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가라 아이야 가라 2 밀리언셀러 클럽 47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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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그녀가 다시 흐느꼈다. 나는 문득 하느님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 울먹이는 소리는 들었을까? 데빈이 ... 미란다를 읽어주는 소리는? 당신, 도대체 세상에 관심이 있기는 한 거요, 씨발.

 

 

불우한 아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태어난 게 죄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그 속뜻이야 어떻든 사실 잘못된 표현이다. 아무런 기회도 얻지 못하고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아이한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죄는 싸질러놓은 어른들한테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해를 끼치는 부모들에게 분노가 향한다. 분노는 분명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 줄 수 있다. 동시에 분노는 극단적 선택을 이끌어내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불행히도 그렇게 되면 나타나는 양상은 딱 하나다. 뒤틀린 존재나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자신까지 뒤틀려버리는 것이다.

6,70년대 하드보일드 소설과 느와르 영화들이 모호한 선악의 경계를 바탕으로 방황하며 충돌하는 세상을 그려냈다면, 이 소설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많은 가치와 대상이 뒤틀려버린 가운데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세상을 그려낸다. 앞선 세상이 도출하는 결론은 허무와 초연이겠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세상은 좌절과 무기력함을 이끌어낸다. 거대한 절망 속에서 사소한 희망이라도 찾는 게 정말이지 어려운 세상인 셈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늘에 대고 삿대질하는 것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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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한글판) 더클래식 세계문학 1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허승진 옮김 / 더클래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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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마음보다는 나의 이성과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한다네. 하지만 내 마음만이 나의 유일한 자랑이고, 내 마음만이 모든 힘과 모든 행복, 그리고 모든 불행의 근원일세. 아, 내가 아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으니 내가 유일하게 내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이 마음뿐이라네.

(책 본문 중에서)

 

유일한 내 것이자 모든 것의 근원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의미해졌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베르테르는 좌절하고 고립된다.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랑 때문이라 단순화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의 좌절과 고립은 자유로운 개인과 정형화된 사회(또는 제도)의 충돌 때문이기도 하다. 원인이야 어떻든 결론은 하나다. 고통스러운 삶.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의 관점에서 본다면 개인은 그 고통을 극복해내고 사회의 보편적 구성원으로 편입되어야만 한다. 사회가 인정하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르테르의 선택은 다르다. 그는 죽음을 향해 내닫는다. 그에게 자살이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고통만 느껴지는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능동적 수단인 셈이다. 도피 또는 죄악이라는 종교적 제도적 관점과 완전히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랄까.

감정이 차고 넘치는 1700년대 이 독일 소설에서 시선을 문득 이 곳, 이 시각으로 옮겨본다. 지금 이 곳에선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줘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모든 힘과 행복, 불행의 근원이 능력이 아니라 마음이라 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베르테르의 선택은 한낱 웃음거리일 뿐이다. 사랑도 능력에 따라오는 부록에 불과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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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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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투쟁에서 내 최고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를 존속시키거나 폐지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모든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내 행동이 대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하지 않을 것이고, 대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할 것입니다.

(책 본문 중에서)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에 관한 책이다. 소설은 아니지만 워낙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의 이야기인 터라 지루함이 끼어들 새 없이 쭉 읽을 수 있다.

링컨의 관대한 성품, 전체적인 흐름을 살필 줄 아는 넓은 시야,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의지 등 많은 것을 엿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그의 명확한 목표 의식이다. 많은 시련과 견제를 이겨내고 합의와 타협과 조정을 통해 큰 원칙을 지키면서 커다란 대의를 일구어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면 바람직한 정치의 올바른 본보기 중 하나가 이런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기에 과정이 아름답게 보이는 거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연방 통합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많았음에도 링컨이 올바른 목표를 설정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맨 처음 언급한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링컨은 자신의 목표를 과장하지도 않았고 숨기지도 않았다. 당시 남부의 연방 탈퇴로 전쟁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그는 필요할 때마다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그 목표를 대중들과 동료들이 받아들이도록 노력했다. 더 나아가 연방 탈퇴론자들까지 포용하기 위해 힘썼다. 이 모든 것들로 미루어 볼 때 그의 성공은, 목표 설정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고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를 서두르지 않고 제 자리에 정확히 끼움으로써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당연한 결과라 말하는 게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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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 전집 세트 - 전5권 대실 해밋 전집
대실 해밋 지음, 구세희.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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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아저씨들의 이야기. 물론 '팜므파탈'이라 불리는 속모를 여인네들도 등장한다. 서로 얽히고설켜서 물고 물어뜯기고.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양복에 모자 눌러쓰고 담배를 꼬나문, 거칠고 체력 좋고 추리력도 좋은 아저씨들의 이야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하드보일드 소설이 꼭 남자들만 탐닉하는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남자 팔뚝에 불끈 솟아있는 힘줄에 로망을 지닌 여자분들이 있는 걸 보면 여자라고 해서 이런 종류의 소설을 꼭 멀리 할 것 같지만은 않다. 다만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따라가기도 바쁜 판국에 전에 일어났던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알고 있는 듯한 아저씨들의 말투와 행동은 무척이나 눈꼴사나울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판은 그렇게 치밀하게 짜여졌고 그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읽어보라고 초대장을 내민 것을. 내민 초대장을 받아 들였다면 순순히 따라가서 아저씨들의 활약에 박수를 쳐 주는 게 좋다. 어쩌면 진심으로 감탄할 수도 있다. 이 아저씨들 착한 남정네들은 아니지만 의외로 매력 있다. 거친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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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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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선택을 했고, 나 자신을 한 농장과 한 농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진흙처럼 빚기로 선택했죠. 나 자신을 어떤 그릇으로 만든 거예요. 난 그 모양을 알아요. 하지만 그 진흙은 모르겠어요. 삶이 나를 흔들어 춤추게 해요. 난 그 춤을 알죠. 하지만 무용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게드가 한참의 침묵 끝에 말했다. "그렇게 그 춤을, 영원히 추어야만 한다면......" "사람들은 그 애를 두려워할 거예요."

 

 

10개월. 엄마가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배 안에 품는 기간. 말 그대로 일체의 기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세상에 나오고, 엄마가 살아왔던 세상을 배워간다. 그저 먹고 싸고 울 줄 밖에 모르던 아이는 조금씩 변한다. 젖 달라고 입만 벌리던 녀석이 먹을 걸 보면 손으로 덥석 집기도 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장 떡볶이 좌판 앞에서 야무지게 포크를 잡고서 떡볶이를 향해 돌진한다. 입 주위에 조금은 그 양념을 묻히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변하고 성장한다. 엄마는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 허나 때론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정말 내가 10개월 동안 품었던 아이일까? 이 아이가 정말 그 때 그 아이일까? 아이의 자의식이 성장하고 사춘기를 지날 때 즈음, 엄마가 생각하는 아이와 전혀 다른 모습과 마주치게 되면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당혹스러움, 그 정도로 그칠까?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도 쉽지 않은 판에 사람의 본질을 깨닫는 게 만만할 리 없다. 그나마 위에 인용한 게드와 테나의 대화처럼 춤이 무엇인지나 알면 다행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추는 춤마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니 세상 가장 두려운 존재는 자연스레 사람들, 나 자신일 밖에. 삶과 죽음, 조화와 균형 너머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본질에 관한 얘기. 어떤 위치에 있든 우리는 일평생 귀 기울여 배우고 깨닫는 길 뿐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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