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위에서 자다 고양이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2시. 주변에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운 거야? 컴컴할 땐 안 보이는 게 이 녀석 장기긴 하다. 식탁 불을 켜고 돌아보자, 녀석이 보인다. 소파 머리맡 아래쪽에서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중이다. 저기서 울었으니 내 귀에 울음소리가 꽂혔지. 눈빛에 담긴 기대에 부응하기로 하고 간식을 준비. 닭가슴살 트릿이다. 크기가 좀 큰 편이라 잘게 부셔준다. 그냥 주면 침만 묻히고 안 먹는 불상사가 생기곤 한다. 자기 침이라도 일단 입에 들어갔다 나온 건 먹지 않는다. 생각하지 말자. 열 받는다.


즐거운 간식 타임에 이은 응가 타임. 이어지는 우다다. 응가 싸서 기분이 좋은 건지, 어린 시절 응가 싸고 내게 쫓기던 트라우마가 있는 건지. 이젠 그러려니 한다. 잠이 들락 말락 하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퉁’ 하는 소리. 이상하다 싶어 마루로 나갔더니 고양이가 방충망 너머 베란다를 주시 중이다. 방충망을 앞발로 짚었다가 발톱이 걸렸는데, 억지로 빼내며 난 소리 같았다. 심상찮다. 베란다 불을 켜고 조심스럽게 나가서 살피는데 단번에 시야에 잡히는 검은 존재 하나. 밝은 베이지색 타일 위에 검은 바퀴벌레. 와, 존재감 어쩔 거야! 고양이, 크기는 네 앞발만 한데 존재감은 너를 압도한다. 내 말에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후다닥 뛰어 들어오지만, 갑자기 급선회하더니 조그만 날벌레를 향해 돌진. 바퀴벌레를 쫓아갈까 봐 순간 움찔했던 놀라움도 잠깐, 급격하게 퍼져 나가는 실망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아, 진짜 너는 길에서 너를 발견해 준 그 이모한테 평생 고마워해야 한다. 베란다 밖으로 연행되며 징징대는 고양이 소리를 들으며 농담 반 한숨 반으로 투덜거린다. 생각하지 말자. 열 받는다.


바퀴벌레 사냥 끝. 고양이는 베란다로 통하는 마루 창과 안방 창을 오가며 방정맞은 구경꾼 역할에 끝까지 충실했다. 불 끄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났다.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꾸 생각난다. 고양이기에 망정이지 사람이었으면 진짜 얄미움이 하늘을 찌를 뻔했다. 적어도 내가 하나는 확실히 틀렸다. 이 순간만큼은 녀석의 존재감이 세계 최강이다. 아우, 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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