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은 아침이면 고양이와 나는 가는 방향이 다르다. 베란다 창이 거의 동쪽을 향하고 있어서 아침마다 햇볕이 마루로 담뿍 들어온다. 다른 계절이라면 아침마다 반가운 손님인데 여름엔 아니다. 어찌나 기세가 등등한지 집을 반으로 딱 갈라서 마루와 안방은 후끈하고 그 나머지는 견딜만하다. 나한텐 그렇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닌가 보다. 뜨겁기는 매한가지이나, 그래도 녀석은 일단 햇볕을 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는 베란다 창가로, 나는 그 반대쪽으로 움직인다. 내가 슬슬 햇볕을 피해 부엌 쪽으로 가면 녀석은 나를 쫓아와서 베란다로 가자고 눈치를 준다. 그곳에서 뒹굴며 궁디팡팡을 받고 싶단다. 그럼 끌려가서 퉁퉁퉁 두드리다 햇볕에 정신이 혼미해져 내가 두드리는 게 고양이인지 수박인지 가늠하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난다. 그럼, 고양이는 또 나를 따라와 햇볕으로 나를 몬다.
털도 어두운색이면서 덥지도 않냐? 날 내버려둬라, 고양이!
냐~웅~
마지못해 끌려가다 햇볕에 들어가기 직전 발끝을 살짝 빛의 영역에 넣어본다. 뜨거운데. 나 타서 없어지는 거 아닌가?
고양이, 아저씨 흡혈귀 같지 않냐?
언젠가부터 쓸데없는 소리엔 답하지 않는 고양이다. 분명 한글을 알아듣는다. 녀석 배에 달린 지퍼를 찾아서 꼭 열어 볼 거다. 외계인이 그 안에 있을 거야, 분명. 궁디팡팡과 구박과 연행을 반복한 후 열기에 증발할 뻔한 정신머리를 간신히 부여잡고 탈출에 성공한다. 고양이도 만족했는지 베란다 창턱이 만들어놓은 얇은 그늘 안에 몸을 욱여넣고 그루밍을 한다. 독한 것.
나를 악몽의 끄트머리에서 완전히 빼낸 것도, 내게 일상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웃음을 늘려준 것도 이 녀석이었다. 어두운 외모와 달리 양지의 기운이 꽤나 강한 고양이로세. 저기 말이지, 기왕 그럴 거 조카네 가족이 우리 집에 오면 코빼기라도 내비치면 안 될까? 꼬맹이가 널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루 종일 숨어서 안 나올 수가 있냐? 진짜 독한 것.
음... 나는 만만한 건가? 고양이, 이리 와 봐. 나랑 얘기 좀 합시다. 너, 나를 뭐로 보는 거냐?
꼬리말) 6월에 썼던 글. 요즘처럼 습하고 비 오는 날엔 쨍한 아침 햇살이 그리울 법도 하다는 핑계를 대며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