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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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선택을 했고, 나 자신을 한 농장과 한 농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진흙처럼 빚기로 선택했죠. 나 자신을 어떤 그릇으로 만든 거예요. 난 그 모양을 알아요. 하지만 그 진흙은 모르겠어요. 삶이 나를 흔들어 춤추게 해요. 난 그 춤을 알죠. 하지만 무용수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어요." 게드가 한참의 침묵 끝에 말했다. "그렇게 그 춤을, 영원히 추어야만 한다면......" "사람들은 그 애를 두려워할 거예요."

 

 

10개월. 엄마가 아이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배 안에 품는 기간. 말 그대로 일체의 기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세상에 나오고, 엄마가 살아왔던 세상을 배워간다. 그저 먹고 싸고 울 줄 밖에 모르던 아이는 조금씩 변한다. 젖 달라고 입만 벌리던 녀석이 먹을 걸 보면 손으로 덥석 집기도 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장 떡볶이 좌판 앞에서 야무지게 포크를 잡고서 떡볶이를 향해 돌진한다. 입 주위에 조금은 그 양념을 묻히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주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다. 그렇게 아이들은 변하고 성장한다. 엄마는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 속에서 기쁨을 느낀다. 허나 때론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아이가 정말 내가 10개월 동안 품었던 아이일까? 이 아이가 정말 그 때 그 아이일까? 아이의 자의식이 성장하고 사춘기를 지날 때 즈음, 엄마가 생각하는 아이와 전혀 다른 모습과 마주치게 되면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당혹스러움, 그 정도로 그칠까?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도 쉽지 않은 판에 사람의 본질을 깨닫는 게 만만할 리 없다. 그나마 위에 인용한 게드와 테나의 대화처럼 춤이 무엇인지나 알면 다행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추는 춤마저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니 세상 가장 두려운 존재는 자연스레 사람들, 나 자신일 밖에. 삶과 죽음, 조화와 균형 너머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본질에 관한 얘기. 어떤 위치에 있든 우리는 일평생 귀 기울여 배우고 깨닫는 길 뿐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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