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꽃신 1
윤이수 지음 / 동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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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부르던 동요중에 <오빠생각>이라는 동요가 있었다.  요즘도 아이들이 부르는 지는 모르겠지만, 동요 가사 중 '우리 오빠 말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라는 부분이 있다.  서울엔 비단구두가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비단꽃신』은 오빠가 아닌 비단꽃신 사러간 아빠의 이야기다.  네이버 웹소설 중에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예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 있는데, 이 소설이 윤이수 작가의 작품이다.  그저 웹소설이라고 읽고 있다가, 윤이수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고 놀랬었다.  기존의 전문 작가도 이렇데 웹소설을 쓰는구나 하고 말이다.  달달한 로맨스가 떙길 때 딱인 윤이수 작가의 초기 작품 『비단 꽃신』.

  요즘 그녀가 쓰는 작품들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역시나 작가가 즐겨사용하는 소재 중 하나인 남장여자를 사랑하는 왕자님의 이야기다.  조선이 배경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역사 소설의 면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서대문이 나오니 조선이 맞겠지.? 게다가 무협소설의 느낌도 나는것이 요즘 읽고 있는 윤이수 작가의 작품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물론,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정은궐 작가의『성균관유생들의 나날』처럼 역사 속 이야기들을 절묘하게 섞어놓았다고 이야기하기도 묘한 부분이 있는건, 장풍이 날아다니는 무협의 느낌이 중간 중간 섞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굉장히 묘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상 어디에서도 금방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물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다고. 그것은 바로 백은서 뿐이라고!" (p.78)

  눈먼 어미를 봉양하는 백은서.  어려서부터 아비가 남긴 서책하나로 무술실력이 제법이 아니다.  가슴동여메고 남자로 살고자 용우관에서 비무를 했던것이 우림위까지 흘러들어가게 만들어 버렸다.  궁안의 금군을 여인의 몸으로 들어갈수 없지만,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곳에서 만난 우림위장 위겸. 잘나기는 어마무시하게 잘났는데, 은서를 너무 괴롭힌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 갈 은서가 아니니, 티격티격거리는 사이에 우림위장 마음에 불이 붙어 버렸단다.  어찌 저 어린 녀석을 보기만 하면 가슴이 뛰는지 알 수 없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금군에 '비역질'을 하는 군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대략 난감이 아닐 수 없다.   

 

  둘의 사이는 이렇게 흘러가고 금강산에 있던 은서와 ​화령은 어떻게 한양으로 오게 된 걸까?  눈멀어 볼 수 없는 화령이 바느질은 어찌나 잘하는지 홍대감댁 참모일을 하게 되었단다.  그곳에서 화령에 귀에 들리는 목소리.  한양가서 비단 꽃신 사오신다던 낭군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16년간 잊지 못하는 낭군이었는데, '백화령'을 모른단다.  "비단신 한 켤레만 사다 달라고 하였지.  한양 간다고 하시기에, 머지않아 네 생일도 돌아오니 어여쁜 비단꽃신 하나만 사다달라고 졸랐더랬지. 그랬더니 그러마 하셨단다.  우리 은서 꽃신뿐만 아니라 내 것도 사다주마 약조하셨더랬지.  그랬는데... 그랬는데..." (p.254). 이러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모른다는 사람을 어찌하겠는가?  눈먼 화령은 화령데로 미치겠고, 눈먼 침모의 모습이 눈에서 떠나지 않은 홍대감도 미칠 노릇이다.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은서 주변에 있는 금군들과 우림위장만 모르는 은서의 비밀. 무예 출중하니 아무도 여인이라 의심을 할 수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참 둔탱이들이다.  그런 은서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위겸. 이젠 은서가 여자인건 남자이건 상관이 없단다.  그리고 그럴즈음 밝혀지는 은서의 비밀.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 쓸어내릴 즈음 이젠 위겸의 비밀이 밝혀질 차례다.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정도로 멋진 왕자님. 이위겸.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왕자란다. 그것도 세자마마라니 이를 어쩌면 좋아.  천하디 천한 금강산에서 온 여인과 세자가 가당키나 하랴마는, 왕자라는 사실은 숨기고는 무조건 믿으라고 외치는 위겸.  남자도 좋아할뻔 한 세자마마를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가당치도 않게 이둘의 사랑이 가능할까마는 이둘보다 홍대감이 제정신으로 돌아와 버렸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백화령과 은서를 기억해 낸 홍상덕.  상덕의 머리 중앙에 16년간 꽂혀있던 대침.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큰 대침이 상덕의 기억을 가리고 있었던 것일까?  백화령을 모른다 말했던이가 아니던가?  새로운 가정을 꾸미고 꽤나 높은 신분의 그가 아니던가?  여리디 여려 바느질 하난 제대로 하지 못하던 화령이 홀로 은서를 키웠을 생각에 가슴 아리고, 알 수 없지만 16년간 지니고 있던 '비단꽃신'의 의미를 알아버렸는데, 그들곁으로 다가가기가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화령을 헤하려는 자들.  분명 홍대감과 은서모녀의 주위를 둘러싼 무언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알 수가 없다.  아비라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자신을 잊었다 생각하는 은서또한 골이 깊어져만 간다.

