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거리며 산을 오른다.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확실히 다른 때보다 힘들다. 작년 여름엔 쉬었었는데 올해도 쉴까? 게으름을 피울 생각을 해보지만, 비만 내리지 않으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오를 것이다. 왜?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고양이를 보러 가는 것도 하나의 동기 부여가 되고, 이마저도 안 하면 내 세상의 폭이 너무 좁다. 그거 조금 좁다고 뭐가 잘못되나? 잘못될 건 없지. 그래도 건강은 챙겨야지. 게으르고 싶은 욕망과 부지런해야 한다는 의지가 맞붙지만 딱히 치열하진 않다. 습도에 짓눌려 그냥 바둥대는 느낌이랄까. 바람이 부는 곳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는데. 아니, 저기 그래도 바람 좀.


바람이라도 찾으려고 했던 걸까? 우뚝 멈춰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나무에 붙어있는 허물이 눈에 들어온다. 영화에 나오는 무슨 괴생명체 같기도 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갑자기 매미 소리가 귓전을 파고든다. 아, 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려고 벗어놓은 외피구나. 몇 년 전, 베란다 방충망에 들러붙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던 매미가 떠올랐다. 그 쩌렁쩌렁함에 어찌나 놀랐던지. 고양이는 쟤 누구냐며, 자기가 꼭 한 대 쥐어박아야겠다고 또 어찌나 난리를 치던지. 울음소리를 쫓아 나무를 살피지만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3년이 훌쩍 넘는 땅속 유충 시기를 지나 고작 한 달 정도의 성충 시기를 보내려고 땅 위로 나온 매미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다구요.’ 이 여름에 악다구니로 존재를 증명하는 중이다.


몇 걸음 옮기다 말고 다시 우뚝 선다. 이번엔 왼쪽 성벽 위에 세 마리의 곤충이 있다. 벌인가? 끈으로 꽉 묶어놓은 것처럼 허리가 너무 잘록하다. 몸통이 서로 붙어있기는 한 거야? 또 하나는 메뚜기, 여치? 메뚜기라고 하자. 벌이 메뚜기 몸통을 파먹고 있다. 메뚜기 덩치가 훨씬 큰데. 이미 죽은 녀석이었거나, 아니면 벌침으로 마비를 시켰거나. 벌이 머리통을 들이밀 때마다 메뚜기 한쪽 다리가 들썩거린다. 그리고 개미 한 마리. 덩치가 벌과 비슷하다. 콩고물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동료들을 호출해서 메뚜기를 강탈할 작정일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다 고개를 돌려 산 정상 쪽을 쳐다본다. 우뚝 솟은 바위와 촘촘하게 자리한 푸르름. 아이구야,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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