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해님이 열심히 제 갈 길 가느라 베란다에 햇볕이 살포시 걸쳐 있다. 난 이 날씨에 햇볕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지만, 고양이는 아니다. 까까를 얻어먹은 고양이는 떠나려는 햇볕을 부여잡고 벌렁 드러누워 그루밍을 한다.


막 참치 먹고 그루밍 하면 몸에서 참치 냄새 나지 않니?


볼 때마다 궁금하다. 먹고 나서 그루밍 하는 것은 간식 냄새를 몸에 남기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뒤로 한 채 녀석은 열심히 몸을 핥는다. 앞발을 핥을 때면 언제나 얄미움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너 일부러 나 쳐다보면서 그러는 거지?


볼 때마다 궁금하다. 앞 발바닥을 그루밍 하며 나와 눈을 마주치는 건 나를 약 올리기 위함이 아닌지. 타당한 의혹을 뒤로 한 채 녀석은 자세를 바꿔 등을 핥는다. 몸이 굴러가지 않게 뒷발 하나를 야무지게 끌어안고서 그루밍에 몰두한다.


고양이, 그러고 있을 때 자세 뒤집어지게 다른 한쪽 뒷다리 내가 들어 올리면 때릴 거지?


이건 궁금하지 않다. 예전에 한 번 해봤다가 맞은 적 있다. 고양이한테 맞으면 아프진 않은데 뭔가 의기소침해진다. 하찮음이 내뿜는 후유증이랄까.


잠깐 휴식 중. 그 틈에 질문을 던진다.


고양이, 그렇게 열심히 핥으면 혓바닥에 쥐 안 나냐?


그럴 리 없다는 듯 다시 열심히 몸을 핥는다. 이번엔 배를 할 차례다. 무슨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번쩍 들어 그쪽을 쳐다본다. 혀는 메롱 한 채. 가끔 혀 수납을 깜빡한다. 혓바닥에 쥐가 나는 게 아니라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까? 그러다 베란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 고양이 그루밍을 감상하는 내 모습이 의식에 잡혔다.


고양이, 나는 왜 여기서 너를 구경하고 있는 걸까?


고양이가 나를 불렀으니까. 자기 뭐 하는지 지켜보라고. 정말? 진짜로? 고양이가 그루밍을 마치고 등을 돌려 눕는다.


오구, 오구, 참 잘했어요~ (짝짝짝)


조건반사 급의 칭찬. 고양이는 좋겠다. 뭘 해도 칭찬받고. 삶은 자각과 착각의 연속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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