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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984 (한글판)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55
조지 오웰 지음, 정영수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5월
평점 :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중 대표 격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1948년에 집필하기 시작해서 49년에 출간됐고, 가까운 미래인 1984년을 배경으로 내용을 서술한다. 영국인인 작가는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에서 경찰이란 직업을 가졌었고, 그 후론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 체제나 이념이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지 체험했고, 그 경험과 거기에서 비롯된 생각들을 소설에 그대로 녹여냈다고 보면 될 듯하다.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니, 분명 누군가는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이 소설의 핵심으로 파악할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더 유명한 건 ‘1984’란 소설 제목보다 ‘빅 브라더’란 단어일 거고, 그 단어는 대부분 감시와 통제를 상징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게다가 요즘의 정보통신 기술은 이 소설에 나오는 감시 기술들을 애들 장난 수준으로 보이게 할 만큼 충분히 발달했다. 한 예로 AI와 결합한 거리의 CCTV는 이상 행동(담을 넘는다든지, 일정 장소를 오랜 시간 동안 배회한다든지)을 감지하면 관제 센터의 사람에게 통보하고, 지역 지구대에까지 연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민감하다면, 이 소설에 내세운 감시와 통제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나도 예전엔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 체제가 구성원 개인의 정신을 파괴하고 말살하는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들은 순교자나 아이콘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 개인 내부의 마지막 피신처까지 싹싹 드러내서 텅 비어버리게 만드는 과정. 감시와 통제는 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지만, 말살은 역설적으로 인간적이며 건조하고 치밀하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구속, 무지는 힘.’ 소설에 나오는 당의 표어가 갖는 모순이 말살 과정에서조차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더욱 아팠던 거 같다. 기술적 접근이 아닌 본질적 접근이라서. 그것이 사회 제도의 개혁이 아닌 개인 세계관의 파괴를 위한 수단이라서.
‘개인이 갖는 세계관의 파괴’라고 하니 요즘 우리나라에도 이와 관련된 주제가 하나 있는 거 같다. 세제 개편과 함께 시끌시끌한 부동산. 유일한 투자 수단이자 삶의 목표였던 1970, 80년대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동산은 세대에 따라, 아니, 세대와도 상관없이 개인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띠며 존재해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 2, 30대도 돈을 끌어모을 능력이 있는 개인에 한해서는 부동산에 대한 태도가 과거 세대와 다를 바 없지 싶다. 이쯤 되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 아닌가? 그럼, 개혁이나 개편이 아니라 세계관을 파괴해야 한다는 얘긴데. 뭐, <1984>랑 직접 상관은 없는 문제다. 그래도 궁금은 하네. 윈스턴이 고가 아파트 소유주였다면 끝까지 버텨냈을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