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 비룡소의 그림동화 158
윌리엄 조이스 글.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2년 11월
절판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빨간옷의 할아버지 '놀스', 머리맡에 숨겨든 이를 가져가고 선물을 넣어주는 이빨 요정 '투스', 행복한 꿈을 만들어 주는 잠의 요정 '샌드맨' 그리고 부활절 달걀을 이곳저곳 숨기고 있는 부활절 토끼 '버니'까지, 아이들을 지키는 '가디언즈'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잭 프로스트'는 아직이라고 해도, 이들을 '가디언즈'로 모은 달의 요정은 존재할테고, 그 시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환상적인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즈>의 공개와 함께 비룡소에서 나온 윌리엄 조이스의 원작 그림책 『달빛 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은 이러한 궁금증을 쏴악 풀어주고 있다.





밤마다 우리를 비추고 있는 달은 처음부터 저런 모습이었을까? 아주 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단다. 소망도 행복도 꿈도 마음만 먹으면 모두 이루어지는 황금기’라고도 불리던 아름다운 시절에 '문클리퍼호'는 밤이 되면 달로 변신을 했다. 아름다운 우주배, '문클리퍼호'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달빛 왕자가 살고 있었다. 달빛 왕자는 달빛 기사의 수호를 받으며 악몽이란 걸 모른 채 살아왔단다. 악몽을 모르는 아기라니.. 악몽의 신 '피치'는 '달빛 왕자'를 데리고 와 '악몽의 왕자'로 만들려고 문클리퍼호를 공격하여 우주를 대 혼란에 빠뜨리고 엄마와 아빠, 달빛 기사의 생명을 모두 앗아간다.




홀로 남은 달빛 왕자는 아름다운 깃대가 모두 사라져 버려, 어두운 달만 남은 곳에서 달로봇, 달생쥐 등과 함께 지내며 지구 근처를 맴돈다. 그래도 달빛 왕자는 친구들과 지구 아이들이 보내온 풍선들 덕분에 행복했다. 그러던 중 풍선에 들어있는 아이들의 꿈을 들으면서, 어린이들이 밤을 무서워하고 악몽을 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깜깜한 밤, 달빛 왕자는 달빛을 밝혀 지구 어린이들을 어둠 속에서 지켜 주고, 악몽을 쫓아 주고 싶어한다. 검은 달위를 걷다가 달 표면에 있는 돌맹이들을 툭툭 건드리면서 달빛왕자는 어린시절 달빛기사가 왕자에게 뿌려주던 꿈모래를 생각하면서 달의 표면을 덮은 돌맹이들을 걷어내어 눈부시게 환한 지금의 달을 만든다.




달을 보면서 악몽을 물리칠 수 있다면, 달이 동그랗게 차오르지 않은 날이나 흐린 날 밤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달빛왕자는 자신과 함께 지구 어린이들을 지켜 줄 가디언즈를 찾고, 빨간옷의 산타클로스 놀스, 부활절 토끼 버니, 이빨 요정 투스, 잠의 요정 샌드맨을 모아 가디언즈를 만든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 달빛 왕자와 가디언즈의 탄생』이다. 이런 기발한 이야기는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을까? 작가, 윌리엄 조이스는 “산타클로스랑 다른 요정들은 친구야?”라는 딸의 호기심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12년 동안 치밀한 구상 끝에 그림책 뿐 아니라 읽기책 등 다수 책으로 출간했단다. 이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하나의 바운드리에 묶였는지 궁금했었는데, 중심엔 사랑받으면서 자란 '달빛 왕자'가 있었다.


원작 그림속 '달빛 왕자'는 자라서도 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분명 어른이지만 귀엽다. 달빛 왕자 뿐 아니라 달 로봇, 달 생쥐들과 함께 왕자를 재워주는 달 나방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달빛왕자를 지키는 달 생쥐들과 달빛 왕자의 부모를 닮은 별까지 오고가는 달 나방.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사랑이 넘쳐난다. 그 사랑으로 다른 이에게도 사랑을 넘치게 줄 수 있다. 자신과 함께 하는 아이들도 아닌 머나먼 지구별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가디언즈'를 만드는 달빛 왕자. 달빛 왕자의 중심에 있는 사랑이 달을 환하게 만들고, 가디언즈를 만든 근간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건 가디언즈만의 의무는 아닐것이다. 지금 곁에서 함께 하는 어른들이 주는 사랑 역시 가디언즈의 힘만큼 강한 에너지파를 발산할테니 말이다.


