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놀이 중이다. 일명 쥐꼬리 잡기. 깃털이나 어떤 물체를 위에서 덮어 가리고 그 끝을 살짝살짝 내어 보이면 고양이가 그걸 잡겠다고 앞발로 툭툭 치거나 달려와 덮치는 놀이. 엉덩이를 실룩대며 점프해서 덤벼들기도 하고, 갑자기 작전상 후퇴인 건지 후다닥 안방으로 달려 들어가기도 한다. 얘기를 들어보지 않아서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다만. 그러다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그동안 고양이가 쌓아 올린 이미지는 이렇다. 마루 저 끝에서 지켜보다가 내가 노트북을 끄면 신나게 뛰어오거나. 최애 간식을 먹을 때면 나보다 앞서 간식 그릇이 놓일 자리로 종종종 뛰어가거나. 장롱 위로 올라가겠다고 야심 차게 점프했다가 근처에도 못 가고 떨어지거나. 그래 놓고 창피했는지 느닷없이 방 밖으로 뛰어나가거나. 코끝에 붙은 벌레를 찾지 못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거나. 장난감에 얻어맞고 무서워서 도망 다니거나. 대략 귀엽고 하찮은 녀석. 그런데 입양 전 처음 이 녀석을 봤을 때 색깔 때문인지, 내 얕은 지식 탓인지 하필이면 검은 재규어를 떠올려버린 것.
시작은 그냥 실소였다. 깃털 잡다가 갑자기 귀 바짝 붙이고 낮은 자세로 후다닥 뛰어 후퇴하는 녀석을 보는데, 동물의 왕국에서 봤던 고양잇과 맹수들의 뜀박질이 떠올랐거든. 어떤 맹수들과 비교해도 너무 가당찮은 가벼움에 내 웃음마저 사뿐히 입가에 걸쳤을 뿐이었다. 그러다 떠오른 게 톰과 제리. 마루에서 미끄러지며 잔발로 달리는 게 영락없는 톰과 제리의 추격전 뜀박질 모습이었다. 미소가 커다란 웃음으로 변했다. 다시 뛰어나온 녀석이 내 웃음소리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걸 느꼈는지 ‘으응’ 소리를 내더니 저쪽으로 달려가 버린다.
미안, 미안. 널 보고 재규어를 떠올렸던 것도, 톰과 제리를 떠올렸던 것도 다 내 잘못이다. 사과는 해보지만 나 자신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웃음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