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이 마루에 경계를 만든다. 그 경계 너머, 그러니까 햇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내가 있고, 경계 안쪽에 고양이가 있다. 나는 도끼눈을 뜨고서 째려보는 중이고, 고양이는 고양이 눈을 뜨고서 노려보는 중이다. 서로를 마주 보는 자세지만 둘은 서로를 보고 있진 않다. 나는 조금 전 발을 내디뎠다가 여전히 뜨거운 햇볕에 놀라 심통이 났고, 고양이는 내가 옆에 팽개친 장난감이 못내 아쉽다. 뭔가 묘한 대치 상태를 깬 건 고양이. 목이 간지러웠는지 뒷발로 아래에서 위로 긁어대기 시작했는데 햇볕을 배경으로 털이 분수처럼 솟구쳐 오른다. 내 도끼눈이 햇볕을 놔주고 고양이를 포착한다. 저 자슥이. 이제 털 가지고 분수 쇼를 하냐? 가지가지 한다, 진짜. 고양이는 네가 뭔 상관이냐는 듯, 잠시 멈췄던 행위를 재개한다. 긁긁.


어제 오후 늦게 산에 오르면서 여름이 떠날 채비를 하고 있음을 알았다. 수풀은 더욱 무성해지고 뜨거움은 여전했지만, 사소한 변화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물을 꽁꽁 얼려서 가곤 하는데 지난주만 해도 이 물을 남김없이 다 마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올 때까지 얼음도 다 녹지 않았다. 또 하나. 산 정상에 있는 모지리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귀신같이 시원한 곳이나 따뜻한 곳을 찾는 게 고양이인데, 고양이가 어떤 자리를 고집하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건 더위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얘기. 여름이 가는구나. 집에선 잘 때 선풍기조차 틀지 않았고, 새벽에 깨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가기까지 했다. 드디어.


햇볕은 뜨거웠지만 적어도 집안에선 그 바깥에 있거나, 그 영역 밖에서 움직여도 땀이 나지 않는다. 여름이 다른 곳에 정신 팔린 게 분명하다. 근질근질한 입을 꾹 다물고 고양이를 보는데, 녀석이 터덜터덜 햇볕이 없는 쪽으로 가더니 철퍼덕 소리가 나게 바닥에 눕는다. 그리곤 냅다 뒹굴 쇼 투척. 뒹굴뒹굴. 연이은 고양이 쇼에 나도 모르게 입이 헤 벌어지고 그 사이로 참았던 말이 삐져나온다.


고양이, 여름이 이제 가나보다.


화들짝. 아, 말하면 안 되는데. 짐을 싸던 여름이 이 말을 듣고 ‘어림없지’ 하며 다시 돌아올 것만 같다. 이번 여름,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요놈의 입이 방정이다. 너 이 자슥, 여름이 보낸 스파이였냐? 고양이를 째려보지만, 알 바 아니라는 듯 배를 까고 누워서 뒹굴뒹굴한다. 고양이, 여름이 다시 고삐를 조이면 다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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