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 - 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
토머스 프리드만 / 창해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 기사, 나라 등 다방면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필자는  타임즈지의 국제 문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여 많은 나라를 방문했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장관에서부터 빈민가의 헐벗은 민중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며 세계화를 보는 역량을 키웠다.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 번 생각해 보지도 않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필자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인도에 사는, 저울을 가지고 다니며 무게를 달아주고 1달러를 받는 여성이라든지, 브라질 열대 우림속에 사는 벌목꾼의 이야기같은 것들 말이다. 혹은 아주 다급한 순간에서의 러시아 관리의 이야기나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의 고위 간부의 행적도 볼 수 있다. 종종 필자는 스스로가 소설을 쓰듯, 체제가 전혀 다른 러시아의 장관과 미국의 재무 장관과의 만남을 상상해서 쓰기도 한다. 이래저래 폭 넓은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냉전시대 이 후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를 주로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알려 주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98 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뒷 배경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어서 세계가 어떠니 저떠니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또 외국자본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다 나가게 됐는지를, 왜 그런 위기가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시 나날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의 공채를 무분별하게 사들여 폭삭 망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되 버리고 마는 거대 은행들의 행보도 흥미로웠다. 막연하게 은행이라면 안전하게 돈을 굴려 이윤을 낳는 곳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돈이 나올 가능성이 보이니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다 때려 넣어 버리는 은행과 각 종 금융기관의 모습을 보니 돈에 관해선 오직 자신 밖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세계라는 넓은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을 관심을 갖고 지켜 봤다. 대체로 좋은 소리는 안 나왔다. 이제 그럭저럭 중진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나라. 완전한 혁신을 이루고 세계화 체제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 한다면 일본의 장기 불황이 남의 얘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느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얘기가 별로 안 나오고 아시아에선 일본 얘기만 많이 나와서 좀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 돌아가는 부분의 지식이 별로 없다보니 증권 얘기 나오고, 무슨 무슨 펀드네 어쩌네 하는 얘기들을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 쪽의 지식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고 깊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제 얘기 중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아직 만들어 지지도 않은 헐리웃 영화가 어떤 식으로 채권화가 되어 자본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지를 설명한 대목이다. 열편 정도의 영화를 뽑고 그 중에 몇 편은 성공, 몇 편은 본전, 몇 편은 쪽박. 이런 식으로 나누어 적절한 손익 분기점을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돈을 꾸고 또 채권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채권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이 사게 된다.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돈을 속히 모을 수 있고 고객은 여러 편의 영화가 한 데 묶여 있기 때문에 망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모든 부분에 대한 채권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잘 형성되있고 시장의 위험에대한 정보 또한 예전 몇몇 전문가를 통해서만 공급되었던 것 과는 달리 이젠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주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언급한 위의 부분들은 참 좋았다. 문제는 하권의 중반부터 시작된다. 참고로 말씀을 드리자면 이 책은 상,하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총 800 페이지에 달한다. 하권의 중반부터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책 던져버리고 싶었다. 배알이 꼴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는데 마지막에 역자후기에서 역자 또한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의 시스템이 전 지구상에서 가장 좋다. 가장 빨리 발달할 나라이고 이 세계 발전의 원천적인 힘을 제공한다. 따라서 국제 경찰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아 가능한한 덩치를 줄이고 세계 일에 간섭하지 마라. 그냥 너는 시장의 기본적인 질서만 유지하고 모든 건 시장이 알아서 할 수 있게 하라.' 라는 이런 식의 주장을 하지마라.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소리다. 전 세계적으로 반미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건 이유없는 주장이고 잘 모르고서 하는 소리다. 언제 어디서나 사회 부적응자가 있는 것처럼 이들 또한 비슷하다.

대충 이런 내용이 하권 중반부터 끝까지 이어져있었다. 나는 대략 한 두 파트에서만 이런 눈꼴 사나운 내용을 보기를 원했는데 끝까지 필자는 밀어 붙였다. 덕분에 책에 대한 좋은 인상이 구겨져 버렸다.

