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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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여에 걸쳐「소설 신초」에 연재된 작품으로 번역본 기준 원고지 8,500매에 달하는 대작, 미야베 미유키가 5년 만에 발표한 현대 미스터리. 『솔로몬의 위증』이 전 3권으로 출간되었다.  1부 사건, 2부 결의, 3부 법정으로 되어 있는데, 전작인『고구레 사진관』에서 '신인 미야베 미유키'를 내세우며 다시는 무서운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던 미미 여사가 또 다시『화차』,『모방범』을 잇는 현대 미스터리를 내 놓았다. 구상 15년, 연재 9년, 작가생활 25년을 집대성한 역작의 탄생이라고 하는데, 반갑기 이를데가 없었다.  혹여, 미미 여사의 미스터리물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는데, 그전 부터 만들고 있던 작품일지라도 『솔로몬의 위증』은 그녀의 전작들 만큼 짜릿하고 재미있다. 물론, 아직 1권만 읽어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모방범』처럼 3권에서 기운 빠질지도 모르겠지만, 1권까지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2012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2위, 201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의 위엄을 자랑한다는데, 왜 2위밖에 못했을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엔 이 보다 덜 재미있는 작품들이 1위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일본인들의 취향이니 그야 그들의 문제일테고, 1권은 미미 여사의 글답게 세밀한 인물묘사를 해주고 있다. 너무 많은 인물들로 정신이 없긴 하지만, 1권을 읽으면 대략적인 인물들의 관계는 확립되니 상관은 없다.  게다가 읽으면서 도중에 멈출수가 없는 것 또한 그녀의 글의 매력이다.  새하얀 눈이 덮어버렸던 1990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눈과 함께 덮어버렸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열네 살의 불행한 죽음. 도쿄의 평온한 서민가에 위치한 조토 제3중학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눈 쌓인 학교 뒤뜰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지만 곧 그가 교내의 유명한 불량학생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관계자들에게 날아들고, 불행한 사고는 학교폭력이 얽힌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한다. 이윽고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져간다.

 

  그저 자살이라고 치부되었던 가시와기 다쿠야.  이 아이는 어떤 아이 였을까? '가시와기 다쿠야는 반역자였다.  때마침 학생이라 학교라는 '체제'에 반역했을 뿐이지, 가령 그가 별 탈 없이 어른이 되었다면 사회라는 '체제'에도 똑같이 덤벼들었을 것이다. 의미 없는 반역이다.'(p.194) 라고 생각을 하는 모리우치 에미코 선생님을 보면서 모든 학생을 같은 잣대로 보지 못한 선생님의 모습도 보여지고 있지만, 그녀 역시 여린 사회 초년생일 뿐이었다.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학교와 같은반이었던 2학년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주변인물들은  '뭔가에 씐 것이다. 모리우치 선생은 가시와기 다쿠야의 망령에 사로잡힌것이다.  우리 모두, 관계자 전원, 학교 전체가 고스란히 귀신에 씌었다.'(p.529)라는 말이 딱 맞는 말처럼 무언가에 씌인것처럼 보인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고바야시 슈조 할아버지의 역활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사건 전에 나오는 후지노 료코, 노다 겐이치와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은 가시와기 사건과 함께 또 다른 축을 이루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모리우치 에미코 선생 옆집에 사는 미나에는 자신이 만든 고독이라는 감옥에 갇혀 에미코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어떤일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게 조여오는 미나에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누구에게나 즐거운 날일 거라 으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홀로 죽은 아이. 그 죽음의 진상을 알면서도 공포를 이기지 못해 입을 다물었던 아이. 양쪽 다 미나에와 같은 부류라는 느낌이 들었다. 세 사람 다 고독한 우리에 갇힌 수인인 것이다.'(p.286) 라고 생각하는 미나에. 어떤 행동을 했을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유일지라도 말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도 바뿐데, 가지를 치면서 들어오는 이야기는 조토 제3중학교를 충분히 흔들어 놓는다. 오이데 그룹으로 불리는 오이데 슌지, 이구치 미쓰루와 하시다 유타로. 이 아이들이 던졌던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많은 아이들이 오이데 그룹을 가시와기의 범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외모에 모든것을 거는 나이가 중학생아닌가?  여드름으로 죽을것만 같은 미야케 주리는 내면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자신의 화를 돌릴 상대를 찾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는 아사이 마쓰코.  바보같은 마쓰코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오이데 슌지와 그의 일당이 혼만 난다면 상관없을것 같았다.  세상에 예쁜 것들은 모두 외면당하고 곤란에 쳐해봐야 자신의 심정을 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 노다 겐이치. 엄마의 우는 소리도, 엄마의 겁먹은 눈빛도 마주하기 싫었고, 엄마 걱정을 하기 싫었던 열네 살 아이. 부모가 없으면 자유의 몸이, 혼자가 될 수 있을것 같았던 그 아이는 또 다른 작은 영혼 이었다.  모두가 사라져 버리라고 자신을 부추겼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HBS '뉴스어드벤처'의 모기 기자가 사건을 파헤친다면서, 아니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서 돌아다니기 전까지 가시와기의 사건은 잠잠해 지는것처럼 보였다.  가시와기가 죽은 후, 하나둘씩 발생되어지는 희생자들. 죽음만을 문제라고 할수 있을까?  사건에 맞서다 사표를 내는 선생님들과 친구의 죽음으로 안정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 우등생이든 노는 아이든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무책임한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조금씩 학교를 뒤덮는 악의, 하나둘 늘어나는 희생자. 죽은 소년만이 알고 있는 그날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가?  1990년 크리스마스와 인간이기에 가능한 그 이중성을 말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밝히려 들지 않지. 죄가 있는 인간일수록 더더욱 그래. 너희는 그걸 몰라. 난 알아. 수많은 사례를 봐왔으니까?" (p.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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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간택사건 2 - 완결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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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표지가 너무 예쁘다.  표지만 예쁜것이 아니다. 재미는 말할것도 없다.  무슨 책이 이렇게 재밌냐?   책을 펼치고 모든것이 올 스톱이 되어 버렸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다. 개그프로 유행어 중에 '요~~물. 들었다 났다, 들었다 났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예쁜 책이 나를 들었다 났다하고 있다.  읽으면서『성균과 유생들의 나날들』이 생각날 만큼 달큰한 그런 책이다.  맛만 봐야지 하고는 책장을 넘겼다가 폭 빠져서 하루를 '윤'과 '서경'에게 잠식당해 버렸다.  보통 1.2권으로 된 책을 읽을때는 1권 읽고 리뷰쓰고 다시 2권을 읽는데, 『조선 왕비 간택 사건』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의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2권을 읽고 있으니 요 책, 너무나 사랑스러운 요물이다.

