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산을 오를 때마다 땀으로 범벅이 된다. 정상에 도착하면 그 어느 때보다 지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덥고 갈증 나고 힘들고. 그나마 다행인 건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점. 올라오면서 살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주변을 돌아본다. 없다. 내가 찾는 건 주로 삼색이다. 못 본 기간이 길어지면 모지리와 조그만 고등어도 찾지만, 그래도 삼색이만큼은 아닌 거 같다. 최근엔 고양이 자체가 보기 어렵다. 워낙 덥다 보니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인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삼색아~’ 외쳐보고 싶지만 그런다고 알아들을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사람 어른 꼴을 하고서 산 정상에서 그러고 있음 다들 무서워할 거 같아서 참는다. 세상이 세상인지라.


털레털레 산 중턱을 지나 동네 경계 부근 공원을 지나는데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 ‘뭐 하는 거야?’ 약간의 놀람과 당혹함이 뒤섞인 아주머니의 목소리다. 삼색이의 실종으로 혼미하던 정신이 간신히 목표물을 포착한다. 아주머니 한 분과 할머니 한 분. 할머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 벤치에 앉았고, 아주머니는 그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건넨다. ‘뭐 하게, 뭐 하려고?’ 터덜터덜 걸어가며 그저 멍하니 시선을 던지고 있었는데, 보이는 각도가 달라지자, 할머니의 바지가 엉덩이께로 내려와 있는 게 보였다. 아! 상황 파악과 함께 달려드는 복잡한 감정들. 아주머니는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잠깐만 일어나봐요.’ 몇 초 간의 짧은 상황을 돌이키며 생각한다. 치매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급한들 벤치 바로 앞에서 볼일을 보려 하진 않았을 테니까. 아주머니의 만류에 배시시 웃던 할머니의 미소가 머릿속에 각인된다. 무엇인가 빠져나간 존재를 향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움과…. 그런 미소는 기억할 필요가 없는데. 그런데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포착해서 갈무리하는, 이 무의식적 작용의 원인은 바로 그리움. 쳇.


뒤따라오며 처음 울음소리를 들려주던 때. 먹을 거 더 내놓으라고 야옹거리며 한참을 뒤따라오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던 때. 어른 고양이를 보자, 부리나케 도망쳐 자취를 감추던 때. 그리고….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온갖 기억 속을 떠돈다.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아니, 다신 못 보지. 아니, 아니, 그 사람 말고. 하, 확실히 난 반환점은 돌았어.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그 무엇인가를 어렴풋하게나마 끊임없이 의식하는 걸 보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