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외인구단 - 곧 죽어도 풀스윙, 힘 없어도 돌직구
류미 지음 / 생각학교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을 상대로 야구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야구 훈련의 한 축으로 학생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또 때로는 상담도 하실 분을 찾던 중 선생님이 적임자시더라구요. 상담이야 전문이시고, 무엇보다 야구를 좋아하시니까요." (p.10)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내가 가졌던 편견은 흔히 이야기하는 불량학생들 선도차원의 야구 프로그램일것이라는 것이었고, 저자가 남자구나 였다. 경찰서에서 중학교 남학생들을 상대로 무언가를 기획을 했다니 그러려니 했었다.  저자에 대한 생각은 워낙에 운동을 싫어하는 나 때문이었다.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과 선생님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6시반이라고 하니 남자분이구나 하고 당연하게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든 밑밥의 시작이었음을 몇페이지 넘기지 않고 발견해버렸지만 처음엔 그랬다.  저자인 류선생 조차도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나만 그런건 아니었다.  '처음에 나는 이 기획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면 '문제아'들을 야구로써 선도한다, 정도의 콘셉트로 이해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다양한 아이들이 야구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가 푸르미르야구단의 더 정확한 정체성인 것 같다.' (p.39)

 

 

 '푸르미르야구단'이란다.  푸를 청(靑)의 푸르와 용을 뜻하는 미르가 합쳐진 '푸르미르야구단' 어디로 튈지 모르지만 피 끓는 청소년들에게 이 만큼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까 싶다.  참, 푸를 靑은 젊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서 기획의 프로그램 아닌가?  경찰서 기획안 답게 '청량리'를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고 한다.  '애들이 싫다'를 습관처럼 이야기 하지만 푸르미르야구단의 최초 기획자인 이경정이 생각해 낸 팀명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근사하다. 단순한 생각으로 경찰에서 만든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모일까 싶었는데, 모였다.  물론, '문제아'라고 생각되는 아이들 선도가 목적이었지만, 강제성 없는 모임에 모이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만한다. 그러기에 저자의 글처럼 이 모임은 '문제아들의 모임'이 아닌, '다양한 아이들이 야구로써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모임이 되었고, 그러기에 아이들은 스스로 모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선 이겠지만, 책을 읽은 후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은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출신인 박 준수 감독이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 몰라서, 예전 모습만 보여 준 사진들은 책에서 본것처럼 멋진 모습은 아니었는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박감독이 '넥센 히어로즈'의 야구코치가 되었고, 이름을 '박승민'으로 개명을 해서 몰랐던 거였다.  훤칠한 키, 모델도 울고 갈 탄탄한 몸매, 강렬한 눈빛, 날렵한 외모의 소유자로 아이들 표현으로는 카리스마가 '쩐다'라고 표현이 되어있는 박감독.  아이들보다 30분 먼저 운동장에 나와 운동을 하고 별말 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끌어주는 카리스마까지 아무나 감독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야구의 룰을 모르니 선수시절의 모습을 알수는 없지만, 책속에서 만난 박감독은 카리스마에 자상함까지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믿고 따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박 감독의 '상남자'캐릭터를 좋아하는 주장 승현이, '성적으로 아무도 차별받지 않는 공평한 세상'을 바라는 좌완투수 승운이, 큰 키와 긴팔로 프로선수같은 체격의 소유자인 우완투수 유주, 기계를 좋아하지만 공부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는 포수 진영이, 오랑우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분위기 메이커인 1루수 채정이, 2루수 안치홍 선수를 좋아하는 2루수 주전, 서진이, 새터민 1학년이지만 실제 나이는 16살인 2루수 명광이, 수다쟁이에 푸르미르야구단 부동의 1번 타자인 영훈이, 곰을 닮은 귀여운 외야수 연우.  다른 친구들의 이름도 간간히 나오지만 '푸르미르야구단'을 지탱하고 있는 아이들은 이들이다.  전교1등이라는 승운이부터 새터민이 명광이까지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류민 선생님에게 속내를 들려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다.  정신과 선생님이기에 편하게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심지어 아이들 중엔 프로그램이 끝날때까지 류선생님이 의사인지 모르는 친구도 있다. 게다가 류선생님 몸이 불편한 분이다.  야구 프로그램 진행에 휠체어를 타고 오는 선생님. 아이들은 어른들과는 다르다. 불편한 신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구를 좋아하면 그만이지 다른 무엇이 문제겠는가?  누군가는 대한민국 중학생들로 인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우스게 소리를 한다.  그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같은 아이들이 중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내 아이의 모습이고, 표현을 못할 뿐이지 항상 생각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더 생겨나게 만드는 마법력까지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1박 2일간의 전지훈련을 바라보면서 '부러운 별종들의 신나는 에너지 분출장'이라는 표현을 하는 류선생의 말처럼 아이들은 '에너자이저'건전지를 생각나게 만든다.

 

  류선생이 참여했던 프로그램은 끝이났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아이들은 중학 프로그램에서 빠졌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들이 '푸르미르야구단'의 외인구단이 되었겠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는 만화 만큼 각양각색의 아이들과 은퇴한 야구선수부터 스쿨폴리스와 정신과의사까지 참여한 '동대문 외인구단'은 부제처럼 '곧 죽어도 풀스윙, 힘없어도 돌직구'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야기 하지 않는가?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말이다. 9회말 끝이 날때까지 알수 없다는 야구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의 인생의 장을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지금 조금 쉬고있다고, 뛰지 않고 걷고 있다고 아이의 인생을 평가해서는 안되다. 이 피끓는 청춘들이 어떻게 용이 되어 되어 하늘로 올라갈지는 그 누구도 알수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이래야 한다. 곧 죽어도 풀스윙으로 무조건 돌직구하는 에너자이저들이 우리 아이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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