 

"그렇게 하나하나 베어냈다.  마음이 텅텅 비도록.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모두 베어냈다. 그렇게 마음을 비워냈더니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
상처받지 않으니 아프지도 않더구나" (p.300)

  가슴 속의 울분도, 분노도, 원망도, 가슴앓이도, 설움도 모두 베어내어 아무것도 없는 무념무상이 되면야 당연히 상처 받을 일이 없겠지만, 인간사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도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니, 그들은 도를 깨우친 사람이기에 범인들과 다를수도 있겠지만, 도인의 마음을 가진 범인이라...  흔하지만 재미면에서 결코 축소되지 않은것이 사극과 로코의 조합인듯하다.  현대물처럼 대담하지 않게 슬쩍 슬쩍 '은혜합니다'한마디로 마음을 전달하는 연인들.  게다가 장풍이 날라다니고 칼끝이 소리를 내면서 전장을 방불케하는 무협사극이라면 더 재미있다.  윤이수 작가의 작품을 그리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다른 작품들을 잘 알지는 않지만, 이 무협사극으로 나온 것이 재미있다.  무협지보다는 약한것이 사실이지만, 로맨스는 어찌나 이리도 잘 버무려놓았는지 모른다.  강하디 강한 은서의 든든한 왕자님. 은서가 조금만 약하게 보여도 '짠'하고 나타나는 왕자님 덕분에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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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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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다섯에 서른을 생각했었던가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닌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친정 엄마보다 나이가 더 들어 버린 지금 여전히 나는 젊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딸아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분명 예전 내가 엄마를 보던 그 모습일 것이다.  마흔이 넘어 버린 엄마와는 별개로 마흔이라는 나이는 내겐 오지 않을 시간처럼 느껴졌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시간들이 십대만은 아니었었고, 스물 언저리에 있을때도 마흔은 나와는 먼 나이처럼 느껴졌었다.  이젠 마흔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부럽다'는 생각부터 나니, 나이 듦은 막을 수 없는 물줄기 처럼 어느새 내게 다가와서 내 일부가 되어 버렸다.

 

