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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년여에 걸쳐「소설 신초」에 연재된 작품으로 번역본 기준 원고지 8,500매에 달하는 대작, 미야베 미유키가 5년 만에 발표한 현대 미스터리. 『솔로몬의 위증』이 전 3권으로 출간되었다. 1부 사건, 2부 결의, 3부 법정으로 되어 있는데, 전작인『고구레 사진관』에서 '신인 미야베 미유키'를 내세우며 다시는 무서운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던 미미 여사가 또 다시『화차』,『모방범』을 잇는 현대 미스터리를 내 놓았다. 구상 15년, 연재 9년, 작가생활 25년을 집대성한 역작의 탄생이라고 하는데, 반갑기 이를데가 없었다. 혹여, 미미 여사의 미스터리물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는데, 그전 부터 만들고 있던 작품일지라도 『솔로몬의 위증』은 그녀의 전작들 만큼 짜릿하고 재미있다. 물론, 아직 1권만 읽어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모방범』처럼 3권에서 기운 빠질지도 모르겠지만, 1권까지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2012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2위, 201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의 위엄을 자랑한다는데, 왜 2위밖에 못했을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엔 이 보다 덜 재미있는 작품들이 1위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말이다. 일본인들의 취향이니 그야 그들의 문제일테고, 1권은 미미 여사의 글답게 세밀한 인물묘사를 해주고 있다. 너무 많은 인물들로 정신이 없긴 하지만, 1권을 읽으면 대략적인 인물들의 관계는 확립되니 상관은 없다. 게다가 읽으면서 도중에 멈출수가 없는 것 또한 그녀의 글의 매력이다. 새하얀 눈이 덮어버렸던 1990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눈과 함께 덮어버렸던 진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열네 살의 불행한 죽음. 도쿄의 평온한 서민가에 위치한 조토 제3중학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눈 쌓인 학교 뒤뜰에서 2학년 남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지만 곧 그가 교내의 유명한 불량학생들에게 살해당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관계자들에게 날아들고, 불행한 사고는 학교폭력이 얽힌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한다. 이윽고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져간다.
그저 자살이라고 치부되었던 가시와기 다쿠야. 이 아이는 어떤 아이 였을까? '가시와기 다쿠야는 반역자였다. 때마침 학생이라 학교라는 '체제'에 반역했을 뿐이지, 가령 그가 별 탈 없이 어른이 되었다면 사회라는 '체제'에도 똑같이 덤벼들었을 것이다. 의미 없는 반역이다.'(p.194) 라고 생각을 하는 모리우치 에미코 선생님을 보면서 모든 학생을 같은 잣대로 보지 못한 선생님의 모습도 보여지고 있지만, 그녀 역시 여린 사회 초년생일 뿐이었다.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학교와 같은반이었던 2학년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주변인물들은 '뭔가에 씐 것이다. 모리우치 선생은 가시와기 다쿠야의 망령에 사로잡힌것이다. 우리 모두, 관계자 전원, 학교 전체가 고스란히 귀신에 씌었다.'(p.529)라는 말이 딱 맞는 말처럼 무언가에 씌인것처럼 보인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고바야시 슈조 할아버지의 역활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다. 가시와기 다쿠야의 사건 전에 나오는 후지노 료코, 노다 겐이치와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은 가시와기 사건과 함께 또 다른 축을 이루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모리우치 에미코 선생 옆집에 사는 미나에는 자신이 만든 고독이라는 감옥에 갇혀 에미코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어떤일이 발생했는지도 모르게 조여오는 미나에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누구에게나 즐거운 날일 거라 으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홀로 죽은 아이. 그 죽음의 진상을 알면서도 공포를 이기지 못해 입을 다물었던 아이. 양쪽 다 미나에와 같은 부류라는 느낌이 들었다. 세 사람 다 고독한 우리에 갇힌 수인인 것이다.'(p.286) 라고 생각하는 미나에. 어떤 행동을 했을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이유일지라도 말이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도 바뿐데, 가지를 치면서 들어오는 이야기는 조토 제3중학교를 충분히 흔들어 놓는다. 오이데 그룹으로 불리는 오이데 슌지, 이구치 미쓰루와 하시다 유타로. 이 아이들이 던졌던 돌들이 어찌나 많은지 많은 아이들이 오이데 그룹을 가시와기의 범인으로 지목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외모에 모든것을 거는 나이가 중학생아닌가? 여드름으로 죽을것만 같은 미야케 주리는 내면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자신의 화를 돌릴 상대를 찾고 있었다. 거기에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는 아사이 마쓰코. 바보같은 마쓰코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오이데 슌지와 그의 일당이 혼만 난다면 상관없을것 같았다. 세상에 예쁜 것들은 모두 외면당하고 곤란에 쳐해봐야 자신의 심정을 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 노다 겐이치. 엄마의 우는 소리도, 엄마의 겁먹은 눈빛도 마주하기 싫었고, 엄마 걱정을 하기 싫었던 열네 살 아이. 부모가 없으면 자유의 몸이, 혼자가 될 수 있을것 같았던 그 아이는 또 다른 작은 영혼 이었다. 모두가 사라져 버리라고 자신을 부추겼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HBS '뉴스어드벤처'의 모기 기자가 사건을 파헤친다면서, 아니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서 돌아다니기 전까지 가시와기의 사건은 잠잠해 지는것처럼 보였다. 가시와기가 죽은 후, 하나둘씩 발생되어지는 희생자들. 죽음만을 문제라고 할수 있을까? 사건에 맞서다 사표를 내는 선생님들과 친구의 죽음으로 안정을 찾을 수 없는 아이들. 우등생이든 노는 아이든 아이는 아이일 뿐이다. 무책임한 타인의 시선과 소문 속에서 조금씩 학교를 뒤덮는 악의, 하나둘 늘어나는 희생자. 죽은 소년만이 알고 있는 그날의 진상은 과연 무엇인가? 1990년 크리스마스와 인간이기에 가능한 그 이중성을 말이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밝히려 들지 않지. 죄가 있는 인간일수록 더더욱 그래. 너희는 그걸 몰라. 난 알아. 수많은 사례를 봐왔으니까?" (p.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