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와 올리브나무 1 - 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
토머스 프리드만 / 창해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양한 사람, 기사, 나라 등 다방면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필자는  타임즈지의 국제 문제 칼럼리스트로 활동하여 많은 나라를 방문했고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났다. 장관에서부터 빈민가의 헐벗은 민중에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며 세계화를 보는 역량을 키웠다.  책을 보고 있노라면 한 번 생각해 보지도 않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까지 필자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인도에 사는, 저울을 가지고 다니며 무게를 달아주고 1달러를 받는 여성이라든지, 브라질 열대 우림속에 사는 벌목꾼의 이야기같은 것들 말이다. 혹은 아주 다급한 순간에서의 러시아 관리의 이야기나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의 고위 간부의 행적도 볼 수 있다. 종종 필자는 스스로가 소설을 쓰듯, 체제가 전혀 다른 러시아의 장관과 미국의 재무 장관과의 만남을 상상해서 쓰기도 한다. 이래저래 폭 넓은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냉전시대 이 후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를 주로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알려 주는데 흥미로웠던 것은 98 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뒷 배경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고등학생이어서 세계가 어떠니 저떠니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또 외국자본들이 어떤 경로로 들어왔다 나가게 됐는지를, 왜 그런 위기가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시 나날이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의 공채를 무분별하게 사들여 폭삭 망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되 버리고 마는 거대 은행들의 행보도 흥미로웠다. 막연하게 은행이라면 안전하게 돈을 굴려 이윤을 낳는 곳 쯤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돈이 나올 가능성이 보이니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다 때려 넣어 버리는 은행과 각 종 금융기관의 모습을 보니 돈에 관해선 오직 자신 밖에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세계라는 넓은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을 관심을 갖고 지켜 봤다. 대체로 좋은 소리는 안 나왔다. 이제 그럭저럭 중진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나라. 완전한 혁신을 이루고 세계화 체제에 걸맞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 한다면 일본의 장기 불황이 남의 얘기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느꼈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 얘기가 별로 안 나오고 아시아에선 일본 얘기만 많이 나와서 좀 아쉽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 돌아가는 부분의 지식이 별로 없다보니 증권 얘기 나오고, 무슨 무슨 펀드네 어쩌네 하는 얘기들을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 쪽의 지식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고 깊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경제 얘기 중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아직 만들어 지지도 않은 헐리웃 영화가 어떤 식으로 채권화가 되어 자본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지를 설명한 대목이다. 열편 정도의 영화를 뽑고 그 중에 몇 편은 성공, 몇 편은 본전, 몇 편은 쪽박. 이런 식으로 나누어 적절한 손익 분기점을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에서 돈을 꾸고 또 채권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채권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이 사게 된다. 영화사의 입장에서는 돈을 속히 모을 수 있고 고객은 여러 편의 영화가 한 데 묶여 있기 때문에 망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모든 부분에 대한 채권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시장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잘 형성되있고 시장의 위험에대한 정보 또한 예전 몇몇 전문가를 통해서만 공급되었던 것 과는 달리 이젠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여 많은 사람들이 주주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언급한 위의 부분들은 참 좋았다. 문제는 하권의 중반부터 시작된다. 참고로 말씀을 드리자면 이 책은 상,하 두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총 800 페이지에 달한다. 하권의 중반부터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이 이어지는데 솔직히 책 던져버리고 싶었다. 배알이 꼴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는데 마지막에 역자후기에서 역자 또한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의 시스템이 전 지구상에서 가장 좋다. 가장 빨리 발달할 나라이고 이 세계 발전의 원천적인 힘을 제공한다. 따라서 국제 경찰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아 가능한한 덩치를 줄이고 세계 일에 간섭하지 마라. 그냥 너는 시장의 기본적인 질서만 유지하고 모든 건 시장이 알아서 할 수 있게 하라.' 라는 이런 식의 주장을 하지마라. 그건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 소리다. 전 세계적으로 반미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건 이유없는 주장이고 잘 모르고서 하는 소리다. 언제 어디서나 사회 부적응자가 있는 것처럼 이들 또한 비슷하다.

대충 이런 내용이 하권 중반부터 끝까지 이어져있었다. 나는 대략 한 두 파트에서만 이런 눈꼴 사나운 내용을 보기를 원했는데 끝까지 필자는 밀어 붙였다. 덕분에 책에 대한 좋은 인상이 구겨져 버렸다.

세계화의 시작과 확산되어 가는 과정.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인을 적절히 필자는 설명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반대 의견을 소개 하지만 미약하다. 세계화와 미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의 시각에서 책은 쓰여졌고 나와는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화려한 경험은 딱딱한 사회과학 이론을 탈피하여 매우 흥미롭게 다채로운 상식들을 제공한다. 책을 읽는 내내 각 국을 방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필자의 직업이 부러웠고,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이(다소 편향되 있긴 하지만.)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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