  매일하는 운동 중 하나가 자전거 타기다.  아니, 운동이라 하기도 뭐하지만, 자전거 없이는 동네를 돌아다니는것이 버겁다.  그냥 다니는 것이 아니라, 좀 먼 곳에서 장이라도 보려면 자전거가 꼭 필요한데, 요 몇일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매일 두는 곳에 있어야 할 자전거 열쇠가 보이지 않고, 가족 모두가 찾기를 함께 했지만, 찾지를 못했다.  일주일 만에 작은 아이가 열쇠를 찾아줬다.  책밑에 깔려있는 열쇠를 드디어 찾았는데, 왜 그 열쇠가 그 곳에 있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찾아오는 이 허망함은 나만이 느끼는것 같다.  요즘들어 종종 이런일이 일어나다보니, 가족들이 나의 건망증을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문득 문득 두려움이 밀려오는 이유는 여러 책에서 읽었던 '알츠하이머'를 혼자 떠올리기 때문일것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생각나서 씽끗 웃다가도 진저리를 치는 이유는 이제 내 나이가 영화 속 주인공 마냥 푸릇한 나이가 아닐 뿐 더라, 그런 일이 생기면 주변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듦에 대한 '변명'이라는 제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왜 이런것에도 '변명'을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말이다.  빠른 속도감으로 읽혀지는 이책을 읽기 전엔 그랬었다.  '변명'이라고 되어있지만, '변명'보다는 '이해'를 하게 해주고 있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세월 이야기가『나이 듦에 대한 변명』이다.  내가 읽고 연로하신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꽤나 괜찮은 책이었다.  이야기꾼은 어찌 이리 글도 잘쓰는지,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 생각과 함께 지금의 내 모습과 몇년 후 다가올 내 모습을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열 아홉가지의 신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데, 저자는 이야기를 한다.

 

'세대 간 문제는 백만 가지 사연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이책을 통해 적어도 신체적 변화에 근거한 젊은이들의 오해만큼은 풀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들도 10년, 20년 뒤에는 나이를 먹을 테니까요.  그리고 언제가는 분명 알게 될테니까요.' (p.10)

 

 뽀글이 파마 / 여자의 화병 / 배불뚝이 아저씨 / 저도 모르게 새는 실수 / 깜빡거리는 기억력 / 둔해진 얼굴 감각 / 습관이 된 침 뱉기 / 고약한 입 냄새 / 살비듬과 가려움증 / 흐려진 눈망울 / 서리 같은 비듬 / 못생겨진 손톱 / 바윗돌 같은 귀지 / 저릿한 쥐내림 / 퀴퀴한 노취 / 이명과 난청 / 골다골증 / 어지럼증까지 열 아홉가지의 신체 변화는 나 역시 겪고 있고 겪어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재미있게 쓰여진 글들은 읽다가도 픽픽 웃게 만든다.  '저도 모르게 새는 실수'의 경우엔 "그럼 뭐야. 엉덩이도 늙는단 뜻이야?  아니 지가 근육으로 하는 일이 뭐 있다고 늙어. 만날 퍼질러 앉아 있는 주제에." (p.55)처럼 괄약근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이다.  신체 변화를 이야기 한 후에는 잊지 않고 어깨 토닥이면서 다독여주고 있는데, <세월에 보내는 연가>의 모습을 띠고 울컥하게 만들어 버린다.

 

'꽃향기 피우며 세상에 왔다가 몹쓸 냄새를 남기고 가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꽃향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제 예쁜것을 자랑하며 사랑으로 자라는 유년기가 있었다면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고요하게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세월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196)


  오는 세월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함께 갈 수는 있을 것이다.  작가의 바램처럼 어린 친구들이 이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다.  읽는다면 부모님의 변화에 고개 끄덕이면서 공감을 할 수 있겠지만, 힘든 일일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서리 같은 비듬을 이고 다니시던 선생님을 이해 하지 못하던 내가 아니던가?  나뿐 아니라 내 딸아이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을 것이고, 그 시기에 40년 후, 아니 20년 후를 생각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중간의 낀 내 또래가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고, 다가오는 나의 미래를 알게 되니 말이다.  어느새 1년의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버리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부모님 손 꼭잡고 저자가 쓴 글처럼 이야기할수는 있을테니 감사하다.

