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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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특히나 그 자리에 남겨진 자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선사한다. 슬픔, 후회, 그리움, 아쉬움. 예기치 못했던 이별이라면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훨씬 더 격렬할 테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떠나간 존재를 한 번만이라도 더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 못했던, 또는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다신 보지 못할 모습과 소리를 마주하며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려보고 싶어 한다. 그러면 휘몰아치는 감정들을 누그러뜨린 채 남겨진 그 자리에서 한 걸음이라도 내디딜 수 있으니 말이다.

 

'아우 참, 이제 엄마랑 어디 같이 못 다니겠네요.' 그 말이 나도 모르게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온 순간, 바로 알았다. 이 순간. 내가 죽기 전까지 절대 잊지 못할 거라는 걸.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다 어머니 손가락 하나가 문틈에 끼었다 빠진 일이 생겼고, 그때 생긴 상처를 보면서 화도 나고 안타깝기도 해서 툭 하니 내뱉은 말이었다. 나이 들어 움직임이 둔해지고 덩달아 자신감도 떨어진 건 정작 어머니였는데 나는 왜 그토록 모진 말을 했던 걸까? 집에 와서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데 어머니가 머뭇거리며 질문하셨다. '이제 나랑 어디 안 갈래?' 그날 밤, 달이 떴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달을 보며 슬픔을, 눈물을 가슴에 되새겼다.

 

엄마를 다시 보게 되면, 사랑한단 말은 지금도 하지 못할 거 같다. 참 무뚝뚝한 아들내미다. 그래도 손을 잡고 공원을 같이 산책해야겠다.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면서 꽃구경도 하면서. 꼭 손을 잡고서.

 

남겨진 그 자리에서 한 걸음 내딛기. 떠난 존재들도 남은 자들이 그러길 바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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