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 쿵쾅, 우웅웅. 웨에앵~.


바로 위층이 집수리를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뭔가 심상찮다 생각했는데 9시가 되니 본격적인 소음이 시작된다. 우리 집 쫄보 고양이는 하늘이 무너진다고 여겼는지 침대 밑으로 들어가 코빼기도 안 보인다. 느닷없이 부여된 나만의 자유시간. 시끄러워 정신은 없다만 묘하게도 예고가 된 소음이라 거슬리진 않는다. 그에 반해 과거 윗집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문소리, 커다란 목소리 같은 층간 소음은 정말 신경이 쓰였었다. 사람 심리라는 게 참. 그러고 보니….


비슷한 경험이 있었네. 쿵쾅거리고 삐걱대는 내부의 소리를 외면하며 언제 무너질까 두려워하던 시절이. 외부가 아닌 내면이 진원이었지만 그 시절 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운 채 낯을 찌푸리고 지냈다. 잠재되어 있으나 불규칙한 출현이 어찌나 삶을 위축시키던지. 그러다 폭발하면, 거슬림 따윈 없었다. 그저 분노에 몸을 맡기고서 오로지 돌진. 하지만 불사르고 난 후 풍기는 냄새는 결코 유쾌하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았다. 그런 시절을... 어떻게 지나쳐 올 수 있었을까?


작년, 나 역시 집수리를 했었다. 아파트는 지은 지 30년쯤 됐고, 이곳에 산 지는 20년이 넘었다. 물이 새고, 마루는 들뜨고, 천장은 내려앉고. 수리를 시작하고 4주 남짓의 기간 동안 아래층으로 연결된 화장실 배관이 새는 바람에 그 또한 급하게 고쳐야 했다. 주말이었지만 냄새가 심하게 나서 지체할 수도 없었고. 집수리를 마치고 며칠 후 비가 내렸는데 바로 베란다 천장에서 물이 샜다. 심지어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우리 집 문제가 아닌 당시 위층에 살던 분들이 손을 써야 할 문제였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본인들 집으로 향한 누수만 해결했고, 아래층에 사는 내게 향한 누수는 외면했다. 그렇게 자신만을 추스르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나 또한 그랬을까? 주변을 돌아보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 시절, 나 역시 그랬다면 그 미안함을 이제 와서 어찌해야 하나.


고양이가 슬쩍 나오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겁을 먹고 경계하면서 땅바닥에 바짝 붙은 자세로 저만치 사사삭 달려간다. 그렇게 납작 엎드린다고 무너질 하늘이 널 안 덮치겠니? 이번 수리가 끝나면 베란다로 새는 빗물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거다. 수리하는 동안 다른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있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수습되었으면 한다. 내가 느낀 미안함을 굳이 공유할 필요는 없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