 

"어지러우세요? 누우세요.  숨 크게 쉬고, 눈 감고 한숨 주무세요.  일어나시면 공원에 산책가요. 괜찮아요. 별일 아니예요."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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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외인구단 - 곧 죽어도 풀스윙, 힘 없어도 돌직구
류미 지음 / 생각학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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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을 상대로 야구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야구 훈련의 한 축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또 때로는 상담도 하실 분을 찾던 중 선생님이 적임자시더라구요. 상담이야 전문이시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하시니까요." (p.10)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내가 가졌던 편견은 흔히 이야기하는 불량학생들 선도차원의 야구 프로그램일것이라는 것이었고, 저자가 남자구나 였다. 경찰서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기획을 했다니 그러려니 했었다.  저자에 대한 생각은 워낙에 운동을 싫어하는 나 때문이었다.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선생님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6시반이라고 하니 남자분이구나 하고 당연하게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든 밑밥의 시작이었음을 몇페이지 넘기지 않고 발견해버렸지만 처음엔 그랬다.  저자인 류선생 조차도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나만 그런건 아니었다.  '처음에 나는 이 기획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면 '문제아'들을 야구로써 선도한다, 정도의 콘셉트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다양한 아이들이 야구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가 푸르미르야구단의 더 정확한 정체성인 것 같다.' (p.39)

 

 

 '푸르미르야구단'이란다.  푸를 청(靑)의 푸르와 용을 뜻하는 미르가 합쳐진 '푸르미르야구단'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피 끓는 청소년들에게 이 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다.  참, 푸를 靑은 젊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서 기획의 프로그램 아닌가?  경찰서 기획안 답게 '청량리'를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애들이 싫다'를 습관처럼 이야기 하지만 푸르미르야구단의 최초 기획자인 이경정이 생각해 낸 팀명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근사하다. 단순한 생각으로 경찰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모일까 싶었는데, 모였다.  물론, '문제아'라고 생각되는 아이들 선도가 목적이었지만, 강제성 없는 모임에 모이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만한다. 그러기에 저자의 글처럼 이 모임은 '문제아들의 모임'이 아닌, '다양한 아이들이 야구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모임이 되었고, 그러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모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선 이겠지만, 책을 읽은 후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출신인 박 준수 감독이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몰라서, 예전 모습만 보여 준 사진들은 책에서 본것처럼 멋진 모습은 아니었는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박감독이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코치가 되었고, 이름을 '박승민'으로 개명을 해서 몰랐던 거였다.  훤칠한 키, 모델도 울고 갈 탄탄한 몸매, 강렬한 눈빛, 날렵한 외모의 소유자로 아이들 표현으로는 카리스마가 '쩐다'라고 표현이 되어있는 박감독.  아이들보다 30분 먼저 운동장에 나와 운동을 하고 별말 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끌어주는 카리스마까지 아무나 감독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야구의 룰을 모르니 선수시절의 모습을 알수는 없지만, 책속에서 만난 박감독은 카리스마에 자상함까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박 감독의 '상남자'캐릭터를 좋아하는 주장 승현이, '성적으로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좌완투수 승운이, 큰 키와 긴팔로 프로선수같은 체격의 소유자인 우완투수 유주, 기계를 좋아하지만 공부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포수 진영이, 오랑우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분위기 메이커인 1루수 채정이, 2루수 안치홍 선수를 좋아하는 2루수 주전, 서진이, 새터민 1학년이지만 실제 나이는 16살인 2루수 명광이, 수다쟁이에 푸르미르야구단 부동의 1번 타자인 영훈이, 곰을 닮은 귀여운 외야수 연우.  다른 친구들의 이름도 간간히 나오지만 '푸르미르야구단'을 지탱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들이다.  전교1등이라는 승운이부터 새터민이 명광이까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류민 선생님에게 속내를 들려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정신과 선생님이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심지어 아이들 중엔 프로그램이 끝날때까지 류선생님이 의사인지 모르는 친구도 있다. 게다가 류선생님 몸이 불편한 분이다.  야구 프로그램 진행에 휠체어를 타고 오는 선생님.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르다. 불편한 신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구를 좋아하면 그만이지 다른 무엇이 문제겠는가?  누군가는 대한민국 중학생들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스게 소리를 한다.  그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같은 아이들이 중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고, 표현을 못할 뿐이지 항상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더 생겨나게 만드는 마법력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1박 2일간의 전지훈련을 바라보면서 '부러운 별종들의 신나는 에너지 분출장'이라는 표현을 하는 류선생의 말처럼 아이들은 '에너자이저'건전지를 생각나게 만든다.

