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끼 고양이의 호기심은 장소, 시간, 대상 불문이다. 3차원 공간을 익숙하게 쓰는 고양이의 능력은 집사가 바닥에 붙어있게끔 가만히 두지 않는다. ***
냥, 전망 좋네. 저 아저씨는 어두워지기만 하면 자. 뭐, 나야 좋고. 음, 저쪽이 여기보다 더 높아 보이는데. 저기로 가볼까? 웃차. 착지 성공. 랄라~ 가만, 위에 가방이 막고 있잖아. 비스듬하게 뛰어야 하나? 이 위에 올라가서 뛰어도 안 될 거 같은데…. OK. 행동은 생각보다 빠르다! 아깽이는 생각 따위 하지 않지. 하나둘, 점프! (팍팍팍. 앞 뒷발 발톱으로 장롱면 긁는 소리) (퍽. 낙하 후 바닥에 퍼질러진 소리) 아이 씨! 오구! 깜짝이야! 우와, 아저씨, 어떻게 그렇게 발딱 일어날 수 있냐? 한 번만 더 해봐.. 옷, 도망이다! 잡히면 죽겠다!
너 왜 자꾸 거긴 올라가려고 하는데?! 생각이 있어? 너무 높잖아!
아깽이가 생각이 있겠냐? 생각 좀 하고 살자, 아저씨. 그리고 고양이가 높은데 올라가는 건 당연한 거라고. 우린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 우리가 얼마나 도도한 종족인데, 아직 그걸 모르는 거야? 아참, 이 아저씨, 고양이에 대해 너무 모르네. 알았어, 알았어. 오늘은 그만할게. 일어난 김에 까까 좀 주면 안 될까? 그냥 자네. 삐졌구나, 삐졌어. 아이고, 생각만 없는 줄 알았더니 소갈머리도 아주 쥐 대가리만 하네. 그래, 그래, 푹 자라, 푸욱 자.
랄라~ 고양이 눈은 어두워도 잘 보이죠~ 아깽이 눈은 신(神)도 두려워하죠~ 응, 저건 뭐냐? (푹푹푹. 문갑 밑을 앞발로 파헤치는 소리) (푹푹푹) 응? 뒤통수가 따가운데? 우악, 아저씨, 그렇게 발딱발딱 일어나지 마라! 간 떨어질 뻔했다! 고양이한테 간이 얼마나 중요한데.
너 또 뭐 하는데?!
아, 왜! 이번엔 겸손하게 아래쪽을 봤구먼, 뭐! 이거 봐라, 아저씨. 이 밑에 이런 거 진짜 많이 있다! 응? 어디 가? (후다닥) 나 응가도 안 쌌는데 그 축축한 건 왜 가져오냐? ... ... 뭐야? 그 축축한 걸로 다 긁어모으는 거야? 다 가지지 말고 나도 하나만 주라!
저리 안 가! 지금 너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잖아! 새벽에 가구 밑 먼지 청소하는 게 말이 되냐!
아 씨, 치사하게. 지 혼자 다 가지려고. 에잇, 치사하다, 너 다 가져라! 소갈머리가 쥐 꼬랑지보다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