“우리의 목숨을 걸고 어린이들의 소망과 꿈을 지켜 주겠습니다.
어린이들이 곧 우리 자신이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며,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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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황조윤 지음 / 걷는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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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천만을 돌파했단다.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을 더 좋아하기에 영화를 꼭 찾아서 봐야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누가 하선과 광해를 연기하고, 중전과 도승지를 연기하는지, 사월이를 누가 연기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내 머릿속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필림이 돌기 시작하였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이 책속의 지문들을 대본 삼아서 그렇게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었다.

 

 

『승정원일기』에서 사라져 버린 광해군 8년, 15일간의 기록. 『조선왕조실록』광해군 8년, 1616년 2월 28일 기록에는 이런 말이 남아 있단다.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이 작은 단서 하나로 또 다른 광해가 탄생했다.  광해가 감추려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분명 광해의 이야기이지만, 광해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림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혼란이 극에 달했던 광해군 8년, 서인과 소북 세력의 견제와 독살 위협에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자를 찾아오라는 밀명을 내린다.  기방에서 광대놀음으로 돈을 벌던 ‘하선’을 찾아낸 허균은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놀랍도록 닮은 하선을 왕에게 데려간다.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왕의 대역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일개 만담꾼이 단 몇시간 이라도 왕이 먹는 진미를 먹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주머니도 두둑해 지니말이다.  처음엔 그랬다.  왕이 독살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왕이 쓰러지고 도승지는 광해가 깨어날때까지 하선을 왕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저 하룻밤 광해가 수락산으로 안개시를 만나러 가는 그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하선은 전면에 나서야만 한다.  도승지의 지시에 따라 광해의 말투와 걸음걸이를 따라하고, 대신들과 마주해 경연을 주관하고, 하선은 멋도 모르고 왕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도승지의 말만 들으면 되는줄 알았는데, 하선의 눈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유정호가 누구이기에 도승지와 중전은 그를 살리려 하고, 다른 이들은 그를 죽이려 하는것일까?  모두들 잘 살수있고, 공편하다고 생각되는 법들이 왜 양반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그깟 사대의 명분이 무엇이오. 대체 무엇이길래 2만 명의 백성을 사지로 내몰면서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이오? 조선의 관리라면, 백성들이 부모라 칭하는 왕이라면 그리 해서는 안 됩니다!  살기가 힘들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그렇게 비루하게 살지언정,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대들이 무엇이기에, 사대가 무엇이기에, 귀하디귀한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오! 과인은 그들을 살려야겠소.(p.212)

 

 분명 왕의 대역일 뿐이었던 하선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도승지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만 당황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러지 아니하던 왕의 목소리에 왕의 힘에 고개를 떨구는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왕이 되어서는 안되는 남자가 왕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만담꾼이던 이 남자의 목소리에 왕의 위엄이 깃들어있고, 이 천한 남자가 진정 왕이 되기를 꿈꾸기 시작한다.  하선은 그저 "주상께서 돌아오시면 모든 게 잘 될 거라 생각했소. 원래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인물이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또한 나는 재물을 얻어 다시 내 자리고 가면 되니 모두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p.193)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모든게 변하기 시작한다.  꽃같은 중전을 멀리하고 곰보투성이의 안상궁을 찾는 왕도 이해할 수가 없고, 자기 살자고 남을 죽이는 이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게 옳은 것일까?