세계화의 시작과 확산되어 가는 과정.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인을 적절히 필자는 설명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반대 의견을 소개 하지만 미약하다. 세계화와 미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의 시각에서 책은 쓰여졌고 나와는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화려한 경험은 딱딱한 사회과학 이론을 탈피하여 매우 흥미롭게 다채로운 상식들을 제공한다. 책을 읽는 내내 각 국을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필자의 직업이 부러웠고,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이(다소 편향되 있긴 하지만.) 부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기 - 인류 최대의 적
앤드루 스필먼 외 지음, 이동규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을 맞이해서 이 책을 읽었다.

효과적인 모기 퇴치법을 알려주진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기의 유해성과 모기와 인간과의 끊질긴 투쟁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모기 전문 곤충학자가 글을 쓴 것 같은데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가끔 생소한 한자어 표현이 있지만 바로 옆에 한자가 명기되 있어 뜻을 아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쪽수도 두껍지 않은데다 삽화가 들어가 있어 시각적으로 재미있고 술술 넘어간다.

모기로 인해서 무수한 사람들이 죽었다. 말라리아, 황열병, 학질 따위의 병들을 모기는 옮기는데 이로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본격적인 구제가 시행되기 이전 아프리카, 남미, 인도 등지에서 수 만의 사람들이 죽었다. 의학 과학이 발달하기 이 전 당시의 지식인들조차 모기라는 조그만 생물이 강력한 질병을 옮기는 줄 미처 알지 못 했다. 주변을 소독하고 나쁜 공기가 원인일 것이라 짐작하고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병을 잡으려 기력을 소진했다. 때론 이것이 인종차별을 야기하는 방향으로 엉뚱한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했다. 병의 근원이 불결한 흑인에게 있다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오인했다.

과학은 결국에는 구제법을 제시했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구제법으로서 모기를 다스려 병을 막을 순 있지만 이것은 한 편으론 질병에 대한 면역성의 부재를 가져온다. 식민지의 원주민들은 어느 정도 위의 병들에 대한 면역성이 있었지만 새로 침입한 서구 열강은 면역성이 없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참혹했다. 원주민들이 면역성을 가지게 된 것은 병에 노출된 자연스런 상황속에서 어느 샌가 얻어진 결과 였다. 모기를 철저히 막음으로서 병과 차단되고 이것은 면역이 형성될 기회를 잃게 한다. 다시금 병이 발병한다면 결과는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다.

세계에서 벌어진 각 종의 전쟁에 대해 이 책은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흔히 전쟁이 벌어지고 그것을 학교에서 배우게 되면 우리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에만 주목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부분을 기술한다. 서구의 아프리카, 남미, 인도에 대한 진출, 1,2차 세계대전 등 각 종의 전투속에서 때때로 전쟁의 성패는 병력이나 무기의 우수함에 있지 않았다. 우습게도 새로운 풍토속에서 발병한 전염병때문에 실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상대국도 비슷한 상황속에 있어 더 이상의 전쟁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속에서 전염병을 잡는 일이 더 시급해진 것이다.

발병을 막기위해 전문인력이 투입되고 전략이 세워져 결국에는 모기를 구제해 내고야 마는 장면은 소설보다 극적이다. 재난영화 속에서 멋진 주인공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재난을 떨쳐 내는 장면을 목격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소설보다 극적인 일이 논픽션의 세계에 많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소설을 멀리 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 말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은 모기를 완전히 잡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모기라는 생명체는 이에 맞춰 진화할 것이고 그 속도를 넘어서 씨를 말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책의 말미에 인류보다 앞서 지구상에 등장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모기에 대한 경이가 나오는데 나 또한 책을 읽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지만 매우 성가신 모기에 대하여 조금은 생각이 바뀔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에게는 공통적인 심리가 있다. 이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은 주위의 사람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사업적인 부분에 이용함으로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심리학적 지식에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만 어디에 유용한 정보가 있는지는 알 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찾아 보기는 하지만 단편적이며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려운 심리 전공서적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벼운 심리서적들은 유행에 편승해 쓰여진 것이 많으며 허술하기 짝이없다.