 

 

 

"기한은 단 두 달뿐이다. 두 달 안에 만족스러운 답을 가져와다오. 명심하거라.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내 기필코 너를 세제로 삼아 후사를 잇게 할 것이야." (Ep.1. p.134)

 

  이런 시기가 존재했을까 싶지만, 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조선의 이야기다. 모난 것 없는 성품의 왕이 왕비와 왕세자를 몇 해전에 잃고, 왕비 간택문제로 왕실이 시끄러워지자, 왕이 너무나 사랑하는 사촌 동생 윤에게 자유를 잃고 싶지 않으면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고 밀명을 내렸다.  왕도 훤칠한 미남자인데, 현무군, 이 윤은 장안 모든 여인들의 흠모의 대상이자 조선 최고의 미공자란다. 조선 왕족 중 이렇게 잘생긴 한량이 있었을까 싶지만 그런 생각은 잊어야 한다.  그저 이런 조선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뿐이다.  죽음을 모면하기 위하여 왕족이면 술에 묻혀사는 한량이 되거나 미친 듯 살아야 하는것이 정석처럼 느껴졌던 조선땅에 이런 왕과 왕족들이 있었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니 말이다.

 

"나마저 너를 사내로서 품어버리면, 너는 이제 앞으로 누구에게 기대어 울 수 있을까? 세상사에 찢기고 상처 입고 아파할 네가, 그 아이가 쉴 곳이 하나도 없어지잖아." (p.92)

 

