 말한다. 책에서는 이것을 스스로 실험해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었다. 예의와 관련된 단어들을 빠르게 외우게 한 뒤, ‘예의’라는 단어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물어본다. 많은 독자들이, 그 단어가 없었음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대답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관련된 단어에 쉽게 유도되고, 그 결과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기억조차 사실처럼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오기억’이라는 인지 편향이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말고, 교육적인 맥락에서 오히려 유익하게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 ‘상상 팽창’은 나의 일상적인 감정 반응을 되돌아보게 만든 개념이었다. 반복해서 상상한 장면이 실제처럼 뇌에 각인되어 감정적으로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현상. 내가 책이나 뉴스, 혹은 영화 속 폭력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때 과하게 두려워지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나는 의식적으로 ‘상상 팽창’을 피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다. 감정적으로 매몰되기 쉬운 콘텐츠는 피하고, 뉴스는 사실 중심으로 받아들이되 반복적으로 떠올리지는 않도록 의식적으로 환기한다. 이 또한 책이 직접 가르쳐주진 않았지만, 곳곳에 배어 있는 힌트 덕분에 가능했던 변화였다.
『당신의 뇌를 믿지 마세요』는 단순히 뇌과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나의 생각, 감정, 기억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의 책이었다.
책은 말한다. 뇌를 믿지 말라고, 그러나 나는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당신을 믿으세요.”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