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았다. 수면으로 내시경을 받을 때마다 신기하다. 옆으로 누워서 '눈 뜨고 계세요. 약 들어갔습니다.'란 얘기를 듣자마자 뭔가 묵직하면서도 살짝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의식이 사라진다. 그리고 눈을 뜨면 회복실. 대개는 입가에 침을 흘리고 있어서 목에 놓인 휴지로 침을 닦는다. 확연히 변한 건 사라진 시간과 흐르는 침뿐. 시간을 침으로 보상받은 느낌이라 굉장히 손해 본 느낌이랄까.


3년 전, 위와 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한 적이 있었다. 대장 내시경 준비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쳤다는 게 다른 때와 달랐고, 확실하진 않지만, 두 군데 내시경을 진행하느라 약의 투입량이 좀 더 많았을 거로 추측해 본다.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때는 차렸다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의자로 가다가 중간에 기억이 끊겼다. 항상 검사받던 곳이라 무의식중에도 이동한 모양이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리번. 응? 옆을 보니 약간 떨어져 남자분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제가 어떻게 여기 앉아 있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하려고 손을 뻗다가 움찔했다. 보통 때 나라면 아무리 궁금한 게 있어도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깨달았다. 아, 지금 내가 수면마취가 제대로 깬 상태가 아니구나. 손을 거둬들이고 무의식적으로 입 주변을 닦고(왜?) 한참을 조용히 앉아 있었다.


검사는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로 가던 그 사이, 선생님이 나를 불러 세웠었다. 내시경 결과 설명을 듣고 가라고. 겉보기엔 내가 아주 멀쩡했던 듯하다. 의자에 앉아서 설명을 들었는데, 마치 흐릿한 망원경을 통해 1:1 배율로 외부를 보는 느낌이었다. “대장엔 문제없고, 예전 검사 결과를 보면 위에 작은 혹이 하나 있었네요?” 그 질문엔 제대로 대답했다. 그다음 어떤 생각이 이어졌다. ‘그건 다 아는 사실이고 그래서 그 혹이 어떻게 됐는데?’ 그런데... 이게 단순히 생각이었는지, 실제 말로 내뱉었는지 분간이 안 되는 거였다. 아무래도 말을 한 거 같은데…. 한참을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만화였다면 하얗게 재로 변해 파사삭 부서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별문제 없다는 얘긴 알아들었다.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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