  조선 최고의 기루 은월각에서 첫째가는 기생, 홍란앞에서도 이렇게 멋진 말을 하는 남자가 어째 다른 이들에게는 그리도 능청스럽게 다가가는지 모르겠다. 바람둥이의 기술인지 기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녀칠세 부동석'을 외치는 조선에서 양반가의 규수들을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는 임금 학이 내리는 왕비간택의 암행명령을 받았으니 따라야한다.  어떻게 하면 양반가 규수들을 볼 수 있을까?  아파(牙婆)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방물을 팔러다니는 여자를 아파라고 한단다.  보통의 방물장수는 노파들이 하면서 주선도 했다고 하는데, 젊은 아파의 서방으로 양반댁 담을 넘겠다는 아찔한 생각을 조선제일의 미공자인 현무군이 하면서 사문객주 최고의 아파인 서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마를 줄 수 있는지만 얘기 해 보오. 참고로, 난 꽤 비싸다오."(p.29) 혼인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머리를 올리고, 최고의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상황을 꿰뚫어보는 판단력, 빈틈없는 일처리, 그리고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모토로 조선 팔도를 누비는 수수께끼의 젊은 아파 서경. 그녀가 거부할 수 없는 제의를 해 온 윤과 아주 특별한 거래를 시작한다. 다른 여인들은 윤을 보면 얼굴부터 본다는데, 서경의 눈엔 윤의 용모가 들어오지 않나보다.  남자구실 못하는 서방으로 둔갑시키고 윤이 말하는 양반가의 다섯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 두 사람은 철저하게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행이 된다. 무엇때문에 그녀들을 만나러 가는지 서경은 알 수 없지만, 윤이 가고자 하는 곳에선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권에선 회화나무, 앵가의 피, 사향과 난향을 이야기 하고 있고, 2권은 사향과 난향이 이어지면서 두가지 신분에선 설주 낭자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서경과 윤, 감무현과 홍란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읽는 사람이야 이들의 신분과 관계를 다 알고 있지만 책 속 주인공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속 터진다.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폭 빠져서는 언제 알게 될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책 띠지에 나와있다. 출간 15일만에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하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님의 지엄한 간택령에도 불구하고 처녀단자를 내지 않은 양반가의 다섯 규수들의 이야기만 다루어도 재미있지만, 그녀들에게서 일어난 일들을 풀어주는 서경과 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뿐이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있는 윤이 서경에게 끌리는 이유와 너무나 당찬 서경. 이들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는데, 드라마로 나오면 어떻겠는가?

 

"서경이는 한 씨 핏줄이 아니야. 내 여식이, 그 어리석은 것이 한때의 유혹에 넘어가 저지른 수치의 과실이라네. 그러니 저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겠지. 끔찍하기도 했겠지. 그러니 그리 '죽어라, 죽어라' 저주를 한 것 아니겠나?" (p.203)

 

  함창댁과 달이가 어떻게 서경의 식구가 되었는지, 서경이 왜 아파가 되었는지와 한씨 핏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읽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 지면 끝내 줄 것이다.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에 딱인 책이니 말이다.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일어나는 사건들과 달콤하고 짜릿한 윤과 서경의 밀당이 꼴깍꼴깍 침을 삼키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해피엔딩이지 않는가?  서경을 쫓아다니는 악역도 있고, 말도 안되는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강씨부인의 캐릭터도 재미있다.  물론 완벽하다는 윤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서경, 시동무기같은 무현과 천상의 선녀같다는 홍란까지 읽는 재미에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재미까지 상당하다.  아파들이 머무는 주막과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객주와 은밀한 양반댁 규수들의 사랑이야기 까지 달콤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가 이 가을을 화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윤과 서경 덕분에 사랑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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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간택사건 1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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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가 너무 예쁘다.  표지만 예쁜것이 아니다. 재미는 말할것도 없다.  무슨 책이 이렇게 재밌냐?   책을 펼치고 모든것이 올 스톱이 되어 버렸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다. 개그프로 유행어 중에 '요~~물. 들었다 났다, 들었다 났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예쁜 책이 나를 들었다 났다하고 있다.  읽으면서『성균과 유생들의 나날들』이 생각날 만큼 달큰한 그런 책이다.  맛만 봐야지 하고는 책장을 넘겼다가 폭 빠져서 하루를 '윤'과 '서경'에게 잠식당해 버렸다.  보통 1.2권으로 된 책을 읽을때는 1권 읽고 리뷰쓰고 다시 2권을 읽는데, 『조선 왕비 간택 사건』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의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2권을 읽고 있으니 요 책, 너무나 사랑스러운 요물이다.

 

 

 

"기한은 단 두 달뿐이다. 두 달 안에 만족스러운 답을 가져와다오. 명심하거라.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내 기필코 너를 세제로 삼아 후사를 잇게 할 것이야." (Ep.1. p.134)

 

  이런 시기가 존재했을까 싶지만, 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조선의 이야기다. 모난 것 없는 성품의 왕이 왕비와 왕세자를 몇 해전에 잃고, 왕비 간택문제로 왕실이 시끄러워지자, 왕이 너무나 사랑하는 사촌 동생 윤에게 자유를 잃고 싶지 않으면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고 밀명을 내렸다.  왕도 훤칠한 미남자인데, 현무군, 이 윤은 장안 모든 여인들의 흠모의 대상이자 조선 최고의 미공자란다. 조선 왕족 중 이렇게 잘생긴 한량이 있었을까 싶지만 그런 생각은 잊어야 한다.  그저 이런 조선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뿐이다.  죽음을 모면하기 위하여 왕족이면 술에 묻혀사는 한량이 되거나 미친 듯 살아야 하는것이 정석처럼 느껴졌던 조선땅에 이런 왕과 왕족들이 있었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니 말이다.

