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 도심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빈부격차
리처드 플로리다 지음, 안종희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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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도시의 승리>의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대척점에 있다기보단 관점이 다르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역시 도시화에 희망을 걸고 미래가 있다고 본다. 그 점에선 두 사람이 같다. 하지만 <도시의 승리>는 도시의 장점에 초점을 맞춘 채 그 장점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고 보며,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다른 것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같은 느낌으로 바라본다. 이에 반해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도시에 발생하는 위기, 특히 빈부에 따른 지역적, 경제적 격리와 중산층의 소멸이 자칫하다간 도시의 모든 장점을 삼켜버릴 수 있다고 여긴다. 게다가 그 위기가 바로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그 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한다. 책의 내용을 자세히 요약하는 건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번 <도시의 승리>는 이런 취향을 무시한 채 책의 소개에 충실했지만, 이번엔 하던 대로, 내 맘대로 써 보겠다. 아래 내용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하거나 아니면 직접 읽어보시길. 자, 내 갈 길 가겠다.


고양이 마을이 있다. 해발 300m가 넘는 산 정상. 성곽이 정상을 휘돌아 나가고 길이 잘 닦여있으며 적절한 볼거리와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 접근성까지 갖춘 곳이다. 사시사철 사람들이 꾸준히 오르내리며 차나 자전거는 접근할 수 없다. 고양이 처지에선 최적의 장소다. 어린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았고, 입소문이 났는지 꼬맹이 고양이들이 계속 뒤를 이었다. 이곳의 고양이들은 등산객들에게 삥을 뜯는 것을 주요 직업으로 삼는다. 성곽 바깥쪽이나 정상 부근에서 잠을 자다 때가 되면 슬슬 본업을 위해 정상으로 출근한다. 좋은 기반 시설과 훌륭한 주변 환경과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되는, 고양이 특급 마을이다.


귀여운 고양이를 끌어들이고 삥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이 마을의 장점이겠으나 모든 일에는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슬슬 고양이 밀도가 올라가면서 경쟁력에 차이가 발생한다. 귀여운 고양이는 더 많이, 그렇지 않은 고양이는 더 적게 삥을 뜯어 삥의 격차가 벌어진다. 정상 부근 한정된 토지로 인해 휴식 공간 또한 차별화가 이루어진다. 힘없고 약한 고양이는 점점 정상 주변에서 밀려남으로써 삥의 기회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진다. 그뿐인가? 냄새 나는 고양이 화장실 근처로 내몰리는 고양이도 생긴다. 더 있다. 소문을 듣고 어른 고양이라도 등장하면 기존 꼬맹이 고양이들은 속절없이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다행히 어른 고양이는 이곳에 상주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자기 영역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을 싫어해서 잠깐씩 정상을 차지하다 지나칠 뿐이다. 하지만, 이 잠깐의 순간이 쌓일수록 기존 어린 고양이들의 기회는 박탈된다.


그렇다면 고양이 마을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정을 할 수 있을까? 재개발? 의미 없다. 고양이는 환경을 중시하지만, 사람처럼 새집이나 지대를 추구하지 않는다. 저소득 직업군을 한 차원 높은 직업군으로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삥의 기회를 늘려주면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등산로 초입에 고양이 간식을 지참하도록 푯말을 세우는 식으로 등산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 투자?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서 사람의 손길은 필요 없다. 자연 그 자체가 훌륭한 기반 시설이자 거주지다. 물론 그것은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한정된 정상 공간으로 인해 혜택받은 지역의 확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 교육까진 필요 없겠으나 중성화 후 방사는 고려해 볼 여지는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산꼭대기에서 포획해서 수술 후 다시 산꼭대기에 방사해야 하니까. 자손이 계속 늘어난다면, 어미 세대에 비해 어렵게 살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지역에 권한 이양? 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다. 특히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중앙정부인 척, 공공의 이득인 척 행동하지 말고, 고양이의 삶은 고양이에게 맡기는 게 좋다. 여름에 화장실 근처를 지나다 냄새가 난다고, 어른 고양이가 나타나 털 날리는 추격전을 벌여 소란스럽다고 민원을 넣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다만 그 산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필 필요는 있겠다. 과거 일본 어느 지역에서 산에 늘어나는 고양이를 방치했다가 원 거주 동물인 삵의 개체수가 급감한 적이 있었다. 고양이한테 별 영향을 주지 않는 바이러스가 삵한테는 치명적이었던 까닭이었다.


재미 삼아 자주 다니는 산의 고양이들을 모델 삼아 이 책의 이론을 적용해 봤다. 저자는 주로 미국의 도시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도시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해법이 아니다. 당장 저 고양이 마을도 그렇고(흠...), 대한민국 서울에 적용해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정책이 있다. 한 예로 저임금 노동자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 중에서 프랜차이즈 형태가 특히 많다. 흔히 접하는 편의점, 치킨, 카페가 그렇다. 이런 곳은 장사의 이익을 본사와 나눠야 하지만 최저임금의 상승분은 고스란히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무작정 높게 책정하면, 저임금 노동자가 중산층으로 올라갈 기회를 엿보는 만큼 자영업자는 몰락할 위기로 내몰리게 될 거다. 그러니 단순히 자리바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향상을 원한다면 추가적인 대책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빛이 있고 존재가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를 외면하고 사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그림자가 슬금슬금 커지더니 존재 자체를 에워싸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요즘이다. 결국엔 존재를 잠식할까? 날뛰는 자본주의를 보완해서 나눔과 공존을 실행해야 할 시기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공존’이란 단어가 힘을 쓰지 못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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