 

  류선생이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끝이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은 중학 프로그램에서 빠졌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들이 '푸르미르야구단'의 외인구단이 되었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 만큼 각양각색의 아이들과 은퇴한 야구선수부터 스쿨폴리스와 정신과의사까지 참여한 '동대문 외인구단'은 부제처럼 '곧 죽어도 풀스윙, 힘없어도 돌직구'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하지 않는가?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이다. 9회말 끝이 날때까지 알수 없다는 야구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인생의 장을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지금 조금 쉬고있다고, 뛰지 않고 걷고 있다고 아이의 인생을 평가해서는 안되다. 이 피끓는 청춘들이 어떻게 용이 되어 되어 하늘로 올라갈지는 그 누구도 알수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이래야 한다. 곧 죽어도 풀스윙으로 무조건 돌직구하는 에너자이저들이 우리 아이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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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하우스 2 - 완결 두근두근 하우스 2
백묘 지음 / 반디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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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가 참 예쁘다.  역시나 로맨스 소설의 일러스트 작가로 유명한 이윤미 작가의 작품이다.  기욤뮈소의 초기 작품들의 일러스트로 익숙해져 있기도 하지만, 다른 작품들에서 이윤미 작가의 일러스트들이 눈에 들어왔었다.  딱 순정만화의 주인공같은 주인공과 미소년들이 포진되어 있는 일러는 읽기 전부터 콩당콩당 가슴을 뛰게 만든다.   스물다섯살의 해윤이 엄마 서미현.  서미현과 열심히 썸타고 있는 잘생긴 총각들.  도대체 '파란대문집'에선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2권을 읽기 시작했다.

 

   

  

 

  2권은 미현의 이야기 뿐 아니라 주현민, 장영우 &윤우 형제, 최서준과 이진하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어떻게 이들이 '파란 대문집'에 하숙생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말이다.  하숙집 주인인 장영우는 은둔생활을 하는 동생 윤우를 위해 하숙집에 '여성출입금지'를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미현을 들였다.  여성을 극도로 싫어하는 윤우는 미현이기에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고, 해윤과는 잘지내고 있으니 이것도 묘하다.  너무나 잘생겨서 여자들이 수없이 쫓아 다닌통에 히키코모리가 되었다는 윤우.  참, 잘생겨도 문제다. 아니, 윤우가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윤우의 직업은 잘 나가는 은둔형 화가.  다른 하숙생들을 알아보자.  영화배우인 엄마의 남성편력으로 여자를 믿지 않는 서준.  눈짓 한번이면 여자들이 넘어온다는 바람둥이 캐릭터인 이 총각도 아픔이 꽤나 많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여전히 어머니가 어린 애인들과 함께 하고 있기에 여자를 믿을 수 없다는 서준에게 미현은 믿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그리고 거구의 이진하.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이후 무조건 먹기 시작했다는 진하.  원래는 무지하게 멋졌단다.  못하는게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 하숙집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모은걸까?

 

  [장영우. 하숙집 주인. 연락처 : 010-××××-××××]. 이 말도 안되는 종이 쪽지만으로 하숙생들이 모였다니, 역시 마법같은 집임에는 틀림이 없다.  열심히 미현을 따라다니는 현민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21살 어린 대학생이 어쩜 이리도 대책없이 애엄마를 따라다니는지 정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는데, 하숙집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보고 넘긴다.  현민의 사랑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조금씩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가장 큰 한방은 인애가 영우에가 던진 한방.  '미현이 소중한 만큼, 해윤이 미웠다.  미현의 인생이 해윤 때문에 망가졌다.  미현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했다.  외모도 뛰어났다.  미현을 아는 사람들은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미현을 위해 만들어졌을 거란 농담을 했었다.  그런 친구가 자기 아이도 아닌 한 아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p.84)

 