 

 영화가 천만을 돌파한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다.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는 것은 두말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의 시기와 딱 맞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영화와 함께 기획되어져 영화와 다른 반전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재탄생한 역사소설이다. 러닝타임 동안 다 보여 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역사 기록에 근거해 풍부한 에피소드로 구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광해, 하선, 허균뿐만 아니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내면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또한 왜 광해가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대동법과 호패법이 광해와 신료들의 권력 다툼에서 쟁점이 된 이유는 무엇이며, 끊임없이 역모 사건이 이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허균은 왜 역적으로 몰리게 되는 것인지 등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의구심을 독자 스스로 해소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설명하였다고 출판사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광해-왕이 된 남자, 미공개 엔딩신 (출처:CJ엔터테이먼트)

 

 영화를 아직 못 보았기에 영화속에서는 하선과 중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은 다시 일어난 광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허균의 이야기를 펼쳐준다.  도승지 '허균'을 계속 읽으면서도 그가 내가 알고 있던 '홍길동전'의 '허균'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역사소설임에도 그저 동일한 인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몇일전에 영화의 미공개 결말이 나왔다.  책속에서 만났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하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과는 다른 결말을 나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길 바랬던 것은 역사이지만, 소설이니까.  주인공이 조금은 행복해진다고 해서 픽션이 논픽션으로 변화하진 않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왜 하선이라는 인물에 그토록 열망하는지를 대선을 앞둔 지금, 대권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 살자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또 죽어야 한다면, 그렇게 사람 목숨을 장기판의 졸처럼 대하는 것이 왕의 길이라면 나는 싫소. 내 꿈은 내가 꾸겠소.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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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개 장발 웅진책마을 44
황선미 글, 김은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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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 속에서 어째 이런 별종이 나왔을꼬.  요 녀석은 벌써 털이 다 자란 것 같아. 아주 까맣게 뒤덮였잖아. (p.10)

 

 신작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나온지가 꽤 된 책이란다.  재출판 되면서 삽화가가 바껴서 신간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황선미 작가는 워낙에 유명하신 분이시니 당연히 읽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었는데, 딱 <마당을 나온 암탉>속 '잎싹'이 생각나는 그런 글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황작가님은 동물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시는지 모른다. 아저씨가 부르는 '장~'이 내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발은 누렁이에게서 태어난 새까만 털로 뒤덮힌 강아지였다.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미 개에게 무시당하고, 형제들에게 따돌림을 받지만 장발은 유일하게 아저씨가 이름을 붙여준 강아지 였고, 아저씨의 손자 동이가 좋아하는 강아지였다.  아저씨도 아줌마도 없던 어느날, 개 도둑이 장발의 모든 가족을 훔쳐가 버렸다.  개 도둑이 내밀은 음식을 먹은 엄마개, 누렁이와 새끼 강아지들을 우리에 실고가는 개 도둑을 장발은 그렇게 쫓아갔지만, 개 도둑의 신발 한짝만 가지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장발은 목청씨네 집 씨어머가 되어 목청씨의 용돈벌이로 새끼들이 팔려나가는 걸 그저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목청씨를 원망하고 목 놓아 울어도 보고, 목청씨의 팔뚝을 물기까지 했는데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제 장발은 목청씨를 미워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나마 가장 듬직한 새끼 한마리를 보내진 않은것을 감사해야 할까?

 

 나머지 새끼 한마리를 팔려고 하던 날, 장발은 보왔다.  자신의 엄마개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간 개 도둑을.  개 장수, 김씨.  그 사람에게 아이를 넘길 수가 없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가족들속에 장발의 아이가 들어가는 것을 장발은 원치 않았다.  짖고 또 짖고 목 놓아 울었는데도, 마지막 아이가 팔려나가 버렸다.  그런데, 새끼가 사라져 버렸단다.  개 장수를 물고 사라져 버렸단다.  개 장수와 개 장수 부인이 목청씨 집으로 와서 새끼를 내 놓으라 난리가 났는데, 개 장수 부인의 눈에 마당에 걸려 있던 개 도둑 신발 한짝이 보였다.  자신의 남편 신발이라고.  이제 목청씨는 왜 그렇게 장발이 개장수, 김씨만 보면 짖어데는지 알아 버렸다.  