 

"나마저 너를 사내로서 품어버리면, 너는 이제 앞으로 누구에게 기대어 울 수 있을까? 세상사에 찢기고 상처 입고 아파할 네가, 그 아이가 쉴 곳이 하나도 없어지잖아." (p.92)

 

  조선 최고의 기루 은월각에서 첫째가는 기생, 홍란앞에서도 이렇게 멋진 말을 하는 남자가 어째 다른 이들에게는 그리도 능청스럽게 다가가는지 모르겠다. 바람둥이의 기술인지 기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녀칠세 부동석'을 외치는 조선에서 양반가의 규수들을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는 임금 학이 내리는 왕비간택의 암행명령을 받았으니 따라야한다.  어떻게 하면 양반가 규수들을 볼 수 있을까?  아파(牙婆)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방물을 팔러다니는 여자를 아파라고 한단다.  보통의 방물장수는 노파들이 하면서 주선도 했다고 하는데, 젊은 아파의 서방으로 양반댁 담을 넘겠다는 아찔한 생각을 조선제일의 미공자인 현무군이 하면서 사문객주 최고의 아파인 서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마를 줄 수 있는지만 얘기 해 보오. 참고로, 난 꽤 비싸다오."(p.29) 혼인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머리를 올리고, 최고의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상황을 꿰뚫어보는 판단력, 빈틈없는 일처리, 그리고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모토로 조선 팔도를 누비는 수수께끼의 젊은 아파 서경. 그녀가 거부할 수 없는 제의를 해 온 윤과 아주 특별한 거래를 시작한다. 다른 여인들은 윤을 보면 얼굴부터 본다는데, 서경의 눈엔 윤의 용모가 들어오지 않나보다.  남자구실 못하는 서방으로 둔갑시키고 윤이 말하는 양반가의 다섯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 두 사람은 철저하게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행이 된다. 무엇때문에 그녀들을 만나러 가는지 서경은 알 수 없지만, 윤이 가고자 하는 곳에선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권에선 회화나무, 앵가의 피, 사향과 난향을 이야기 하고 있고, 2권은 사향과 난향이 이어지면서 두가지 신분에선 설주 낭자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서경과 윤, 감무현과 홍란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읽는 사람이야 이들의 신분과 관계를 다 알고 있지만 책 속 주인공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속 터진다.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폭 빠져서는 언제 알게 될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책 띠지에 나와있다. 출간 15일만에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하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님의 지엄한 간택령에도 불구하고 처녀단자를 내지 않은 양반가의 다섯 규수들의 이야기만 다루어도 재미있지만, 그녀들에게서 일어난 일들을 풀어주는 서경과 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뿐이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있는 윤이 서경에게 끌리는 이유와 너무나 당찬 서경. 이들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는데, 드라마로 나오면 어떻겠는가?

 

"서경이는 한 씨 핏줄이 아니야. 내 여식이, 그 어리석은 것이 한때의 유혹에 넘어가 저지른 수치의 과실이라네. 그러니 저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겠지. 끔찍하기도 했겠지. 그러니 그리 '죽어라, 죽어라' 저주를 한 것 아니겠나?" (p.203)

 

  함창댁과 달이가 어떻게 서경의 식구가 되었는지, 서경이 왜 아파가 되었는지와 한씨 핏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읽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 지면 끝내 줄 것이다.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에 딱인 책이니 말이다.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일어나는 사건들과 달콤하고 짜릿한 윤과 서경의 밀당이 꼴깍꼴깍 침을 삼키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해피엔딩이지 않는가?  서경을 쫓아다니는 악역도 있고, 말도 안되는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강씨부인의 캐릭터도 재미있다.  물론 완벽하다는 윤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서경, 시동무기같은 무현과 천상의 선녀같다는 홍란까지 읽는 재미에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재미까지 상당하다.  아파들이 머무는 주막과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객주와 은밀한 양반댁 규수들의 사랑이야기 까지 달콤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가 이 가을을 화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윤과 서경 덕분에 사랑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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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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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지로 가려져 눈만 보여서 이기도 하지만, 푸른 눈을 가진 남자 아이가 상당히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열네 살이란다. 우리나이로 따진다면 열다섯, 중학교 2학년이니 대단한 나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순간 아이들은 변한다.  교복을 입는 순간 다 큰 어른이 된 것 같고, 부모의 눈 높이가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어떻게 표출할지 몰라 거의 발광을 한다고 해서 '중2병'이라고 한다.  그나이에 있는 아이. 대한 민국에 굉장한 아이가 아니니 조금은 다를까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거의 비슷하다. 고집도 있고, 부모말을 우습게 여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덩치만 큰 아이. 무서우면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가 커다란 몸 속에 숨어서 웅크리고 있는 그런 나이가 우리 나이로 열다섯 이다.

