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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경심 1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이준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워낙 친한 친구라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새로하는 드라마 주연이 이준기인 <보보경심-려>라는 드라마가 궁금했다. 드라마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가던 고하진이 태조 왕건의 시대로 영혼이 이동되면서 그려지는 로맨스다. 이 드라마에 원작이 있단다. 그것도 중국에서 베스트 셀러에 원작으로한 드라마가 히트를 쳤단다. 친구에 대한 애정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드라마는 영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원작을 읽기 시작했다. 드라마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죽었다 깨어났더니 다른 세계였어요.' 요즘은 흔하게 차원이동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지고 있다. 죽음 이후에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현대의 발전된 문명을 알고 있는 이가 과거로 회귀를 한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만들어 지니 얼마나 쉽고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는 보물상자이겠는가. 현대에서 평범한 이십대 직장인이었던 장효는 불의의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장효가 다시 눈을 뜬 곳은 300여 년 전 청나라 강희제 43년, 팔황자 윤사의 저택. 이제 팔황자의 처제이자 곧 궁녀가 될 운명인 열세 살 소녀 약희로 눈을 떴다
중국역사를 모른다. 우리 나라 역사도 조선시대 외에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그런데 25세 회사원이였던 장효, 18세기 청나라, 13세 만주족 소녀로 나오는 마이태 약희는 역사를 통달한 것처럼 그려진다. 책소개글을 보니 장효를 회계사로 소개하고 있던데, 그래서 역사를 이렇게 잘아는 지도 모르겠다. 보통 두리뭉술하게 알고 있는 역사 지식과는 다르게 청의 시대로 넘어온 약희는 몇년 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현대적 사상과 자유분방함은 황자들을 사로잡으면 그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피로 얼룩질 황자들의 운명을 알고 있기에 약희는 비정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역사가 스포니, 황자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것인지는 소설 초반부터 거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황자들의 암투에서 최종 승자가 되며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군주로 등극하게 되는 사황자 윤진, 현명한 왕으로 불리며 외모가 뛰어나며. 약희의 언니 약란에게 한눈에 반해 혼인하지만 엇갈린 마음을 안고 살아가다 약희와 사랑에 빠지는 팔황자 윤사, 예술에 조예가 깊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미남자로 사황자를 따르는 십삼황자 윤상, 황자들 중 유일하게 대장군이 되고, 팔황자를 믿고 따르는 의리의 사나이 십사황자 윤제와 황제의 남다른 애정으로 황태자가 되지만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안하무인의 태도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이황자 윤임과 십황자 윤아.
큰 아이가 EXO의 팬이라 드라마 <보보경심-려>의 십황자가 백현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해서, 책속 십황자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궁금했는데, 십황자의 모습은 책과 거의 비슷하게 그려진듯 하다. 아이표현으로는 순수하고 엄마표현으로는 바보 황자. 다른 황자들에 비해 학식이 부족해 바보 십황자로 불리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이고 약희가 처음 사귄 동무이기도 하다. 이 시대 황자들의 나이가 꽤 어린걸로 나와서 십황자 윤아가 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약희와 비슷한것 처럼 보인다.
강희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성군이자 명군으로 나온다. 정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의 강희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모든 이들을 압도한다.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고 자식이라도 몇년씩 감금당하니 무섭지 않을리가 없다. 이런 강희제도 약희는 아낀다. 총명하고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고, 가끔 살면서 먹어본적 없던 음식을 만들어 내니 어찌 미워하겠는가? 그런 강희제도 아들들의 권력을 놓고 싸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강한 왕을 요하는 군주제에서는 어쩔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뀌고 싶다고 바껴지는 것이 아닌것이 역사다. 혹시라는 가정은 하지만 그저 가정일 뿐이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런데 그럴수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소설 속이지만 역사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를 살아간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보경심(步步?心)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걷다'는 뜻처럼 주위를 살피면서 약희는 걸어나간다. 자신의 삶을 그곳에서도 살아나간다. 내가 이런 시대에서 눈을 떴다면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지금의 나는 다른 무엇보다 역사공부와 함께 그 시대 문화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어느 시대로 떨어질지 모르니 말이다.
"페하께서는 일대의 성군이신데 왜 두렵겠습니까? 다만 황궁 들어온 것이 처음이라서 황실의 기상과 위엄에 놀라 긴장한 것뿐입니다."(p.103)
'아깝도다, 진시황과 한무제는 글재주가 모자라고 / 당태종, 송태조는 시문이 능통치 않고 / 북방영웅 칭기즈칸도 독수리 쏘는 일만 알았으니 / 모두 옛일이로다 / 인걸을 헤아리려면 오늘을 돌아봐야 하라.'(마오쩌둥 1936, 심원춘 형식의 사가 설(雪)) (p.104)
청나라에 올 것을 미리 알았다면 청나라 역사를 달달 외웠을 텐데...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달달 외웠다 한들 소용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