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빗소리에 깨서 열어둔 창문을 닫은 게 오전 6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잠들었다 8시에 일어나서 아침 일과를 마치고 기진한 채 고양이 옆에 드러눕는다. 아우, 허리야. 관절로 인한 중얼거림은 이젠 거의 자동 반사 수준이다. 고양이는 간식을 주지 않아서 살짝 새초롬한 상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줬잖아. 조금만 더 있다 먹어라.
천장을 보고 누워 있으니, 빗소리가 들린다. 정확히는 배수관으로 빗물이 흘러 내려가는 소리, 보일러 연통에 빗물이 투닥대는 소리. 거기에 제습기 돌아가는 소리와 냉장고 소리가 스며들고, 옆집 베란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침범한다. 고양이, 아무리 생각해도 낭만적인 느낌은 없다. 그렇지 않냐? 도시에서 낭만은, 죽기 좋은 날씨구나, 같은 살기등등한 말투에서나 찾을 수 있는 걸까? 대굴. 고양이가 아니라 내가 뒹구는 중이다.
고양이, 아저씨 점심 좀 차려주면 안 될까? 비가 오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말하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이 녀석은 비가 오든 말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녀석인데. 다시 침묵. 부엌 창을 올려다보니 비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다. 그 와중에 산을 배경으로 뿌옇게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귀신 나오겠네. 고양이, 지옥이 꽉 차서 터져버리면 그곳에 있던 혼이 비로 내렸다 다시 증발할 때 저런 모습일까? 힐끗 쳐다보다 고개를 돌린다. 고맙게도 이름을 부를 때마다 한 번씩 쳐다봐 주기는 하는구나. 어이, 고양이. 힐끗. 장난기가 발동한다. 어이, 고양이. 힐끗. 어이, 고양이, 고양이. 빤히. 너희한텐 뭐가 들리고 뭐가 보이니? 알 수가 없네. 대굴. 이번에도 내가 구른다. 점심을 노리는 아저씨와 까까를 노리는 고양이가 대치 중이다. 이건 너무나 뻔한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