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 2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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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윤사, 윤상, 윤제, 윤아, 윤잉이라는 이름보다는 황자들의 서열순으로 불리는 것이 더 편한 『보보경심』두번째 이야기는 강희제 48년부터 60년까지의 이야기이다. 스물다섯살의 장효가 열세살의 마이태 약희로 타임슬립하듯 강희제 시대로 넘어온 후로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두번째 이야기 역시 황제의 자리를 두고 머리를 쓰고 있는 황자들의 모습이 보여지고 있지만, 누가 확실히 패권을 쥐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약희를 통해서 이 시대의 승자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황자들의 패권 싸움보다 현대 여성인 장효가 약희가 되어 강희제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십사황자, 윤제를 구하기 위해 초원에서 민민공주에게 거짓말을 했던 일이 드러나면서 약희와 민민 공주가 대치를 하게 될 때도 있었고, 사황자가 억지로 약희에게 입을 맞추고, 말 타는 것을 가르칠때도 있었고, 팔황자와 함께 손을 잡고 거닐고 말을 타고 질주 할때도 있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는 약희의 본모습인 장효는 현대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현대여성인 장효가 강희제 시대의 여인으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패권의 행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의 키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결과일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의 중심되는 이야기는 팔황자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는 해동청 사건과 황제의 결혼 명령을 거부하면서 약희가 궁중의 모든 빨래를 담당하는 완의국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약희가 겪게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팔현왕'인 팔황자가 강희제에게 매를 바치는 과정에 손을 쓴이로 인해서 죽어가는 매로 바뀌면서 '팔현왕'은 인간의 본성인 '효'를 지티지 못하고 친아버지를 저주한 사람이 되어 버렸고, '가짜 군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면서 '진짜 소인'보다 더 혐오스러운 입장이 되어 버린다. 끈떨어진 약희가 완의국 생활이 편할리가 없지만 약희의 매력은 끝이 없는지 각각의 황자들이 약희를 몰래 몰래 돕는다.

 

스물넷에 황제의 결혼 명령을 거부하여 완의국으로 가게 된 약희가 어느덧 서른이 되었음에도 십사황자는 대장군이 되어 진위를 모른체, 약희를 달라고 청하고, 약희와 팔황자의 관계가 끝나지 않은 듯 끝이 나면서 가까이 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도 애썼던 사황자와 서서히 같이 하게 된다. 역사 속에서 약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다. 마이태 약희로 분한 장효는 현대 중국 여성이라고 하지만, 세월의 흐름속에 자신을 고대 여인으로 녹여내고 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 했을때 사람은 어떻게 변할까?

 

'기쁨으로부터 근심이 생기고, 기쁨으로부터 두려움이 생긴다. 기쁨이 없으면 근심도 없는데 두려움인들 있을까?' (p.473)

 

현대의 인물도 고대의 인물도 아닌 어중간한 약희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3권은 이어진다.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감정의 흐름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어 내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펼쳐지기 시작한다. 기쁨으로 부터 근심이 생기고, 두려움이 생길것을 매일 고심하며 살아가는 약희. 이렇게 매일을 조바심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 어린아이의 시선일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약희가 처한 상황때문이었을 것이다. 말 한마디로 사람의 목숨을 죽일수도 살릴수도 있는 유아독존의 권력가와 그 권력을 갖기 위해 싸우는 황자들 사이에 있는 인물이니 말이다. 방영중인 <보보경심-려>는 고려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기본틀만 비슷하고 많은 부분이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지금의 약희의 모습은 참 답답하지만 그녀가 그 속에서 어떤것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살인광들같은 인물들 사이에 끼워있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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