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을 위하여
윌리엄 랜데이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띠지로 가려져 눈만 보여서 이기도 하지만, 푸른 눈을 가진 남자 아이가 상당히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열네 살이란다. 우리나이로 따진다면 열다섯, 중학교 2학년이니 대단한 나이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순간 아이들은 변한다.  교복을 입는 순간 다 큰 어른이 된 것 같고, 부모의 눈 높이가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어떻게 표출할지 몰라 거의 발광을 한다고 해서 '중2병'이라고 한다.  그나이에 있는 아이. 대한 민국에 굉장한 아이가 아니니 조금은 다를까 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거의 비슷하다. 고집도 있고, 부모말을 우습게 여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덩치만 큰 아이. 무서우면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가 커다란 몸 속에 숨어서 웅크리고 있는 그런 나이가 우리 나이로 열다섯 이다.

 

 

 

 

'나는 사법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법제도가 진실을 밝히는 데 특별히 유용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검사는 없다.  우리 모두는 너무나 많은 오류와 너무나 많은 악 결과를 봐왔다.  배심원 평결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보통은 선의에 바탕을 둔 추축이지만, 표결로는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허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법적 의례가 지닌 힘을 믿는다.' (p.15) 

 

 사법제도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법의 힘을 믿고 있는 지방검찰청의 2인자 앤디 바버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7년 4월 12일 목요일 오전 9시쯤, 시신이 한구 발견됐다. 뉴턴 공립학교의 벤저민 리프킨이 학교와 맞닿아 있는 콜드 스프링 공원에서 발견되었다. 톱니 모양의 칼날에 가슴을 세 차례 찔린 채로 발견되면서 온 동네가 공포에 사로잡힌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다음 피해자가 내 아이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사랑스러운 아내 로리와 열네 살 아들 제이컵. 평범한 중산층이었던 앤디 버버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제이크, 네가 그랬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 너 칼 가지고 있잖아. 내가 봤어.' (p.88)  페이스북에 쓰여진 데릭 유의 글이 시발점이었지만, 앤디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이컵은 살인죄로 기소되어 버린다.

 

  제이컵은 강력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앤디는 아버지이자 변호인으로서 제이컵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하지만 '살인 유전자'라는 말도 안되는 저주받은 운명과 숨겨진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자, 앤디는 당혹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아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앤디는 제이컵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이컵에 대해 알기 위해 애를 쓸수록 힘이든다.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었는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쓰고 있었는지 앤디는 전혀 몰랐다.  아니, 그저 인터넷의 비밀 번호만 알면 아이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나마 앤디는 버틸 힘이라도 있었다.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평온한 삶을 살았던 로리에 비한다면 말이다.  교사였기에 어린시절 제이컵을 어린이집에 맡겼던 것조차 문제가 아니었을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로리에게는 모든 것이 혼란이었다.

 

"아이들은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아시겠어요? 악기를 연주한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등등. 아니면 소수민족이라든가, 레즈비언이라든가, 저능아라든가. 물론, 그런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특징 중에 하나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아이가 되는 거예요." (p.244)

 

  아무것도 아닌 제이컵이 살인죄로 기소되면서 단란하고 굳건하게 보였던 앤디 가족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집에 쓰여진 험악한 말들. 자신들을 꺼려하는 사람들.  부모이기에 앤디와 로리는 제이컵에게 무조건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태어난 순간부터 열네살이 될때까지 얼마나 많은 애정을 주고 얼마나 사랑을 했던 아이였단 말인가?  이 아이를 위해서 모든걸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 눈엔 이상한 것이 보이고, 아이의 어린시절 행동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게다가 'MAOA 변종'이 앤디집안의 유전적으로 내려온단다.  정서적 성숙도가 제이컵 나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 같다는 보걸 박사의 말은 로리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 버린다.  내 아이가 정말 괜찮은 것일까?  내가 알고 있던 내 아이가 맞는 것일까?  죄의 유무와 아무런 상관없이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가족이란 존재를 조금씩 부식시킨다.

 

"앤디, 당신은 제이컵을 생각해야 해. 제이컵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어." (p.285)

 

  윌리엄 랜데이는 살인 사건과 재판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가족이 얼마나 부스러지기 쉬운 존재인지를, 공동체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출판사평에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옥에라도 갔다 올 수 있는 아버지.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은 아이.  아이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아이의 유.무죄를 확실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의 600페이지에 가까운 책장의 마지막 부분. 생각도 못한 반전이 보여지면서 책을 읽던 사람들은 모든것을 놓아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것을 바라던 것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제이컵을 위해서, 제이컵을 위하여 가슴아프고 모든것이 무너지는 것을 참았던 앤디에게 마지막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일까?  모든것을 놓아버린 사람이 행복한 것인지, 놓을 수 없었던 사람이 버틸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내 목숨까지도 줄 수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앤디. 앤디에게는 그것이 누구이던지 아픔으로 다가올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