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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기간은 단 5일. 교사와 학생, 학부모, 형사, 기자 등 모든 관계자가 모인 교내 법정에서 엇갈린 증언으로 사건이 새롭게 재구성된다. 학교라는 이름의 감옥 안을 유유히 떠다닌 고독, 반항, 자책, 질투의 감정. 사춘기라는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는 아이들이 각자 가슴속에 간직해온 비밀들. 이윽고 사건의 열쇠를 쥔 마지막 증인의 등장에 법정은 크게 술렁인다.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벌어진 목숨을 건 위험한 게임의 종착지. 배심원들의 천칭은 과연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가? (출판사 소개글 중에서)

출판사에서 책 소개글로 쓴 이 간략한 글 속에 '솔로몬의 위증'3권에 대한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뒷모습을 보이고 앉아 있는 표지만으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났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 뭔가 있구나 했지만, 이 호흡긴 이야기를 가슴 졸이며 읽어오던 책장을 덮어 버린 지금 가장 깔끔하게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저 책 표지구나 싶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미미여사의 책들은 확실히 일러스트가 뛰어나다. 예전작인 '모방범'도 일본판보다는 한국판의 일러스트가 딱 '모방범'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솔로몬의 위증'의 일본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국판은 이야기의 주제와 결론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저희가 굳이 '법정'이라는 장을 만들어 본건을 논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는가." (p.21)
드디어 법정 공방전이 펼쳐진다. 왜 굳이 법정이어야만 했는가? 하지만 아이들이 논의하고자 하는것은 누군가의 잘못을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닌, 진실을 밝히려 하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진실을 알고 싶은 거라고요!!!' 라는 울림을 펼치고 싶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12월 24일,그날 밤 얼어붙은 학교 옥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가시와기 다쿠야의 죽음뒤에 숨어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학교내에서 부정적인 쪽으로 유명한 오이데 슌지는 공상이든 거짓이든 관계없이 가시와기의 죽음에 관련이 있는것 처럼 보이고, 고발장은 오이데 슌지를 콕 찝어서 범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오이데와 가시와기의 죽음에 관련된 공방전이 조토3중학교 3학년 아이들을 통해서 불꽃튀기는 접전을 보이기 시작한다.
오이데와 가시와기를 봤다는 증인이 입을 열었다. 그들을 본 아이, 그를 만나지 않았다는 아이. 이 법정에서 누군가 한명은 위증을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위증인진 아무도 알수가 없다. 단 5일간의 법정 싸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은 학교안에서 꽁꽁 감추어진채로 벌어진다. 이 아이들이 정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일까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들 속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걱정이 묻어나는 것을 아이들은 느끼면서 어느 한 아이도 존재 가치가 없는 아이는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변호인을 맡고있는 간바라 가즈히코와 노다 게이치, 검사쪽을 맡고있는 후지노 료코와 사사키 고로, 하기오 가즈미. 판사의 이노우에 야스오와 법원정리를 맡은 야마자키 신고와 아홉명의 배심원 - 다케다 가즈토시(배심원장, 농구구에이스), 오마야다 오사무(장기부주장), 고사카 유키오 (타쿠야와 같은반), 구라타 마리코 (유키오 절친), 가쓰키 게이코 (오이데 전 여친), 가마타 노리코 (야요이 친구), 미조구치 야요이, 야마노 가나메(음악부, 아사이 마쓰코 친구), 하라다 히토시(입시를 위해 배심원이 됨).
"이 재판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어."... " 모두 상처투성이야. 진흙탕에 빠졌어. 얻을 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니까 다들 노력하는 거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니까" (p.404)
아이들은 처음부터 고발장이 엉터리라는 것을 알았고, 오이데가 아무리 불량학생이지만 가시와기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 아이들에게는 '법정'에서의 재판이 필요했다. 5일간의 재판. 첫째날. 구스야마 교이치, 노다 겐이치, 쓰자키 마사오교장(콩너구리), 도바시 유키코, 가시와기 노리유키(가시와기 타쿠야 부친), 모기 에스오, 가시와기 히로유키(타쿠야의 형) / 둘째날, 사사키 레이코(청소년과 형사), 이구치 미쓰루, 단노 미술선생, 고다마 유리(HBS계약직), 오자키 (양호선생) / 세째날 (비공개재판), 미야케 주리, 하시다 유타로 그리고 가키우치 미나에 / 넷째날, 마스이 노조무(4중학교 학생), 곤노 쓰토무, 오이데 슌지 / 다섯째날 (휴정) / 마지막날, 다키자와 스구루(전 다키자와 학원장), 고바야시 슈조(고바야시 가전제품점) 그리고 마지막 증인.
"네 과거, 부모님과의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그런데도 여전히 살아 있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너 같은 일을 겪은 인간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그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진심이다. 네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로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p.569)
재판의 마지막 날, 마지막 증인의 증언으로 사건의 진실은 모두 표면위로 흘러나온다.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닌 싸움은 드디어 끝이 났고, 엄청난 사건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게 펑하고 터트려진다. 배심원단은 이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 할것인가? 아무리 이 아이들이 중학교 아이들 답지 않게 조숙하고 똑똑하다 할지라도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중학교 아이들일 뿐이었다. 연약한 어린 철학자의 죽음은 그가 꿈꾸는 유토피아속 세계 속 중심을 친구의 입을 통해서 보여지면서 아이들은 믿기 힘들정도의 고뇌를 동반한 재판으로 끝을 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야기 한다. "그 재판이 끝나고, 저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20년 뒤 조토 3중학교의 선생님으로 돌아온 노다 겐이치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공상이 버젓이 활개를 친 획일교육이라는 하나의 잣대 아래서 외모나 신체적 능력, 사교성 등으로 배척당하고 공격당하는 곳. 엄연한 '악'이 존재하지만 누구도 '악'이라 지적하지 않고, 누구도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반문하지 않던 금단의 구역. 학교. 그곳에서 펼쳐진 이야기는 아이들 스스로에게 생각을 하게 만들고 내가 아닌 너를 생각하게 만든다. 모두들 고발장의 발신인이 미야케 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고, '나쁜 아이'라는 인식만 강하게 풍기고 있을때, 간바라는 오이데에게 '왜 미야케가 그럴수 밖에 없었는가'를 이야기 한다. 누군가를 정죄하기 위한 '법정'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이런 친구도 있구나를 깨닫게 하는 곳. 그곳이 미미 여사가 만들어 낸 『솔로몬의 위증』이었다. 너무 길어서 지루한 면이 없진 않지만, 읽는 내내 아이들에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고, 내 기준에는 『모방범』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꽤나 오랬동안 읽은 후에 느낌은... 읽길 정말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