   이제 슬슬 이야기가 풀어낼때가 된 것 같다.  그럼 그렇지.  스물 다섯 애엄마라니 너무 하잖아.  해윤이 미현의 아이가 아니란다.  그뿐인가? "나는 당신을 10년 동안 사랑했어. 이제 당신과 이야기를 하고, 당신을 만졌으니 또 10년을 사랑하겠지. 그럼 서미현 씨. 10년 후에 또 고백할게."라고 고백을 하는 21살의 주현민.  초등학교 때 빛나는 미현을 보고 반해서 지금까지 사랑했단다.  이젠 너무 멋져져서 미현과 결혼을 하겠다고 들이데고 있으니 어쩔까나?  이 총각 군대도 안가고 참 대책없다.  어찌되었든 이야기는 이제 하나씩 풀려나간다.  미현을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는 '파란 대문집'하숙생들.  그리고 사랑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는 현민.  미현의 아이로 7년을 살다 이제 이모라고 불러야 하는 해윤.  미현의 언니인 아현의 아이란다.  입양시설로 아이를 보내겠다는 부모의 말을 듣고 조카를 데리고 도망쳤다고 하니 이걸 어찌해야할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한 사람.  그것도 그 또래의 딸을 가진 부모입장으로는 미현이나 아현이의 행동을 덮어놓고 잘했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꿋꿋하게 조카를 키운 미현은 분명 용기 있는 아이다.  소설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이긴 하지만 말이다.  눈부시게 예쁜 이 아가씨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7년간이나 아이를 키울수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현실은 잔혹하다.  로맨스 소설이고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이야기이기에 이렇게 예쁘게 꾸며 놓을 수는 있지만, 절대 따라하면 안된다.  게다가 이 어린 소녀가 아이와 함께 몰래 숨어사는 걸 찾아내지 못하는 부모라면 방법도 없다.  대책을 아현을 사랑하는 영우가 내 놓으니 이것도 어처구니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다.  그러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작가의 글처럼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기를 선택했던 서미현.  십 년 동안 한결 같은 사랑을 해온 주현민.  미움을 버리고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온 장영우, 여자들에게 하도 많이 당해 히키코모리가 된 장윤우, 뚱뚱하지만 다정다감한 이진하, 바람둥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최서준, 그리고 그림 같은 하숙집의 마스코트 서해윤이 있는 '파란 대문집'은 그림처럼 살고 싶은 미현의 꿈을 이루어 준 곳이 아닌가?  '마네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들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몽마르뜨 언덕에 앉아 파란색 물감을 흘린 듯 선명한 하늘을 보며, 세상의 바람에 휘말리지 않는 고고한 그림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다.' (1권 p.10)처럼 말이다.  뭉크의 절규보다 끔찍하고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보다 고된 현실에서도 이렇게 그림같은 집을 꿈꿀 수 있는 이유는 로맨스 소설이 있기 때문이고, 이런 로맨스가 땡기는 그런 나이엔 요렇게 달콤한 책들이 좋다.  현실을 생각하고 어처구니 없다고 외치는 건 20년 후에 해도 무방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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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하우스 1 두근두근 하우스 1
백묘 지음 / 반디출판사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백묘 작가를 웹소설이라는 장르로 처음 만났었다. 『헬로우 웨딩』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읽으며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술술 넘어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확 끌렸던건 아니었다.  얼마전에 그녀의 다른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컴퍼스 콤플렉스』라는 근사한 작품을 읽은 후에, 이 소설이 백묘 작가의 작품이라는 걸 알았고, 그녀의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몇 편의 작품을 읽었는데, 초기의 작품은 지금 쓰는 작품들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재미면에서는 어떤 작품이든 술술 넘어간다.  큰아이가 도서관 자원봉사를 가기에 눈에 들어오는 백묘 작품을 대여해달라 하니 『두근두근 하우스』를 대여해왔다.  인기가 많다고 하니 읽어봐야지하는 맘으로 편하게 읽은 심장뛰게 만드는 집의 이야기는 2012년 작품이다.