 

"그럴줄 알았어. 우리 장이는 제법이지.  목청씨가 중얼거렸다."  크지도 않은 그 소리를 장발은 용케 알아들었다. 그러자 목구멍이 턱턱 막힐 만큼 치밀던 화가 차츰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 번번이 슬프게 하고, 화나게 하고, 혼자 남게 만든 사람이라 장발은 목청씨를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곁을 떠나지 못했고 끝까지 미워 할 수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p.156)

 

  이렇게 오랜 세월 서로의 곁을 지키면서 길들여지지 않을 것 같던 장발도 외롭고 쓸쓸한 목청씨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목청씨도 장발을 단순히 개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게 된다. "너와 술을 나눠 먹다니. 쓸쓸한 이 마당에 같이 있는 게 바로 너라니... 허헛 참..."(p.166) 처럼 목청씨애개 장발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 목청씨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면서 식구들은 장발을 돌볼 수가 없게 된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장발.  목줄에 메어서 평생 미워하고 원망만한 목청씨를 떠올리는데, 자기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간 주인으로만 여겨졌던 목청씨의 목소리가 거짓말 처럼 달팽이 계단에서 '장~'하고 들려온다.

 

 목청씨와 장발의 이야기는 인간과 씨어미의 모습이 아닌 친구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외로움을 가지고 함께 늙어가는 두 친구.  땜장이 냄새가 나는 목청씨와 씨어미로 새끼들이 팔려나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던 장발.  물론 이들만의 이야기만 나온다면 황선미 작가의 글이 아니다.  '장발'에게서 '잎싹'이 떠올려진 이유는 장발과 함께 등장하는 동물들 때문이었다.  담장 위의 도둑, 늙은 고양이. 언제나 조심하지 않으면 새끼들을 죽일 수 있는 그녀석은 장발을 무서워하면서도 경외하는 것처럼 보인다.  목청씨의 누이동생이 데리고 온 시누님은 어떤가?  어찌나 시끄럽던지, 정신이 없는데 이 씨암탉, 시누님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매번 늙은 고양이와 시누님의 싸움이 신물이 날정도로 지겹다 했지만, 둘의 치열한 싸움끝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나니, 이들 역시 친구였다는 것을 장발은 알게 된다.

 

 

 황선미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그녀의 아버지가 키우시던 장발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책 속에 나오는 달팽이 계단 역시 아버지가 만드셨다고 작가의 글중에 나와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일러스트 작가, 김동성이 그려낸 삽화는 흑백 사진 속 추억을 떠오르게 만든다.  장발이 갓 태어난 새끼 때부터 다 자라 어미 개가 된 모습까지 바뀌는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 흑백 슬라이드처럼 마음을 훑고 지나가고,  출판사의 변처럼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없는 거리에서 평생 서로를 바라보는 주인과 개의 관계를 한 폭의 그림 안에 담아 낸 것 처럼 보인다.  지금은 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지만, 어린시절 집에서 키우던 우리집 개가 생각이 나고, 아이에게 목청씨의 친구가 되어 평생을 같이하는 장~같은 친구 하나 있어도 좋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쩜, 목청씨에게 평생에 친구였던 것 처럼, 동이에게 장은 추억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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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에 햇살 냄새 난 책읽기가 좋아
유은실 지음, 이현주 그림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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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냄새를 맡아 본적이 있나요?  엄마들은 햇살을 참 좋아해요.  물론 저도 그래요.  출근을 하다가도 볕이 좋은 날은 옥상에 빨래를 널지 않아서 아쉬워요.  집에 있는 날엔 볕이 좋으면 어김없이 빨래를 해서 옥상으로 가지고 가지요.  옥상에 너는 빨래는 참 빨리도 말라요. 볕에 마르고, 바람에 마르고.  잘 마른 빨래에선 집안에서 말린 빨래와는 다른 냄새가 난답니다.  뽀송뽀송한 감촉과 함께 햇살 냄새가 나지요. 그 행복한 경험때문에 빨래방이 생기고, 고층 아파트에 베란다 너머로 빨래를 널지 못하게 할때면 참 슬퍼져요.  아니, 미국이나 유럽에 살지 않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그래도 아직 대한민국에선 빨래를 너는게 자유로우니까요.