이 책은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의 공통적인 심리를 설득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를 다양한 예를 통해 밝히고 있다. 매 장의 끝에는 심리기교에 당하지 않는 법을 소개하고 적용예를 듦으로서 다각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한다. 각 장은 큰 제목과 작은 제목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되있어 앞에 제시된 개념들이 뒷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를 자연스레 알 수가 있고 설령 대충 읽었다 해도 몇 번이나 개념이 반복 제시되어 복습 아닌 복습을 할 수 있게한다.

책의 내용은 어떤 면에서는 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느낌도 있다. 책에 등장한 여러 예시들은 인터넷과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들이 고도로 발달되 있고 이에따라 각 사회 계층과 직업군간의 장벽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지금의 이 시대에 어느 정도나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책 속의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매우 도덕적이며 간단한 이론 대로만 움직이는 듯 보였다. 간단한 심리전으로도 곧 자신의 주관은 포기가 되고 심리전에 휘말리게 된다. 현란한 심리전을 펼치는 세일즈맨이나, 식당 종업원, 사이비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주인공들은 손해를 입게 되고 사태가 지난 뒤에야 '어쩌다 이리 되었지' 하고 어벙한 의문을 가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용산의 뛰어난 판매자들은 인터넷상에서 뭇 매를 맞고, 뛰어난 심리전략으로 막대한 판매고를 기록한 다단계 업체들은 책과는 달리 그 폐해가 거론되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어 버렸다. 책에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이런 저런 영업이 꽤 잘 먹히는 듯 묘사되 있지만 실생활에선 인정사정 없이 무시되 버리기 일쑤이다.

물론 그렇다고 책 속의 모든 예들이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적용된 예들이 대개가 1900년 중후반의 것이다 보니 지금과는 상황이 달라졌고 이에 따른 변화폭을 고려하여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따라서 책 속의 심리 전술도 이에 맞게 더 치밀하게 발휘되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사람이 움직이는 동인을 다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심리상태에만 국한시키고 있는데 이것도 좀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데 있어 굳이 다른 요인을 들지 않고 경제적인 부분만을 생각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입게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단순히 이러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기계적인 시각만으로 사람이 행동하는 부분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책의 머리말이 설명하고 있 듯 이 책을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지식뿐이 아니며 오히려 말하는 태도나 표정, 분위기, 순간의 상황 등 외적인 요인이 더 크다. 이런 부분은 책으로는 얻어질 수 없으며 책에 설명된 기본 이론을 중심으로 하나 하나 실험해 보면서 체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설득의 기술이 요구되는 영업직종의 분들이 보시면 더 많은 도움이 되진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의 명성을 처음 들은 때는 군대시절이었다.

우연히 신문지 하단에 크게 '지의 거인'이라는 이름으로 소개가 되어있던 것을 보았다. 3만권의 책이 보관되 있는 개인 서재 빌딩이나 몇 십권의 책을 쓴 그의 이력,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무수한 독서량 등은 책에 대한 관심이 있던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강한 흥미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보게 된 것은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오늘이다. 이런 저런 일들로 그에 대한 관심은 가슴 한 편에 밀어 두었지만 몇 년이나 지나는 세월동안 가끔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 그를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늘 궁금해 왔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는 책의 제목을 보면서 나는 이 책이 저자 자신의 독서담을 나이가 들어가는 시점에서 정리한 자서전 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좀 달랐다. 300 여 페이지가 좀 못 되는 분량에 몇 편의 칼럼과 그의 서재 빌딩, 그의 친구의 글, 그와 인터뷰한 내용이 전부였다. 칼럼들도 꽤 오래전에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망했다. 그러면서도 값은 12000원에 이른다. 출간일이 2002년이었는데 웬지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최근 집필이 아니라면 그의 글을  더 추가해서 체계를 꼼꼼히 세웠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성도 중간에 엉뚱하게 그의 빌딩 전경과 인터뷰 내용이 있어 흐름을 끊는 느낌이었다. 어떤 주제를 세우고 주제에 맞게 그의 자료들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몇몇 그의 기고글들을 끌어다가 짜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광고는 대문짝만하게 그의 일본내의 명성을 빌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기성 책이다.

