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딱 붙어 자리 잡은 침대 아래쪽으로 터널 같은 긴 공간이 있다. 어두컴컴하고 그 끝은 사람 손이 절대 닿지 않을 자리. 엎드려서 그 안을 쳐다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선다.


주말은 바빴다. 일을 마치고 오면 고양이랑 함께 있는 시간도 적을뿐더러 지친 탓에 잘 놀아주지도 못한다. 이번 주말은 특히 그랬다. 토요일은 그래도 좀 정신을 차리고 있었는데 일요일엔 축 처져서 간식만 주고 놀아주지도 못하고 일찍 잠들었다. 월요일 아침엔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 먹고 밀린 집안일하고 났더니 바로 12시. 간식 시간이 지나버렸다. 까까를 외치자 이를 반기는 고양이의 목청이 다른 때와 달리 높다. 반기는 게 아니라 살짝 짜증 난 거 같기도 하고. 청소하면서 어제 남은 과자를 먹었더니 점심을 먹기엔 애매하다. 아침도 늦게 먹었고. 그래서 피자 한 조각을 데워서 마루에 주저앉아 먹기 시작했다. 전방에 고양이 접근. 코는 벌름벌름. 피자에 있던 감자를 떼어 냄새를 맡게 해준다. 그 후 감자는 내 입으로. 피자에 있던 치즈를 떼어 냄새를 맡게 해준다. 다시 내 입으로. 피자 도우, 냄새, 내 입. 뭔지 모르지만 냄새, 내 입. 마지막 빈 접시와 젓가락. 고양이가 터덜터덜 안방으로 들어간다.


설거지하고 주변을 보는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에도 없다. 이상한데. 그러다 아까 안방으로 들어가던 뒷모습이 떠올라 안방 침대 밑 터널을 살핀다. 있다. 정확히는 명확하게 보이는 두 눈이 있다. 고양이, 너 뭐 하냐? 묵묵부답. 한참을 저기 저러고 있었던 거 같은데 말이지. 어디 아픈가? 아니다. 아까 까까도 잘 먹었고, 심지어 사료도 먹었다. 삐졌구나, 삐졌어. 먹을 거(피자) 가지고 장난 쳤다고 삐진 게 분명하다. 간식을 또 줘야 하나? 아닌데, 조금 빠른데. 장난감을 흔들어 봐도 안 나온다. 하아, 제대로 삐졌다.


나와라, 고양이, 아저씨랑 놀자.


침대 옆 벽에 기대앉아 핸드폰으로 이 글을 쓴다. 언젠가 나오겠지.


나와라, 고양이,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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