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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의 폭풍 2 - 얼음과 불의 노래 3부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에 분량이 많아서 미뤄두었던 책을 드디어 꺼내들었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거의 1,000페이지에 가까운 이책 때문에 또 다시 다른 책들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고, 7왕국 속 인물들에 빠져버렸다. 이럴줄 알았는데, 결국 이럴 줄 알면서도 책에 빠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음을 고백한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왜 읽냐고?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하는걸 마약이라고 하던가? 이렇게 밤을 세우고 또 하루가 엉망이 될질 알면서도 책에 빠져드는 나는 뭘까? 그렇게 읽고는 이 짜릿함에 몸서리 치고,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엄청난 작가가 만들어 낸 세상이 궁금하고, 또 다른 작가들이 만들어 낸 세상이 궁금해서 말이다.

『성검의 폭풍 2』의 중반부까지 드라마로 나왔다. 책 읽을 시간은 없고, 내용은 궁금하고 결국 드라마를 봤었는데, 미드속 주인공들이 펼치는 이야기가 정말 말도 안되게 끝내주는게 아닌가?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펼친 책 속 세계는 미드에서 펼쳐진 세상보다 더 짜릿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이런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지? 골고루 모든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검의 폭풍』후반부로 가면서 안보이는 인물이 보일것이다. 스타크 가문의 캐틀린. 캘틀린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미드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내용이 끝내준다.
대너리스 / 아리아 / 자이메 / 캐틀린 / 샘웰 / 아리아 / 존 / 캐틀린 / 아리아 / 캐틀린 / 아리아 / 티리온 / 다보스 / 존 / 브랜 / 대너리스 / 티리온 / 산사 / 티리온 / 산사 / 자이메 / 다보스 / 존 / 아리아 / 티리온 / 자이메 / 산사 / 존 / 티리온 / 대너리스 / 자이메 / 존 / 아리아 / 샘웰 / 존 / 티리온 / 샘웰 / 존 / 산사 / 에필로그
"저주받은 이유는 살인을 저지른 때문이 아니었어." 낸 할 멈은 그렇게 말했다. "안달 왕에게 자기 아들의 살로 만든 파이를 먹게 해서도 아니었지. 복수의 권리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다만 자기 집에 손님으로 온 손님을 죽였기 때문이야. 그 죄만큼은 신들도 용서할 수 없었던 게지." (p.311)
요즘 등장인물을 툭하면 죽이는 드라마가 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아무런 연관성도 없이 등장인물들을 죽여서 말이 많은데, '왕좌의 게임'시리즈 중 인물들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죽어버리니, 이 이야기의 진행방향을 알 수가 없게 만들어 버린다. 『성검의 폭풍』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피의 결혼식'이다. 왈더의 딸과 결혼하기로 한 롭이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하면서 캐틀린은 그녀의 동생 에드무레를 왈더가와 맺어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으로 초대되어진 그들에게 닥친 운명은 낸 할멈이 옛날 이야기를 꺼낸것처럼 잔인한 피의 축제가 이어진다. 롭과 캐틀린의 죽음. 한축을 이룬 인물이 이렇게 사라져 버렸다.
철없는 왕 조프리는 얼마나 신이 났는지, 외숙모에게 배신자의 머리에 입을 맞추게 할 계획을 세운다. 열세살 어린왕은 참 지멋데로다. 어린아이임에도 완벽한 악역으로 나오는 조프리. 조프리 덕분에 티리온이 근사해 보이긴 하지만, 임프 티리온과 결혼한 산사는 뭐라고 해야할까? 어린아이들 아닌가? 열세살에 티리온의 아내가 된 산사. 이제 그녀 곁에 누가 남아있일까? 조프리의 결혼식. 『성검의 폭풍』에 나오는 두번의 결혼식은 모두 죽음이 뒤따르는 결혼식이다. 조프리가 죽었다. 야호~를 외쳐야 할까? 그리고 죽음 후에 자이메가 돌아왔다.

(출처: 미드 <왕좌의 게임 시즌 3> 중 '자이메와 브리엔느')
"자이메, 왜 그랬어요?" 브리엔느가 불쑥 물었다. 그녀는 비단과 레이스 차림을 하고 있어도 여자답게 보이기보다는 가운을 걸친 사내꼴에 가까워 보였다. "고맙긴 한데... 먼 길을 되돌아온 이유가 뭔가요? 짖궃은 농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자이메는 단지 어깨를 으쓱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짤막하게 한마디 던졌다. " 당신을 꿈에서 보았거든." (p.87)
이건 또 뭐야? 자이메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그려놓아도 되는걸까? 곰이 훨씬 중요한 바르고 호트에게서 '타스의 처녀'브리엔느를 구한 자이메. 이 남자가 『성검의 폭풍』을 통해서 매력적인 인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브렌을 탑에서 떨어트리고 근친상간으로 조프리와 토멘을 낳은 이 남자가 오른쪽 손을 잃더니 묘하게 변했다. 자이메가 궁금해 지기 시작한다. 이 남자 도대체 뭐야? 그리고 밝혀지기 시작하는 진실들.. "그 빌어먹을 단검 때문에 티리온이 죽을 뻔했어. 이 모든 게 조프리의 소행임을 알았다면, 그런 이유로 자신이..." (p.704) 자이메가 브렌에게 칼을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조프리란다. 그럴수도 있는 녀석이지. 조프리는...
세븐킹덤에 이들만 있는게 아니다. 대너리스의 드레곤들은 점점 커지고, 그녀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들은 예언. '당신은 세 번에 걸쳐 배신당할 거야. 한 번은 피 때문에, 또 한번은 재물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 때문에." (p.683). 여왕이라 이름 불리지만, 대너리스 역시 소녀다. 아이를 낳았었기에 뜨거운 몸을 주체할 수 없어 조라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는 그런 소녀다. 이소녀가 세븐킹덤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사랑보다는 자신의 운명을 믿는 여왕. 그녀가 믿던 조라를 떠나보냈는데, 이게 조라와의 끝인지도 알수가 없다. 워낙에 많은 변수가 숨겨져 있는 곳이 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지만, 한번 빠진 후에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 이곳이다.
"창녀가 아니었다. 널 위해서 몸값을 치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엄명에 따라 거짓말을 했을 뿐이야. 타샤는... 겉보기와 하나도 다른 게 없지. 어느 소작인의 딸이었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게 전부다." (p.810)
자신을 지탱했던 모든것이 무너지는 순간이 이런것일 것이다.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되고, 자신의 삶이 빈껍데기처럼 되어버린 티리온. 이 장엄한 이야기는 티리온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게 끝이구나 싶을때 또 다른 패를 꺼내어 놀라게 하는 재주가 너무나 많는 작가는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떠내놓는다. 조프리의 죽음과 함께 사라져 버린 산사, 까마귀의 우두머리가 된 존 스노우경, 누구를 찾아가야할지 방황하는 아리아, 서머를 통해 세상을 보는 브랜과 잊혀져버린 막내동생. 그리고 티리온의 반격. 한번도 가족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티리온이 어떻게 나왔을지는 이야기 할수가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히든카드. 이 카드를 어떻게 꺼내서 이야기해야할까? 아직 드라마 방영도 하지 않았으니 감추어둬야 겠다. 이 카드가 몰고 올 파장은 어마어마하니 말이다. 예측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놓는 조지 R.R. 마틴 필력에 존경을 표하기에 마땅한 《왕좌의 게임》시리즈는 역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