 

 

 유은실 작가님이 <내 머리에 햇살 냄새>라는 멋진 이름에 책을 가지고 돌아오셨어요.  어쩜 이렇게 제목이 고울 수 있을까요?  머리에 햇살 냄새가 어떨지 눈을 감고 상상으로 맡아 보세요.  우리 집 작은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가 있든 없던 꼭 엄마를 찾아요.  가끔 집에 있는 날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는 너무나 씩씩하지요.  그리고 아이의 머리곁에서 맡아지는 냄새가 햇살 냄새예요.  어찌나 볕속에서 뛰어 놀았는지, 땀냄새도 나지만, 그 냄새가 너무 좋아서 아이를 꼭 안아 줄 수 밖에 없어요.  유은실 작가님도 알고 계신가 봐요.  아이가 어린시절 즐겨읽던 책중에 사토 와키코의<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라는 책이 있었어요.  책 표지를 보면서 생각났던 책이 그 책이예요.  빨래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엄마가 도깨비까지 빨아서 빨래집개로 빨래줄에 널어 놓는다는 이야기인데요, <내 머리에 햇살 냄새>의 표지는 그 책을 생각나게 만들어요.

 

 <내 머리에 햇살 냄새>는 유은실 작가님의 동화집이예요.  동화집은 여러 동화가 들어있는 책을 말해요. 이 책엔 도를 좋아하는 아이, 백일 떡, 내 머리에 햇살 냄새, 기도하는 시간. 이렇게 네편의 동화가 실려 있어요. 책 한권에 네편의 동화가 실려있다니 정말 좋죠?  짧아서 혼자 읽기도 어렵지 않아요. 비룡소 '난 책읽기가 좋아' 3단계로 되어 있어서 조금 글 밥이 많은것 처럼 느껴지긴 하지만, 짧은 글들로 되어 있는 책이라 독서레벨 2단계 정도로 느껴져요. 유은실 작가님은 칭찬을 참 많이 듣는 작가님이에요. 한국어린이도서상, IBBY 어너리스트 수상작가이기도 하고요, IBBY 어너리스트를 수상할때는 '있는 그대로의 삶'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리는 어린 인물들의 모습을 잘 형상화했다. 세련되고 상징적인 접근으로 한국 동화의 미래를 짐작케 하는 작품을 써냈다.”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어요.  대단하지요? 이런 분이 4년만에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 머리에 햇살 냄새>에요.

 

 '도를 좋아하는 아이'는 항상 '나도'를 외치고 있는 지수이야기에요.  아마도 지수는 '나도'라는 말로 관심을 받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백일 떡'은요 보배 같지 않은 갓난쟁이 동생 보배를 받아들이는 지민이에 이야기지요.  백일 떡은 백명이 먹어야 한다는데, 보배는 아프고, 떡은 돌려야하고 수줍은 많은 지민이에겐 어려운 문제래요.  '내 머리에 햇살 냄새'는 책의 타이트롤을 맡을 정도로 고와요. 지하방에서 사는 예림이가 햇살 가득한 날 가족들과 함께 햇살을 가득 받는 내용인데,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을 먹겠단 소망으로 저린 다리를 참으며 기도하다 다 녹어버린 아이스크림때문에 울어버린 선미의 이야기 '기도하는 시간'이 있어요.  식사시간에 기도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데, 기도를 해 주고 싶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집 아이들도 제가 기도를 한다고 하면 조금 싫어하는 것 같아요. 선미 이야기를 읽고는 기도는 짧게를 속으로 외쳤지요. 

 