 

 

 

 

'나는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법제도가 진실을 밝히는 데 특별히 유용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검사는 없다.  우리 모두는 너무나 많은 오류와 너무나 많은 악 결과를 봐왔다.  배심원 평결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보통은 선의에 바탕을 둔 추축이지만, 표결로는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허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법적 의례가 지닌 힘을 믿는다.' (p.15) 

 

 사법제도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법의 힘을 믿고 있는 지방검찰청의 2인자 앤디 바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7년 4월 12일 목요일 오전 9시쯤, 시신이 한구 발견됐다. 뉴턴 공립학교의 벤저민 리프킨이 학교와 맞닿아 있는 콜드 스프링 공원에서 발견되었다. 톱니 모양의 칼날에 가슴을 세 차례 찔린 채로 발견되면서 온 동네가 공포에 사로잡힌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가 내 아이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사랑스러운 아내 로리와 열네 살 아들 제이컵. 평범한 중산층이었던 앤디 버버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제이크, 네가 그랬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너 칼 가지고 있잖아. 내가 봤어.' (p.88)  페이스북에 쓰여진 데릭 유의 글이 시발점이었지만, 앤디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이컵은 살인죄로 기소되어 버린다.

 

  제이컵은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앤디는 아버지이자 변호인으로서 제이컵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살인 유전자'라는 말도 안되는 저주받은 운명과 숨겨진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자, 앤디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앤디는 제이컵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이컵에 대해 알기 위해 애를 쓸수록 힘이든다.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었는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쓰고 있었는지 앤디는 전혀 몰랐다.  아니, 그저 인터넷의 비밀 번호만 알면 아이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나마 앤디는 버틸 힘이라도 있었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평온한 삶을 살았던 로리에 비한다면 말이다.  교사였기에 어린시절 제이컵을 어린이집에 맡겼던 것조차 문제가 아니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로리에게는 모든 것이 혼란이었다.

 

"아이들은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아시겠어요? 악기를 연주한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등등. 아니면 소수민족이라든가, 레즈비언이라든가, 저능아라든가. 물론, 그런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특징 중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아이가 되는 거예요." (p.244)

 

  아무것도 아닌 제이컵이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단란하고 굳건하게 보였던 앤디 가족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집에 쓰여진 험악한 말들. 자신들을 꺼려하는 사람들.  부모이기에 앤디와 로리는 제이컵에게 무조건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태어난 순간부터 열네살이 될때까지 얼마나 많은 애정을 주고 얼마나 사랑을 했던 아이였단 말인가?  이 아이를 위해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 눈엔 이상한 것이 보이고, 아이의 어린시절 행동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게다가 'MAOA 변종'이 앤디집안의 유전적으로 내려온단다.  정서적 성숙도가 제이컵 나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보걸 박사의 말은 로리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 버린다.  내 아이가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내가 알고 있던 내 아이가 맞는 것일까?  죄의 유무와 아무런 상관없이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가족이란 존재를 조금씩 부식시킨다.

 

"앤디, 당신은 제이컵을 생각해야 해. 제이컵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어." (p.285)

 

  윌리엄 랜데이는 살인 사건과 재판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가족이 얼마나 부스러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공동체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출판사평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는 아버지.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은 아이.  아이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아이의 유.무죄를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의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장의 마지막 부분. 생각도 못한 반전이 보여지면서 책을 읽던 사람들은 모든것을 놓아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것을 바라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제이컵을 위해서, 제이컵을 위하여 가슴아프고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을 참았던 앤디에게 마지막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일까?  모든것을 놓아버린 사람이 행복한 것인지, 놓을 수 없었던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 목숨까지도 줄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앤디. 앤디에게는 그것이 누구이던지 아픔으로 다가올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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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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