책 자체에 대해서는 실망이 크지만 그의 글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 책에 대한 견해,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지의 거인 답게 그는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그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방법들을 똑같이 따라하면 혹 그처럼 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곧 그건 뱁새가 황새 좇아가는 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다.

출생 이 후 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은 책과 어울리기에 더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숱하게 많은 책을 어린나이에 읽었고 대학 이 후엔 직업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서 자료를 다루고 정리하는 기술을 익히고 책을 섭취, 소화, 배출하는 체계적인 기능을 습득 발달 시키고 있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독, 탐독가가 된 것은 지에 대한 개인적인 열정과 거기에 더한 전업작가로서의 의무때문이었다. 마감일을 지켜 원고를 써야 하고 의뢰 받은 원고를 위해 수 많은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을 상대해야 했던 그는 정말 죽어라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그의 철저한 성격까지 더해져 지금의 '지의 거인'이 되고 만 것이다.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저자 자신도 글이라는 것은 너무 추상적이어서는 안 되며 정보를 압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언어를 사용해서 쉽게 써야 한다고 밝힌 것 같은데 이 책은 이에 부합한다. 어렵지 않게 읽혀지며 그의 생각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국 내,외 많은 책들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저자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주관적인 비유를 남발 함으로서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독서를 하면서 아울러 묵상까지 하게 만드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역자후기를 보니 번역하신 이언숙 님도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때로는 반나절이나 고심을 거듭해서 정성을 다했다고 하니 책이 직관적이며 눈에 잘 들어오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리를 해보면 이 책은 읽기가 평이하다. 그러나 체계적이지는 않으므로 그저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인물의 단편적인 인상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가 쓴 글은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하나의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책을 읽지만 왜 책을 읽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 사람이 지를 흡수하고 흡수하다 보면 과연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종착역에 대해 궁금하신 분, 엄청난 독서광의 풍모를 엿보고 다시금 독서에 대한 열의를 상기시키고 싶으신 분, 공부에 대한 혼란 가운데에 있는 중,고등 학생에게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교 읽기의 자유 - 상상력으로 읽는 종교, 종교로 상상하는 문화
박규태 외 지음 / 청년사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신앙 서적은 아니지만 종교에 관한 책이다. 신앙 서적은 몇 권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생각이 은연중에 적용된 탓 인지 처음엔 적응이 잘 되지 못 하고 생소했다.

여러 명의 필자가 공동 집필을 하였고 각 필자가 작성한 30 여편의 칼럼이 3 장으로 나뉘어 수록되 있다. 종교의 특수성때문인지 칼럼은 확실한 결론이 별로 없었고 사회의 핫 이슈를 다루었음에도 뜨뜻 미지근하게 어중간한 결론을 내린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들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성격상 가타부타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초반에는 종교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나름대로 필자는 친절하게 알려주려 하지만 기원전 이전의 고대 종교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뜬 구름 잡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중반 이 후 부터는 친숙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개고기, 낙태, 마녀 등 등.) 읽기는 수월해지고 약간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흥미 위주로 글을 쓰고 있지 않으며 종교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냉정히 객관적으로 쓰고 있는 터라 무언가 김이 빠진 듯 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희자된 자극적인 이야기들에 노출된 경험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고대의 종교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이에 대한 부가 설명이 부족하다. 고대에 등장했던 신이나 생소한 개념이 제시 되는데 이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어 이야기의 요지를 파악하기 어렵고 필자가 어떤 식으로 이것과 이슈를 연결시키고 있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글에서 종종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적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쉽다.  다른 책에서 못 보았고 일상 생활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어 오랜만에 국어사전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어휘력을 늘릴수는 있었지만 단어들이 생소한 감이 있어 실제로 사용할 일은 별로 없을 듯 하다.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신앙과 믿음이라는 관점이 아닌 종교학적인 견해를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단편적인 이해가 아쉽기는 하지만 나중엔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되진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