  출판사에서 낸 글을 읽다보니, 책 속의 주인공들이 "이런 게 모두 우리의 행복이예요"라고 말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읽으면서 맞다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아이나 동생이 태어나고 무심해 진것같은 부모님을 보고있는 아이도 지하방에서 햇살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사는 아이도, 가족을 위한 기도보다 아이스크림이 중요한 그 나이의 아이도 모두 우리 아이들이더라구요.  아니, 꼭 우리집 아이들 같았어요.  '머리카락에 스며든 햇살 냄새'라는  <내 머리에 햇살 냄새>를 타이틀로 하고 있지만, 이책은 기뻐 팔짝팔짝 뛸만큼 행복한 이야기만 들어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도 세상은 세상이더라구요.  좋은 것만 보고, 기쁠 수만은 없으니까요.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무한한 햇살을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걸 알면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내 머리에 햇살 냄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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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할아버지가 생기다 미니 미니 8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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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니 시리즈 8번째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생기다>.  미니의 할머니가 어떤 분이었던가?  감수성이 풍부하시지만, 삐지기도 잘하시는 분이 미니의 할머니다.  미니에게는 할머니가 한 분 밖에 안계시다.  할아버지는 한 분도 안계시다.  그래서 미니는 무척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다.  미니는 할머니를 매우 좋아하지만 할머니가 늘 편한건 아니다.  할머니는 무척 감정이 잘 상하시는 분이시니까.  오빠 모리츠가 할머니의 새 모자에 대해 "무슨 모자가 그래요?" 한마디만 하면 할머니는 당장 표정이 샐쭉해지며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으신다.  이렇게 '마음이 다친'날에는 편두통도 심하시다.   할머니가 미니네 집에 와서 편두통이 생기신 날에는 가족들 모두 아주 다정하고 공손하게 할머니를 대하려고 노력을 한다.  까치발을 하고 가만가만 걸어 다니기도 하고 엄마는 라디오를 꺼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적어도 이 주에 한 번씩은 또 누군가 실수를 하고 만다.  왜 할머니가 표정이 쌜쭉해지며 한숨을 푹푹 쉬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사소한 일일 때가 많을 정도로 할머니는 감수성이 풍부한 분이시다.  아빠는 할머니에 대해 "우리 불쌍한 어머닌 웃고 싶을 땐 지하실로 내려가시지!"(p.12)라고 이야기 하시지만, 미니가 몇번 지하실 정리할 때 할머니를 도와드렸는데, 한 번도 웃지 않으셨다. 

 

 

 미니는 미니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시는 할머니 집에 놀러가기를 좋아한다.  할머니 때문이라기보다는 츠비켈씨 때문이다.  츠비켈씨는 할머니 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하시는데, 늘 기분이 좋으신 분이다.  미니에게 농담을 하고 장난도 치시고, 게임을 할때는 츠비켈씨를 보고 웃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그렇게 재미있는 츠비켈씨를 두고 할머니가 이 주일 동안 온천 요양을 하시면서 사랑에 빠지셨단다.  할머니의 그림엽서는 온통 루디씨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루디씨하고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춤을 추고, 포도주를 마시고. 미니는 할머니와 루디씨가 궁금한데, 할머니 집앞에 츠비켈 씨가 계시는게 아닌가. 이제 츠비켈씨는 웃지 않으신다. 게임을 해도 번번히 미니가 이기고 게임을 하면서 미니에게 장난을 치시지도 않으신다.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꽃을 들고 할머니한테 갔는데, 세 시간 동안이나 루디씨 이야기만 하셨단다. 게다가 저녁엔 루디씨와의 약속이 있다고 가버리셨단다. 미니는 츠비켈씨가 좋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몰라서 캐서롤을 먹으러 집으로 가야겠다고 한다.

 

 루디씨는 어떤 분일까?  막시가 루디씨를 안단다.  이웃집에 사는 분은데, 끊임없이 결혼할 여자를 찾는다고 막시네 할머니가 비웃었단다.  막시의 베티 숙모하고도 사귀고 싶다고 하셨단다. 왜 그러셨을까?  옛날에 루디 씨는 어떤 은행의 지점장이었는데, 오년 전에 아내가 세상을 떴단다.  그때부터 루디씨는 재혼할 사람을 물색하고 다니셨는데, 가정부를 둘 형편도 못되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는 것도 비싸서 다시 결혼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시의 베티 숙모에게 구멍날 양말 일곱 개를 가져와서 숙모가 제대로 기우나 보려고도 했단다.  그런 분이 할머니의 남자친구라니.  하지만 미니는 두렵다. 흥분되고 숨이 가빠지고 무릎도 덜덜 떨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리츠에게 이야기하면 될까? '잇속'을 생각하는 루디씨와 '애정'을 이야기하는 할머니. 두 분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니에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실까?  할머니가 사랑에 빠진 루디씨?  할머니를 좋아하는 츠비켈씨?  아니면 또다른 사람?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독일의 국민 아동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와 그의 딸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가 작품의 삽화를 맡아 함께 만든 미니 시리즈는 읽는 이들을 환하게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책이다.  이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어떤 일을 벌일지 따라가다 보면 이래서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찍하다.  키가 커서 오빠만하지만, 여전히 미니는 일곱 살이다.  일곱 살 미니가 사랑하는 할머니가 어떤 분가 결혼하셨을지 궁금하다면 책을 넘겨 보시길... 물론, 책 표지에 다 나와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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