 

 

  25살의 나이에 7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미현.  이 어린나이에 어찌 미혼모가 되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참 살기 만만치 않다.  얕잡아 보는 이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열받게 하는 주인집 아저씨덕분에 방빼게 생겼다.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웠으니 직장인들 제대로 잡을리 만무하고, 그러니 재정적으로 안정이 될이도 만무한데, 미현의 앞에 호리호리하고 곱상한 남자가 명함이라고 내민다.  [장영우. 하숙집 주인. 연락처 : 010-××××-××××].  어쩌라고 튕기고 싶은데, 조건이 좋아도 너무 좋다.  "보증금 50만 원에 월세 15만원 어떻습니까?" ..." 조건이 너무 좋죠?... 그 조건에 방을 드리는 대신에 밥을 좀 차려주셔야겠습니다."(p.16)

 

  마당에서 강아지도 키울 수 있다는 큰 골목 꺾어지는 길에 있는 파란 대문집이 이제 미현의 집이되었다.  해윤과 함께 하숙집에 들어간 미현. 뭐 이런곳이 다 있어?  하숙생들이 모두 남자다.  미현 혼자 여자인 파란 대문집.  이 집이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상하게 생각할만도 한데, 아무도 25살 애 엄마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애어른 같은 해윤과 함께 놀아주기를 자처하는 말도 안되게 멋진 남자들.  21살 법대생 주현민, 순정만화 속 왕자님같은 히키코모 장윤우, 정체불명 하숙집 주인 장영우, 전도 유망 음대 바이올린 전공자인 바람둥이 최서준, 어마어마한 거구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진하. 하숙집에 들어오기전 미현이 일하는 가계앞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왜 이곳에 다 있는 걸까?  무슨 꿍꿍이인지 알수 없는 이곳은 언제나 두근두근거린다.


  로맨스 소설은 참 우연도 많다.  미현의 철친인 인애가 주현민의 학교 선배로 나오고, 미현 주변을 돌던 인물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으니 말이다.  이제 미현을 알아보자.  왜 이 어린 아가씨가 7살이나 된 아들을 두고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이 소설의 주인공임에는 확실하다.  작가의 글에 따르면 긴 생머리를 대충 묶은 도시적인 외모에 늘씬하고 긴 다리, 갸름한 얼굴과 하얀 피부가 돋보이는 외모의 소유자라고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뿐인가?  장영우를 제외한 모든 이들과 썸을 타는 듯한 분위기.  대놓고 미현이 좋다고 쫓아다니는 주현민은 더 하지만 말이다.  이건 뭘까?  분명 애 엄마라는 걸 다 알고 있는데, 너무 좋아한다.  '서해윤'의 아빠가 되기를 희망하는 남자들이 왜 이리 많은지... 로맨스 소설은 예쁘면 무조건 이야기 끝인가 싶지만 뭔가가 있긴 있다.

 

  고등학교 친구인 정태의 만남으로 미현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지만, '파란대문집' 남자 들 외에는 모두 늑대인지, 이 녀석 부인도 있으면서 미현에게 고백을 하니 이건 뭔지... 악역도 있어야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정태의 아내까지 미현에게 찾아와 난리를 치니 말이다.  덕분에 7년전 아이와 함께 사라지면서 끊겼던 인애를 만나게 된것에 감사해야 할까? 1권은 이 알 수 없는 매력 넘치는 파란대문집 하숙생들과 열심히 썸타고 있는 25살 애 엄마 서미현의 이야기다.  아직은 깊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는 알 수 없지만, 시종 미현과 해윤을 돌봐주는 이들의 모습이 상큼하게 다가온다.  언제나 주눅들고 힘들어 하던 미현에게 이들의 모습은 가족처럼 다가오니 말이다. 

 

  우연이 무수히 넘쳐나지만, 그 또한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  지금까지 읽은 백묘작가의 글들은 수위가 높지 않은 재미있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들의 대여도가 상당하다.  중고등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딱 맞는 귀여운 이야기.  '두근두근 하우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사랑의 마법이 펼쳐질지는 2권을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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