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주인자리 네오픽션 로맨스클럽 2
신아인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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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주인자리는 영원한 삶을 꿈꾸던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별자리야.  그 별자리의 주인은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뛰어난 의술의 소유자였다고 해.' (p.20)

 

  정말 뱀주인자리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자리가 있나하고 찾아봤더니, 황도 제13 자리 별자리로 주목받기 시작한 별자리란다.  3,000년 만에 '뱀주인자리'를 발견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별자리가 바꼈다니 예전에 별점 봤던 사람들은 어쩔까나.  13성좌로는 11월 30일~12월 17일라고 하니 겨울 별자리지만, 별자리는 반대로 보이기때문에 여름에만 볼수 있다고 하니 여름에 겨울 별자리를 만나는 것이 꼭 견우와 직녀같다.  이 자리의 가장 아래 부근은 뱀자리와 공유한다고 하고, 그다지 밝은 별은 없지만,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뱀주인자리』덕분에 별자리 공부를 하게 되니 책 읽는 재미가 이런 것 같다.  

 

 

  얼마전에 발견되었다고 하지만, 100여년 전 뱀주인자리를 타고난 주인공 하신우는 무오년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에 걸려 뱀파이어가 되어 차갑게 굳은 심장을 안고 살아왔단다.  우리나라에 뱀파이어라니, 무서워해야할까?  요즘은 워낙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인지, 두려움보다는 매력적인 남주가 먼저 생각났다.  '트와일라잇'시리즈속 뱀파이어 처럼 잘생기고, 사람이 갖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뱀주인자리』의 하신우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사람들 보다 훨씬 높고 멀리 뛸 수 있고, 볼 수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신우.  물론 이 남자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외로울 것이다. 무오년에 하신우에게 덮쳤던 스페인 독감은 그의 가족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4형제 중 신우, 진우, 승윤이 뱀파이어가 되었고 막내 동생 준우만 피해갔지만, 준우의 딸 유민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서 준우는 인위적으로 어린 유민을 신우의 피로 뱀파이어로 만든다. 하지만, 인위적인 뱀파이어는 하반신 마비라는 후유증을 유민에게 안기게 된다.

 

  심장과 영혼으로 이어져 평생 영원히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반려를 『뱀주인자리』는 이야기를 한다.  '트와일라잇'속 '각성'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신우는 반려자의 피를 흡혈함으로써 그녀를 뱀파이어로 살려낼 수 있다는 고서의 내용을 읽고, 과거 그녀의 연인이었던 운하의 피를 흡혈한다. 하지만 처음 맛보는 피의 맛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운하를 죽이고 만다. 그 죄책감에 신우는 다시는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기로 다짐하면서 죽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매혹적인 피가 죽은 고목을 살려내는 것을 보고,  그 피의 주인공을 '천사'라고 명명하고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신우의 쌍둥이 동생 진우는 이엘이라는 이름으로 얼굴없는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엘은 신우에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뱀파이어 형제들과 자신의 딸을 위해 준수는 뱀파이어들의 본능을 조절하기 위해 만든 특수한 알약 '이브', 후각을 조절해 인간의 체취에 반응하지 않도록 하는 '아담',  혈액 팩에 들어있는 인간의 피 '애플'을  만들어 내고, 오직 자신의 딸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100년이 넘는 삶을 살아간다.  쌍둥이는 사랑도 같은지, 이엘은 신우의 사랑인 운하를 사랑했었고, 그녀의 죽음으로 신우와의 관계는 점점 엇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엘이 20년간 돌봐주던 수안.  얼굴을 감춘 이엘을 '산타'라 부르던 수안.  이엘은 수안의 '산타'였기에 숨어서 그녀를 돌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신우가 '천사'라는 이름으로 수안을 찾기 전까지.

 

  사랑은 왜 이렇게 엇나가기만 하는 걸까? '산타'를 찾던 수안의 눈에 자신이 근무하는 향수회사 '헤라'에 신우는 '산타'였다.  그녀가 어린시절 맡았던 향기. 죽음의 향기가 나던 향기, '뱀주인자리'향.  그 향을 만든 신우는 '산타'여야만 했다.  자신이 '산타'라고 20년을 견뎌 온 이엘은 어떻게 해야 할까?  수안은 자신을 바라봐야만 할텐데, 어째서 형만 바라볼까?  자신의 사랑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걸까?  엇갈린 사랑. 아니, '산타'였던 남자와 '산타'일수 밖에 없는 남자의 이야기는 죽음을 이야기할 수 조차 없는 불멸의 뱀파이어가 아닌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였다.  엄마의 태속부터 형보다 못했다고 생각하는 남자,  자신의 사랑이 동생을 향하는 것을 알고 참을 수 없었던 남자.   그리고 그들을 보고 있는 또 다른 동생들.

 

  같은 것을 바라보고 같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도 이들이 사는 삶은 다르다.  사랑에 목메는 이들이 있고, 딸만 바라보는 아버지가 있고, 그 시절을 꿈꾸며 사는 청춘이 있었다.  어떤 삶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자신의 딸을 위해서 위험을 형에게 넘기는 준수.  자신의 첫사랑이 자신을 향했던 것을 알아버린 이엘.  애증은 깊이를 모르게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하고, 네 형제의 삶은 파국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표지는 동화 이야기의 하나처럼 곱고 사랑스럽지만,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주는 인간과 닮았지만 다른 몽환적인 느낌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뱀파이어와 사랑으로 파국을 이야기한다.  한 형제의 사랑을 받은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그녀의 심장이 두개가 아니 듯, 사랑을 둘로 나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유민이가 그러더라.  하신우 그 자식... 운하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제 감정 누르며 사는 불쌍한 놈이라고... 정말인지 보려는 것뿐이야. '아담'의 힘 없이도 제 본능을 누를 수 있는지 없는지." (p.300)

 

  천사이기에 그녀의 피가 필요했을 뿐이었는데, 이제 그녀의 희생을 볼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분명 죽음이라는 면죄부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지만 차가운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와 온기를 전해주는 그녀는 피를 얻기 위한 '천사'가 아닌, 신우가 지켜주고 싶은 '천사'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밀어내려 해도 밀어낼 수가 없는 사랑. 그 사랑을 용인할 수가 없는 또 다른 사랑.  그리고 사랑을 찾기 시작하고 가슴 설레기 시작하는 사랑.  혼한 동화의 해피엔딩을 신아인 작가는 간과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새드엔딩이라고도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함께 한 세월이 100년이 넘었고, 이들을 따로 떼어서 말할 수 없기 때문일것이다.  사람들은 불멸을 원하지만, 불멸함으로 죽음을 원하는 신우. 어쩌면 운명이란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을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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