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간택사건 2 - 완결
월우 지음 / 아름다운날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책 표지가 너무 예쁘다.  표지만 예쁜것이 아니다. 재미는 말할것도 없다.  무슨 책이 이렇게 재밌냐?   책을 펼치고 모든것이 올 스톱이 되어 버렸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다. 개그프로 유행어 중에 '요~~물. 들었다 났다, 들었다 났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예쁜 책이 나를 들었다 났다하고 있다.  읽으면서『성균과 유생들의 나날들』이 생각날 만큼 달큰한 그런 책이다.  맛만 봐야지 하고는 책장을 넘겼다가 폭 빠져서 하루를 '윤'과 '서경'에게 잠식당해 버렸다.  보통 1.2권으로 된 책을 읽을때는 1권 읽고 리뷰쓰고 다시 2권을 읽는데, 『조선 왕비 간택 사건』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의식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2권을 읽고 있으니 요 책, 너무나 사랑스러운 요물이다.

 

 

 

"기한은 단 두 달뿐이다. 두 달 안에 만족스러운 답을 가져와다오. 명심하거라.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내 기필코 너를 세제로 삼아 후사를 잇게 할 것이야." (Ep.1. p.134)

 

  이런 시기가 존재했을까 싶지만, 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조선의 이야기다. 모난 것 없는 성품의 왕이 왕비와 왕세자를 몇 해전에 잃고, 왕비 간택문제로 왕실이 시끄러워지자, 왕이 너무나 사랑하는 사촌 동생 윤에게 자유를 잃고 싶지 않으면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고 밀명을 내렸다.  왕도 훤칠한 미남자인데, 현무군, 이 윤은 장안 모든 여인들의 흠모의 대상이자 조선 최고의 미공자란다. 조선 왕족 중 이렇게 잘생긴 한량이 있었을까 싶지만 그런 생각은 잊어야 한다.  그저 이런 조선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뿐이다.  죽음을 모면하기 위하여 왕족이면 술에 묻혀사는 한량이 되거나 미친 듯 살아야 하는것이 정석처럼 느껴졌던 조선땅에 이런 왕과 왕족들이 있었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니 말이다.

 

"나마저 너를 사내로서 품어버리면, 너는 이제 앞으로 누구에게 기대어 울 수 있을까? 세상사에 찢기고 상처 입고 아파할 네가, 그 아이가 쉴 곳이 하나도 없어지잖아." (p.92)

 

  조선 최고의 기루 은월각에서 첫째가는 기생, 홍란앞에서도 이렇게 멋진 말을 하는 남자가 어째 다른 이들에게는 그리도 능청스럽게 다가가는지 모르겠다. 바람둥이의 기술인지 기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녀칠세 부동석'을 외치는 조선에서 양반가의 규수들을 만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교태전의 주인을 찾아오라는 임금 학이 내리는 왕비간택의 암행명령을 받았으니 따라야한다.  어떻게 하면 양반가 규수들을 볼 수 있을까?  아파(牙婆)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다.  방물을 팔러다니는 여자를 아파라고 한단다.  보통의 방물장수는 노파들이 하면서 주선도 했다고 하는데, 젊은 아파의 서방으로 양반댁 담을 넘겠다는 아찔한 생각을 조선제일의 미공자인 현무군이 하면서 사문객주 최고의 아파인 서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얼마를 줄 수 있는지만 얘기 해 보오. 참고로, 난 꽤 비싸다오."(p.29) 혼인하지 않았으나 스스로 머리를 올리고, 최고의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과 상황을 꿰뚫어보는 판단력, 빈틈없는 일처리, 그리고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모토로 조선 팔도를 누비는 수수께끼의 젊은 아파 서경. 그녀가 거부할 수 없는 제의를 해 온 윤과 아주 특별한 거래를 시작한다. 다른 여인들은 윤을 보면 얼굴부터 본다는데, 서경의 눈엔 윤의 용모가 들어오지 않나보다.  남자구실 못하는 서방으로 둔갑시키고 윤이 말하는 양반가의 다섯 아가씨들을 만나기 위해 두 사람은 철저하게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행이 된다. 무엇때문에 그녀들을 만나러 가는지 서경은 알 수 없지만, 윤이 가고자 하는 곳에선 그녀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1권에선 회화나무, 앵가의 피, 사향과 난향을 이야기 하고 있고, 2권은 사향과 난향이 이어지면서 두가지 신분에선 설주 낭자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그리고 서경과 윤, 감무현과 홍란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읽는 사람이야 이들의 신분과 관계를 다 알고 있지만 책 속 주인공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속 터진다.  드라마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폭 빠져서는 언제 알게 될지 궁금해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어 버린다.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책 띠지에 나와있다. 출간 15일만에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그럴만 하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라님의 지엄한 간택령에도 불구하고 처녀단자를 내지 않은 양반가의 다섯 규수들의 이야기만 다루어도 재미있지만, 그녀들에게서 일어난 일들을 풀어주는 서경과 윤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그뿐이 아니다.  신분을 숨기고 있는 윤이 서경에게 끌리는 이유와 너무나 당찬 서경. 이들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가 없는데, 드라마로 나오면 어떻겠는가?

 

"서경이는 한 씨 핏줄이 아니야. 내 여식이, 그 어리석은 것이 한때의 유혹에 넘어가 저지른 수치의 과실이라네. 그러니 저도 그저 보고만 있을 수 없었겠지. 끔찍하기도 했겠지. 그러니 그리 '죽어라, 죽어라' 저주를 한 것 아니겠나?" (p.203)

 

  함창댁과 달이가 어떻게 서경의 식구가 되었는지, 서경이 왜 아파가 되었는지와 한씨 핏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읽는 재미를 솔솔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 지면 끝내 줄 것이다.  드라마로 만들어 지기에 딱인 책이니 말이다.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주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일어나는 사건들과 달콤하고 짜릿한 윤과 서경의 밀당이 꼴깍꼴깍 침을 삼키게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해피엔딩이지 않는가?  서경을 쫓아다니는 악역도 있고, 말도 안되는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강씨부인의 캐릭터도 재미있다.  물론 완벽하다는 윤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서경, 시동무기같은 무현과 천상의 선녀같다는 홍란까지 읽는 재미에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재미까지 상당하다.  아파들이 머무는 주막과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객주와 은밀한 양반댁 규수들의 사랑이야기 까지 달콤 쌉싸름한 사랑 이야기가 이 가을을 화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윤과 서경 덕분에 사랑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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